여덟 번째 방
김미월 지음 / 민음사 / 2010년 4월
구판절판


한때 나는 늘 기다렸다. 관은 올 듯 올 듯 오지 않았다. 오지 않을 듯 오지 않을 듯 오기도 했다. 당시 누군가 지옥이 무어냐 물었다면 나는 대답했을 것이다. 오지 않는 연락을 기다리는 시간이라고. 또 누군가 천국이 무어냐 물었다면 마찬가지로 나는 대답했을 것이다. 오지 않는 연락을 기다리는 시간이라고. 그러니 본질이란 현상에 있는 것이 아니라 인식에 있는 것인지도 모른다. 마침내 더이상 관을 기다리지 않기로 결심했을 때, 나는 행복과 안온과 평강이 다시 내게 찾아든 것을 확인했다. 희망을 버렸더니 행복해지더라고 석에게 말했다. 하지만 그는 고개를 흔들었다. 희마을 버려서 얻은 행복은 가짜야. 석은 그렇게 대꾸했던가. 차라리 희망을 갖고 불행해져. 모든 건 지나가게 돼 있으니까. 불행조차 말이야. 지나가고 나면 다 괜찮아질거야. 그렇게 말했던가.-77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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