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당신의 뇌가 사랑을 의심할 때 - 관계 번아웃에 빠진 커플을 위한 실천 뇌 과학
다니엘라 베른하르트 지음, 추미란 옮김 / 불광출판사 / 2022년 1월
평점 :
독일의 베테랑 심리치료사가 뇌과학과 심리학을 바탕으로 관계 번아웃(burnout)에 빠진 커플(부부)들의 문제점을 진단하고, 그에 대한 솔루션을 제시하는 아주아주 실용적인 책. 문사철 계통 순수학문이 아닌 이런 류의 대중서를 정독한 건 이번이 처음이다. 따라서 소감은 둘째치고, 읽어나가는 과정 자체가 신선한 경험이었다.
오래된 연인이나 부부를 대상으로 한 책이라는 선입견 때문에, 읽기 전에는 연인도 배우자도 없는 내가 책 내용에 얼마나 공감할 수 있겠나 하는 의구심이 들었다. 하지만 책을 펼치고 얼마 지나지 않아 유쾌하면서도 뼈를 때리는 저자의 진단에 연신 고개를 끄덕이며 몰입해서 읽게 되었다. 그만큼 파트너의 유무에 관계없이 누구나 공감할 수 있고, 누구에게나 적용될 수 있는 조언들이 대부분이었다.
책의 내용은 크게 '나'에 대한 이해에서 출발하여 파트너와의 관계 회복, 사랑의 회복 순으로 이루어져 있다. 그 중 여섯 번째 챕터까지는 스스로를 돌아보고 자신에 대한 애정과 존중을 회복하는 데 초점을 둔다. 문제와 해법의 근원을 '나 자신'으로부터 찾는 점에서 불교적 접근법과도 궤를 같이한다는 생각이 들었다.
저자는 앞의 여섯 챕터에 걸쳐 완벽주의자들이 번아웃에 특히 취약하다고 지적하며 그런 사람들이 보이는 태도와 문제점들을 조목조목 밝히고 있는데, 나한테도 해당되는 이야기들이 많았다. 이런 '번아웃' 문제는 비단 연인 사이만이 아니라 사회에서의 인간관계, 넓게는 직업이나 공부에 있어서도 비슷한 양상으로 나타난다고 본다. 누군가, 혹은 무언가를 사랑하지만 기대했던 반응이 돌아오지 않아 지쳐가는 이들이라면 이 책을 통해 심리적 위로와 문제해결의 아이디어를 얻어갈 수 있을 것이다.
파트너와의 원활한 의사소통, 역할분담, 성생활 등을 다룬 후반부 두 챕터의 경우 아직 경험해보지 못했기 때문에 우리 부모님을 떠올리면서 읽어나갔다. 부모님의 평소 대화나 습관들을 책의 설명과 견주어 보니 조금이나마 공감이 갔고, 두 분에게 필요하다고 생각되는 부분들도 있었다. 만약 인연의 소산으로 나중에 장기 연애나 결혼을 하게 된다면 이러한 내용들이 훨씬 와닿지 않을까 싶다.
유머러스한 필치로 현실적이고 쉽게 실천 가능한 조언들을 제시하고 있지만 그렇다고 너무 가볍지만도 않았다. 깊이와 재미가 적당한 균형을 이룬 책이다. 커플이나 부부라면 함께 읽어보시기를 권하고 싶다. 부모님께 선물하는 것도 추천.
"불만은 시간이 부족해서가 아니라 즐길 수 없어서 생깁니다. [...]가치와 목표가 일상의 활동과 조화를 잘 이룰 때 균형 잡힌 삶을 살고 내면으로부터 만족할 수 있습니다." (p.180)
"사람은 누구나 공감과 이해를 받고 난 다음에야 해결책이 눈에 들어옵니다." (p.219)
"영원함과 안정이 늘 좋은 것만은 아닙니다. 행복한 관계를 오랫동안 유지하기 위해서는 습관 유지가 아니라 변화 모색이 그 목표가 되어야 합니다." (p.303)
※ 출판사에서 도서를 제공받아 읽은 뒤 작성하였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