종군 신부 카폰 - 6·25 전쟁의 성인, 전장의 그리스도, 개정판 정진석 추기경 전집 4
아더 톤 지음, 정진석 옮김 / 가톨릭출판사 / 2021년 6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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6.25전쟁이라는 단어만 들어도 괜스레 코가 시큰해진다. 포항에서 있었던 학도병 전투를 비롯해, 1.4후퇴 때 할아버지가 겪으신 이야기, 138일 동안 방송을 통해 이루어진 이산가족 상봉 장면들이 떠오르기 때문이다. 이렇게, 6.25전쟁이라고 하면 흔히 우리나라 안에서 겪은 일만 떠올리고, 한국인 참전용사만 기리게 되지만 (그마저도 참전용사 대우를 제대로 못 받는 현실이 너무 안타깝다.) 우리에게 도움을 준 국가와 그 젊은 청년들의 희생 또한 기억해야 한다. 다행히 요즘은 다양한 방송매체를 통해 외국 참전용사들에 대해서도 접할 수 있게 되었다.

이 책을 읽기 전에는 이렇게 생각했다. '한국전쟁에 참전하게 된 신부님이구나. 그곳에서 어떤 일을 하셨을까. 무사히 귀환하여 좋은 생을 사셨을까.' 책을 읽기 전의 그 담담한 마음은 첫 장부터 말랑해져 눈물을 글썽였다. 카폰 신부님은 전쟁터 속 그리스도이셨다. 책을 읽는 내내 코가 시큰거리고 눈시울이 붉어졌다. '정말로 존경받으실 만한 분이다'라는 말로도 카폰 신부님을 표현하기가 어렵다.

이 책은 카폰 신부님의 이야기로도 가슴 벅차지만, 역자 추기경님에 대해서도 마음이 뭉클해졌다. 얼마 전에 선종하신 정진석 추기경님이 신학생 시절 번역하신 책이었고, 개정판이 나오기 전에 선종하셨기에 안타까운 마음이 가득했다. 정진석 추기경님은 카폰 신부님을 닮고 싶어 하셨는데 이 책을 읽고 나니 그 이유를 알 것 같았다.

우리는 '그리스도를 닮아'라는 말을 자주 듣지만 한낱 사람이기에, 어떤 상황에서든 인간적이고 비이성적인 면이 드러나고야 만다. 그렇기에 우리는 기도하고 회개하며 앞으로 나아가기를 원한다. 하지만 이성이 버틸 수 없는 전쟁터 속에서 카폰 신부님은 항상 이성적이셨고 그리스도 그 자체이셨다.

2000년대에 와서 우리는 편안하고 안정적인 삶을 살고 있는 듯하지만, 세계 곳곳에서는 아직도 전쟁으로 고통을 받고 있다. 평소에는 의무적으로 세계 평화를 위한 기도를 했는데 책을 읽고 나서야 전쟁은 언제나 가까이 있음을 깨닫고 진심을 다해 세계 평화를 위한 기도를 해야겠다는 다짐을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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