핸드폰 - 핸드폰
영화
평점 :
상영종료


엄태웅은 요즘 인기를 끌게 된 신인 여배우 하나를 목숨 걸고 키우고 있는 엔터테인먼트 회사 사장이다. 뭐 그래봤자 작은 사무실이고 키우는 애도 달랑 하나지만. 그런데 이게 웬일. 청순한 이미지로 잘나가기 시작한 여배우가 섹스 비디오를 찍었고 그 영상이 그의 폰으로 전송되어 온 것이 아닌가. 설상가상으로 그는 폰을 분실하게 된다. 그 때부터 목숨보다 소중한 핸드폰을 주웠다는 남자에게서 이상한 전화가 걸려오기 시작한다. '당신 와이프, 예쁜데?'

현대인에게 핸드폰은 프라이버시를 상징하는 거나 다름없다. 수많은 전화번호며 영상이며 사진이며... 단축번호나 컬러링, 액정 화면을 통해 알 수 있는 이 사람의 기호, 관심사 등등. 특히나 엔터테인먼트 사업을 하는 사람은 더하다. 천정명이 예전에 드라마 촬영장에서 폰 잃어버린 것 때문에 날뛰었던 걸 보면 대강 짐작이 간다. 핸드폰에 자신의 앞날을 좌지우지할 만큼 엄청난 것이 들었다면 더 그랬겠지. 핸드폰을 찾으려는 남자는 무슨 일이든 할 수밖에 없을 테고, 핸드폰을 습득한 남자는 어떤 식으로든 자기 손에 쥔 파워를 즐기려고 할 것이다. 은근히 조여오는 스릴러 작품의 소재로 꽤 괜찮네, 싶었다. 초반엔 그랬다.

그런데 이야기는 점점 치정극으로 흘러간다. 휴대폰 습득자 박용우가 억눌려 있는 폭력 욕구를 핸드폰을 이용해서 채운다는 설정은 꽤 그럴듯하다. 그런데 시간이 지나면서 이야기가 어느새 산으로 가고 있는 것이다. 무릎팍 도사도 아닌데!! 박솔미와 그녀의 변호사 애인 얘기는 왜 자꾸 나오나 싶더니만 후반에는 엄태웅이 휴대폰에 목숨을 건 건 다른 이유도 있음을 알게 된다. 그런데 그 이유가 좀 황당하다. 아내에 대한 집착 때문이라니... 엄태웅같은 인물은 대놓고 찾아가서 까면 깠지 그렇게 처리할 인물이 아니다. 성질 보면 모르나. 그런데 일이 그런 식으로 됐다는 것도 웃기고 억지스럽다. 또 모든 일이 처리된 줄 알았는데 계속 이어지는 건 뭔가. 모르긴 몰라도 뭐가 부족하다는 생각에 작가나 감독이 계속 사족을 붙인 걸텐데 네버엔딩 스토리같은 느낌에 아주 짜증났다.

적어도 이 영화는 30분을 덜어냈어야 한다. 스릴러의 공식을 비껴가면서 지루함을 유발하려는 거면 성공했다. 그게 아니라면 정말 하고 싶은 얘기를 차례대로 정렬시키고 그 얘기와 특별하게 관계가 없다면 잘라내는 것이 바람직하다. 이 영화는 깔끔함의 미덕조차 없었다. 뻔하고 깔끔한 이야기보다 더 나쁜 건 황당하고 지저분한 이야기라고 생각한다. 이 영화는 후자였다. 더군다나 뭘 말하려고 하는 작품인지에 대한 생각도 별로 없는 듯 했다. 계속 되지도 않는 반전을 주려고 노력하기만 했지 이야기의 짜임새는 허술했다. 대체 이 영화가 말하려고 하는 게 뭐냐는 내 질문에 지인은 '핸드폰 때문에 이런 일도 있을 수 있다는 거 아냐?' 한다. 아니, 그건 주제 차원이 아니고 소재 차원이지 않을까? 

두 남자의 연기는 나쁘지 않은 수준. 그러나 아사직전의 영화를 살리기엔 부족했다.  

* 또 하나 최악이었던 것은 음악. 엄태웅은 트로트를 즐겨 듣는 캐릭터로 나오는데 그래서 그런지 모든 BGM이 뽕삘이다. 일부러 그런 것일까? 일부러 그랬다면 판단 미스고 심사숙고해서 만든 곡이 그렇다면 음악 감독은.......
되게 진지한 장면에서 무슨 가라오케 반주 음악으로 나올 법한 음악이 흘러나와 깜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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