그녀는 아주 열심히 일했다. 나도 덩달아 열심히 일했지만, 그녀가 일하는 것을 옆에서 보고 있으면, 그녀의 열성과 나의 열성은 전혀 질이 다른 것 같은 느낌이 들었다. 다시말해, 나의 열성이 ‘적어도 무엇인가를 하려고 한다면, 열심히 하는 만큼의 가치가 있다’는 뜻의 열성인 데 비해, 그녀의 열성은 좀더 인간존재의 근원에 가까운 종류의 열성이었다. 잘 성명할 수는 없지만, 그녀의 열성에는, 그녀를 둘러싼 모든 일상성이 그 열성 때문에 겨우 지탱되는 것이 아닌가 하는 기묘한 절박감이 있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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