내게 없는 미홍의 밝음 - 2017 세종도서 문학나눔 선정도서
안지숙 지음 / 산지니 / 2016년 12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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안지숙 작가의 단편소설 중 특히 '청게'를 주목하여 읽었다.

화자는 어릴 때부터 주변 사람들이 하나 둘, 떠나는 아픔을 겪는다. 함께 살았던 아버지는 청게를 잡다가 뱃전에 머리가 부딪혀 떨어져 죽고, 몇 년째 소식을 끊었던 엄마는 귀가했다가 사흘 뒤 외할머니에게 화자를 맡기고 홀연히 떠나버린다. 외할머니는 다시 삼촌집에 화자를 맡긴다. 전학 간 학교에서 반 아이들의 놀림감이 되어 놀이기구를 타다 튕겨 나가 바닥에 떨어진다. 이처럼, 화자는 세상으로부터 소외되고 고독한 존재로 남는다. 삼촌 집에서 함께 살게 된 사촌인 지니는 엄마의 부재에 대한 대리보상의 존재이다. 화자는 4년동안 모은 오피스텔 전세금으로 지니와 함께 살기위해 오피스텔을 계약하지만, 지니가 운전하는 차량에 함께 타고가다 사고가 나고, 화자의 계획은 물거품이 되어버린다. 사고를 당한 화자는 처음 이상이 없다던 의사의 말과는 달리, 화자는 어느 날, 자신의 온 몸으로 멍이 번지고 목구멍 목젖 뒤로 퍼런 녹이 끼어 있는 것을 발견한다. 보름 후에는 혈소판감소증이라는 진단을 받는다. 움직일 때마다 관절에서 덜거덕거리고, 손과 발이 따로 놀게 된다. 비곗살이 빠져나가고 질긴 살가죽이 뼈를 감싸면서 팔다리의 등과 어깨가 막대아교처럼 딴딴해지고 뱃속 덩어리가 물렁살을 뚫고 전신을 덮어쓴다. 화자는 냄새가 난다는 이유로 문간방에 갇힌다. 믿었던 지니 역시, 화자의 오피스텔 전세금을 빼내려는 속내를 드러내며 화자의 믿음을 배반해버린다.

온 몸이 서서히 청게로 변해 버린 화자는 자신을 멸시하고 무심하게 대했던 지니와 삼촌가족을 차례로 삼켜버린다. 세상과 단절되고 고독하게 남겨지며 무력했던 화자는 청게가 되어서야 자신의 힘을 보여줄 수가 있는 것이다. 어쩌면 화자는 자신을 외롭게 했던 사람들을 삼키면서 영원히 그들과 함께하는 방법을 택한 것이리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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