혼자서 마음을 치유하는 법
홍성남 지음 / 가톨릭출판사 / 2021년 1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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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 글에는 스포일러가 포함되어 있습니다.

쏟아지는 자기 계발서와 심리도서 속에서, 따사로운 햇살 아래 여유롭게 차 한잔하며 일상 대화를 나누는 것 같은 내음을 풍기는 도서가 출간되었다. 때로는 담백하게, 때로는 단호하게 조언을 듣는 것 같아, 벌써 저자 신부님과 내적 친분이 생긴 것 같은 착각에 빠져들기도 한다. 내용이 어렵지 않아 금방 훌훌 읽어가다 보면 어느 꼭지에서는 '신부님, 벌써 끝났어요? 좀 더 듣고 싶어요!' 하고 홀로 아쉬움을 토로하기도 했다.

'내가 상담가도 아닌데 어떻게 나 혼자서 마음을 치유하지?'라고 생각할 수 있을 거란 신부님의 걱정과는 달리, 내겐 책의 제목이 상당히 매력적이었다. 별도의 멘토나 담당의가 없는 사람에게 '혼자서 마음을 치유하는 법'은 삭막한 세상을 살아가는 법 중 하나처럼 느껴지기 때문이다. 멘토나 담당의가 있다고 하더라도, 내 마음속 꺼낼 수 없는 이야기는 스스로만이 돌아보고 어루만질 수 있기에 이 책은 누구에게나 필요하고 한 번쯤은 읽고 스스로를 돌아 볼 필요가 있다.

책은 한 꼭지가 끝날 때마다 스스로에게 질문해 보는 시간을 준다. 질문에 답하는 시간 속에서 나를 되돌아보고 외면해왔던 나의 모습과 대면하는 순간이 찾아온다. 전쟁터 같은 사회 속에서 살아남기 위해, 무심결에 던진 돌에 맞아 죽는 개구리가 되지 않기 위해 나의 나약함과 약점이 될 만한 모습을 내 안의 구석에 감춰놓은 세상의 사람들에게, 나의 모든 면과 대면하고 내 안의 상처를 치유하게 유도한다. 내면의 상처는 스스로 인식하고, 치유하지 않으면 외적으로 성장하더라도 내적으로는 그 안에 머물러 있을 수밖에 없다. 타인과의 상담을 통해 심리적인 문제를 일시적으로 해결할 수 있지만, 스스로를 들여다보고 부족한 모습도 사랑하고 보듬어야만 근원의 치유가 되고 내적인 성장을 할 수 있다는 것이다.


내 마음을 돌보려 할 때 가장 먼저 가져야 할 자세는 완벽해지려고 해서는 안 된다는 것이다.

완벽해지려고 스스로를 억압하다 보면 마음은 전혀 치유되지 않는다.

완벽해지려고 하면 할수록 약하고 부족한 자기 모습만 선명히 보일 뿐이다.

우리 인생은 마음이 만드는 파도에 따라 항해하는 쪽배와 비슷하다.

잔잔할 때도 있고, 적당히 출렁거릴 때도 있으며, 큰 파도와 만날 때도 있다. 그러니 항상 잔잔할 수는 없는 것이다. 다만 파도가 너무 심해지는 것은 피해야 한다.

파도가 너무 심해져 쪽배가 뒤집어지면 정신적으로 무너지게 된다.

이 마음의 파도는 바로 나 자신이 만든 것이다.

-25p

내 마음속에 상처가 많다면 가장 낮은 단계의 신앙생활을 하는 것이 좋다.

이 낮은 단계의 삶은 마치 어린아이가 되는 것과 비슷하다.

부모님께 청하듯 하느님께 간절히 기도드리고, 충분한 사랑을 받도록 노력해 보는 것이다.

산 정상에 오르기 위해 반드시 암벽 등반을 해야 하는 것은 아니다.

등산로를 따라 천천히 올라가도 괜찮고, 몇 번이라도 쉬어도 좋다.

올라가다가 숨이 차면 주변의 경치도 보고, 물도 한잔 마시는 여유가 필요하다.

그래야 조금 늦더라도 정상에 오를 수 있다. 설령 정상에 오르지 못해도 상관없다.

산에 머무는 시간 자체가 행복했다면 그것만으로도 의미 있는 일이니 말이다.

-37p

“자신의 이상과 실제 자신의 모습이 일치하지 않을 때 우리는 몹시 괴로워한다.

이런 경우 보통은 이렇게 되지 못하도록 하는 근원에 대한 공격성을 보이는데,

마음이 건강하지 못한 경우에는 이러한 상실 자체를 부정하게 된다.”

테이야르 드 샤르댕 신부는 “인간은 그리스도로 향해서 진화하는 존재”라고 했다.

이처럼 과거를 경험으로 받아들이고, 진화의 길을 가는 것이 바람직하다.

이것이 방향 전환이란 의미의 ‘회개’라 할 수 있다.

과거의 일들 중 잊지 못한 기억이 있다면 그것을 어떻게 바라보고 있는지 생각해 보자.

이런 작업은 진정으로 과거를 받아들일 수 있도록 하는 동시에,

앞으로 나의 성장을 위한 발판으로 삼는 밑 작업이 될 것이다.

-54p

이상이 높은 만큼 타인에게도 완벽함을 요구하며,

타인에게 베푸는 친절이 내게 약점으로 돌아올 거라 생각하기도 한다.

이런 방어 기제는 오히려 인간관계의 담을 높일 뿐이다.

그래서 이런 이들 곁에 선뜻 다가가기 어려워하는 사람들이 많다.

혹시라도 나의 실수나 점을 보일까 염려스러운 마음이 크기 때문이다.

자신의 허물이나 약점을 부끄럽게 여기지 않고,

스스로 망가지는 모습을 보이는 이들에게 인간미가 느껴지는 이유가 바로 여기에 있다.

누구나 약간은 비정상이라는 생각을 가지면 타인에게도 더 이상 완벽함을 요구하지 않는다.

삶에서 맞닥뜨리는 여러 문제나, 인간관계에서 유연함을 약간만 발휘해도 한결 마음이 편해진다.

그러면 상대방도 내가 저지른 실수나 허물을 더 너그럽게 대할 수 있게 되기 때문이다.

-67p

외로움의 늪에 마냥 빠져 있을 것이 아니라, 이를 털고 일어날 수 있도록 해야 한다.

처음에는 나를 이해해 주는 타인과 어울리는 과정부터 시작하며 외로움을 이길 수 있는 힘을 찾도록 해 보자.

그리고 어느 정도 정신 건강이 성숙해진 다음부터는 내 마음에 대한 탐구를 시작하는 것이다.

피정이 아니더라도 일상 안에서 홀로 조용히 머무르는 시간을 가져보자.

이때 휴대폰은 잠시 꺼 두도록 한다.

볕이 잘 드는 곳에 앉아 내 마음 상태가 어떤지,

외로움을 느끼고 있다면 왜 그런 것인지 적어 보는 것도 좋다.

이처럼 외로움을 잘 다루는 방법은

무엇보다도 자기 이해와 돌봄을 하는 것에서 시작한다는 사실을 잘 기억해 두면 좋겠다.

-88p

상담을 하다 보면 어린 시절에 받았던 상처를 이야기하며 우는 이들을 많이 만난다.

심리학자 칼 융은 이런 현상에 대해 “모든 성인의 삶 안에는 어린아이가 한 명 숨어 있다.

이 아이는 영원한 어린이로 남아 있다.

늘 무언가가 되어 가고 있으나 결코 완성되지 않고, 끝없는 보살핌과 관심을 요구한다.

이 내면의 어린아이를 다시 일깨우는 것이 의미 있는 생명을 만드는 것이다.”라고 말했다.

이처럼 우리 마음속에 웅크리고 있는 어린아이가 받았던 상처와 기억이

성인이 된 지금도 자꾸 발목을 붙잡는 것이다.

그래서 이런 것들을 떨쳐 버리고 과거의 불우한 기억과 마주할 용기가 있어야 한다.

상처 부위에 흙을 문질러 더 악화시킨다고 생각할 수 있으나,

내재아는 회피할수록 더욱 집요하게 따라 붙는다.

-95p

남을 돕는 사람은 마음에 여유가 있기에 행복해 보일 수밖에 없다.

마음에 여유가 없으면 앞날에 대한 불안과 두려움, 걱정에 쫓기면서 사느라 주변을 살피지 못한다.

그리스 철학자 데모스테네스는 “원하는 것을 가질 수 있다면 큰 행복이다.

하지만 그보다 더 큰 행복은 갖고 있지 않은 것을 원하지 않는 것이다.”라고 말했다.

한 번쯤 새겨들을 필요가 있는 말이다.

내가 가진 것에 만족하며 기꺼이 남을 돕고,

자신에게 주어진 일에 충실한 가운데 좋은 지인을 많이 사귈 수 있도록 노력해 보자.

내 인생의 질이 달라지는 것을 느낄 수 있을 것이다.

-122p

때로는 인간관계에서 선을 긋는 것이 중요하다.

선을 긋는다는 것은 자신을 존중하는 의미로 자기 주변에 그어 놓은 확고한 행동 기준이다.

어떤 식이든 타인이 폭력을 행사한다면 확실하게 싫다는 의사 표시를 하고,

내가 존중받을 권리를 주장해야 한다.

상대방을 자기 뜻대로 하려고 공격적 통제 방식을 쓰는 사람에게는

그런 식으로는 원하는 것을 얻을 수 없다는 것을 명백히 보여 주어야 한다.

선 긋기는 건강한 삶을 위해, 또 내가 진정한 나로서 존중받기 위한 방법이라는 것을 잘 기억해 두어야 한다.

특히 선을 긋는다는 것은 나를 존중할 뿐만 아니라, 타인을 배려하고 존중하는 것이다.

그리하여 타인과 건강하고 성숙한 관계를 맺을 수 있을 것이다.

-132p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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