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적 - 과학으로 검증받은 경이로운 진실
파트리크 스발키에로 지음, 이재정 옮김 / 가톨릭출판사 / 2021년 5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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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 글에는 스포일러가 포함되어 있습니다.

 

성경에서 나오는 예수님의 기적은 어떤 것일까.

물을 포도주로 만들고, 떡 5개와 물고기 2마리로 5천 명을 먹이고, 죽은 이를 살리거나 병든 이들을 고쳐주는 등 제자들이 기록한 복음서에서 예수님의 기적을 접할 수 있다.

사도들을 비롯한 성인들은 기적을 경험하였는데, 경험한 기적은 교회의 검증을 거쳐 인정받게 된다. 하지만 인정을 받기까지 까다롭고 신중한 절차가 있기에, 인정받지 못한 경우가 많다.

이런 기적을 잘못된 방향으로 이용하여 이단의 길로 접어드는 사례도 볼 수 있다.

2년 전 우연히 알게 되었던 그 사례는, 성모님의 눈에서 피가 흐른다거나 입속에서 성체가 피와 살이 되었다고 주장하였다. '기적' 책을 읽으며 2년 전 접했던 이 사례의 근황이 궁금하여 찾아보았는데 결국은 이단으로 변질되었다는 걸 알게 되었다. 4년 전 OCN에서 방영되었던 '구해줘'의 마지막 회에 나왔던 교단의 명칭과 비슷하여 씁쓸함을 감출 수 없었다.


그렇기에 우리는 기적을 올바르게 식별하는 기준이 필요하다.

1. 기적과 교회의 가르침은 서로 일치하거나 연관성이 있어야 한다.

2. 그 어떤 기적도 신앙의 대상이 아니다.

3. 기적은 창조 질서를 변화시킨다.

4. 기적은 표징이다.

5. 기적은 인간 고유의 주체성을 없애지 않는다.

6. 기적은 실제로 물질적인 형상이지만 보이지 않는 세계에서 온 표징이다.

책에서 다루는 기적은 발현을 비롯하여 성유물, 토리노의 수의, 성흔, 벽곡, 부패하지 않는 시신, 일반 사람들에게 나타난 기적 등에 대해 서술했다. 알고 있는 것도 있었지만 처음 접하는 사례들이 많아 흥미를 이끌었다.

-발현

사람들은 기적의 메달 성당, 라 살레트, 루르드, 퐁맹, 노크, 바뇌, 보랭, 파티마 등과 같이 세상에서 유명한 성모님 발현과 관련된 성지들에 대해서 잘 알고 있다. 각 성지에서는 말로 설명하기 힘든 수많은 치유가 일어났었고 또 지금도 일어나고 있다.

그러나 루르드나 파티마의 경우처럼 교회에서 인정을 받았더라도 발현 자체를 믿어야 한다는 강요를 받아서는 안 된다. 실제로 초자 연적 놀라운 현상은 부차적이고 주변적인 것이다. 교회에서 공인된 발현의 사례를 보면 성모님께서 한 명 혹은 여러 명의 목격자들을 통해서 전해 주신 메시지들은 교회가 결정한 신앙 규범의 정식을 확증해 준다는 것을 알 수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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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음식을 먹지 않고 사는 현상, 벽곡

벽곡은 현재의 지식수준으로는 도저히 설명할 수 없다. 때로는 벽곡과 단식을 혼동하기도 하는데, 이 둘은 서로 많이 다르다.

벽곡은 음식물에 대한 단식이 정점에 달하고 연장되는 형태인 '종교적 금식'이나 '거룩한 금식'과 가끔 혼동되기도 한다. 그러나 기록된 자료들이 부족하고 많은 점에서 의학 지식이 발달되지 않았던 지난 수세기 동안 해 온 종교적 금식과 벽곡을 구별하는 일은 쉽지 않다.

라틴어 '이네디아'(Inedia, 굶음)에서 나온 '벽곡'은 종교적인 차원에서 보면 오직 성체만 영하면서 완전하고 지속적으로 음식물을 섭취하지 않는 것을 의미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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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유루 현상

유루 현상은 이콘처럼 종교적 형상이나 예수님, 혹은 성인의 형상에서 피나 눈물이 흘러내리는 것이다. 유루 현상은 여러 세기 동안 자주 등장한다. 그러나 이 현상은 속임수와 사기가 많이 존재하는 사례라서 의심을 많이 받기도 한다.

때로는 성상이나 이콘 등과 같이 제공된 형상을 분석하여 속임수를 찾아낼 수 있다. 석고나 나무로 만든 성상에서 눈으로는 찾아낼 수 없을 정도로 얇은 주사기로 작은 구멍을 통해 색소가 든 액체를 분사한다거나, 성상의 아래쪽이나 뒤쪽에 은밀히 액체가 담긴 작은 관이나 작은 병을 설치해 액체를 흘려 내보내기도 한다.

그렇지만 가톨릭 교회는 기적적인 유루 현상을 보여 준 여러 사례들을 인정하였다. 성모님의 발현처럼 이 유루 현상에 관해서도 수세기에 걸쳐 이야기들이 수집되었다는 것을 고려해 보면 이 현상의 수는 매우 적다고 할 수 있다. 대략 300개 정도밖에 되지 않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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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시신이 부패하지 않는 현상

사르벨리오 성인이 선종한 지 54년이 지난 1952년 8월에 마론교 총 대주교가 참석한 가운데 진행된 시신 발굴에서도 참관한 이들이 경악할 만한 일이 벌어졌다. 발굴한 시신을 관찰해 보니 1898년에 성인이 선종한 이후로 변화한 것이 전혀 없었기 때문이다. 시신의 피부와 근육은 탄력을 유지하고 있었고, 마치 살아 있는 사람을 보는 것 같았다.

사르벨리오의 관을 열었을 때 시체 특유의 냄새가 난다고 생각한 사람은 아무도 없었다. 오히려 관에서 '거룩하게 느껴지는 향기'가 분명히 풍겨 나왔고, 말로 설명하기 힘들지만 어디서나 맡을 수 있는 그런 향기가 났다.

그해, 교황청은 사르벨리오의 시복을 결정하였다. 몇 년간 수많은 조사와 과학적 분석을 마친 뒤에 내린 결론은 "주기적으로 관찰된 현상들은 현재의 지식으로는 설명할 수 없다."라는 것이었다. 사르벨리오의 중재를 통해 곳곳에서 이루어진 치유에 관한 수많은 이야기 역시 그의 시복에 영향을 미쳤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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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치유 기적

귀머거리, 눈먼 이, 나병 환자 등 다양한 중병을 앓는 이들을 치유하는 기적이 많이 행해졌다. 어떤 사람은 치유 기적을 이렇게 설명한다.

첫 번째, 치유된 사람은 실제로 아무런 고통이 없는데 치유를 받았다. 두 번째, 복음사가들은 예수님의 행동에 경이로움, 기적을 더 부각시키기 위해 이야기들을 수집하였다. 세 번째, 예수님께서 쫓아낸 악령은 악령이라기보다 정신적인 불안일 뿐이었다.

치유를 기적으로 받아들인다면 예수님께서 치유자의 '은총'을 받아 환자들의 신체 기능을 회복시켰음을 믿을 것이다. 그러나 예수님께서 행하신 치유에는 놀라운 점이 있다. 역사 안에서 이루어진 치유와 거의 같다는 것이다. 예수님께서 일으키신 치유 기적들은 어느 것 하나 예외 없이 모두 종교적으로 회심하도록 하였거나 치유받은 사람의 신앙이 더 깊어지도록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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예수님께서 행하신 기적은 명확하게 성경에 뿌리를 두고 있다. 이는 예수님을 어떤 '초인'적인 위치에 올려놓으려는 것이 아니라 하느님과 같은 분이심을 드러내려는 것이다. 그 당시 어떤 마술사도 4복음서처럼 기록이 남겨지지 않았다. 4복음서는 살아 있는 사람에 관한 보고서가 아니라, 부활의 빛을 받은 신자들이 작성한 영성 서적이기 때문이다. 부활처럼 4복음서 모두에 기록된 기적이나 각각의 복음서에 기록된 예수님의 기적은 역사성을 지니고 있다.

기적은 항상 경이로운 사건인지 누군가 묻는다면 우리는 '항상 경이로운 것'이라고 대답하려는 경향이 있다. 기적은 종교적인 영역이고 신학적인 개념이기 때문에, 기적의 진위 여부는 언제나 예외 없이 그리스도교 신앙에 비추어 교황이나 주교에게 승인을 받아야만 한다.

모든 기적은 신경에서 고백하듯이 비가시적인 세상의 실재를 경계 짓는 베일의 작은 조각을 들어 올리는 것이라 할 수 있다. 이런 측면에서 그리스도의 부활은 종교적 범주에 속한다. 부활을 사실에 근거한 방식으로만 이해하려고 한다면, 우리는 부활의 가장 본질적인 부분을 잘라 내고 이해하려는 것과 같다.

인간은 기적 앞에서 토마스 사도처럼 행동하게 된다. 이런 토마스 사도에게 하신 예수님의 대답은 시간을 초월하여 모든 신앙인들에게 해당된다. 이는 기적을 그대로 받아들이라고 초대하는 것이 아니라 오히려 참된 신앙인이 되라고 초대하는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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