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
추기경 김수환 - 김수환 추기경 회고록
김수환 구술, 재단법인 가톨릭평화방송 엮음, 조한건 감수 / 가톨릭출판사 / 2025년 11월
평점 :
성인이나 성직자들의 전기를 주기적으로 접하면, 바쁜 현대사회를 살아가는 내 모습이 어떠했는지를 되돌아볼 수 있다. 전쟁으로 불안전하고 가난한 나라에서 사랑을 아낌없이 주고 오셨던 이태석 신부님의 책을 뒤이어 접한 김수환 추기경님의 회고록은 더 넓은 의미의 이웃사랑을 알게 해 주셨다. 공포정치 시절에도 위험을 무릅쓰고 약한 노동자들과 학생들을 지켜주신 일화에서 알 수 있듯, 정치적인 문제를 떠나 예수님이 말씀하신 이웃을 사랑하는 것이 어떤 것인지를 몸소 보여주셨기 때문이다.
어렸을 때 논술을 배운 적이 있었는데 그때 주로 다뤘던 논제는 윤리 의식과 관련된 생명 존중 문제였다. 어른이 되고서야, 심지어는 아이를 갖고 나서야 생명이 왜 그토록 소중하다고 말하는지를 깨달았다. 원치 않는 임신을 한 사람들은 난임병원을 다니며 마음 졸이고 기대를 갖는 부부의 마음을 모를 것이다. 아이를 잃은 부모의 심정마저도 십분 이해하지 못할 것이다. 생명의 잉태와 관련한 문제를 넘어서, 가정에서든 시설에서든 영유아 대상으로 일어나는 사건이나 학교에서 벌어지는 청소년들의 사건, 더 나아가 사회 곳곳에서 생명 경시와 관련된 사건들이 수도 없이 들려온다.
김수환 추기경님은 청소년들에게 디지털 시대의 윤리를 가르쳐야 한다고 말씀하셨다. 그 말씀을 하셨던 시절보다 AI 기술이 더 발달한 현재에, 너무나도 필요한 교육이라 생각한다. 성인들도 스스로 윤리의식을 돌아보며 도덕성을 제고하는데 노력해야 하며 가톨릭 신자 또한 생명윤리에 대해 가벼이 생각하는 부분은 없는지 늘 생각해 보아야 한다. 그럼으로써 우리는 사회에 벌어지는 안타까운 사건∙사고들을 줄여나갈 수 있을 것이다.
김수환 추기경님께서 남기신 말씀, "서로 사랑하세요".
조금만 생각해 보면 어려운 것이 아니다. 나를 내려놓고, 색안경을 벗고, 시기, 질투, 미움을 내려놓고 순수히 누군가를 바라보기 시작한다면 세상이 조금은 아름답게 보일 것이다. 순수하게 웃는 아이들의 웃음을 내 눈과 귀와 마음과 머리에 담아두면 내 마음에도 한 줄기 밝은 빛이 생기기 마련이다. 그 빛과 누군가를 사랑해 줄 따뜻한 마음을 갖고 다가올 크리스마스와 한 해의 끝을 잘 맞이했으면 좋겠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