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철학자의 불교 공부 노트
지지엔즈 지음, 김진무.류화송 옮김 / 불광출판사 / 2022년 4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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대만 철학자 지지엔즈 교수의 불교 입문서. 불교의 주요 사상 및 수행법의 원리를 동서양 철학과 연결하여 알기 쉽게 설명한 책이다. 저자는 불교의 핵심 목표를 '이고득락(고통을 떠나 즐거움을 얻음)'이라 보고, 수많은 불교 사상과 수행법이 어떻게 이고득락의 실현에 도움이 되는지 논리적으로 해명한다.

불교는 종교와 철학의 측면을 모두 갖고 있기 때문에 어느 쪽으로도 설명이 가능하지만, 그렇다고 어느 한쪽에 치우쳐서는 전체를 온전히 파악할 수 없다. 이 책은 그러한 두 측면을 이고득락이라는 대주제 안에서 조화시키며 시종일관 적절한 균형을 유지하고 있다. 저자는 철학과 논리적 사유를 바탕으로 접근하면서도, 논리만으로 이해할 수 없는 체험의 영역을 기꺼이 인정하고 이론과 실천을 함께 강조한다. 불교학 전공자로서 이런 균형잡힌 관점을 본받고 싶다.

너무 난해하지도, 그렇다고 너무 가볍지도 않은 적당한 입문서이자 교양서. 불교사상과 철학 일반에 관한 지식을 동시에 얻을 수 있다는 점이 이 책의 큰 장점이다. 불교 공부의 방향을 잡고 싶은 초심자, 교양 차원에서 불교사상을 배우려는 분, 불교와 동서양 철학의 비교에 관심이 있는 분 등 다양한 독자들의 니즈를 충족시켜 줄 수 있을 것이라 생각한다.

"첫째, 불교를 배우는 궁극적인 목적은 바로 성불하는 것이다. 둘째, 불교를 배우는 가장 기본적인 목적은 '이고득락'이며, 번뇌와 고통으로부터 해탈을 얻는 것이다." (p.29)
"만약 불교를 공부하려는 목적이 이고득락의 효과를 얻으려는 것이라면 불교를 자기와 무관한 학문으로만 여겨 연구해서는 안 되며, 반드시 시시각각 마음속으로 돌이켜 검증해야 한다." (p.73)
"똑같지는 않더라도 표현하기 쉬운 서양 철학의 관점을 보조수단으로 삼으면 불교 속에 있는 큰 지혜를 배우는 데 도움이 될 것이다." (p.118)

* 출판사에서 도서를 제공받아 읽은 뒤 작성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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인생의 모든 문제에는 답이 있다 - 문제에 대한 본질적인 통찰과 7가지 영적 해결법
웨인 다이어 지음, 이재석 옮김 / 불광출판사 / 2022년 2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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미국의 심리학자이자 영적 멘토인 웨인 다이어 박사의 저서. 동서양을 대표하는 성현들의 가르침을 바탕으로 삶의 여러 문제들에 대한 '영적 해결책'을 제시한다. 일단 저자는 굉장히 솔직한 분인 것 같다. 자신의 경험을 가감 없이 밝히고, 필요하다면 '흑역사'(분노를 다스리지 못한 경우라든지)까지도 기꺼이 사례로 제시한다. 오히려 그런 겸손함과 솔직함에서 신뢰감을 느꼈다.

모든 문제에는 영적인 해결책이 존재한다는 것이 이 책의 핵심 메시지이다. 그 해결책이란 문제 자체를 놓고 고민하는 대신, 그것을 문제라 여기며 괴로워하는 자신의 관념에서 벗어나 내면의 신성(불교 식으로 표현하자면 불성, 주인공 등)에 내맡기는 것이다. 문제라는 현상에 매달리지 말고 근원으로 관심을 돌려 근원의 차원에서 문제(라고 생각했던 것)의 본질을 직시하라는 뜻으로 보인다. 저자는 그러한 작업을 "의식의 진동 상태를 영(Spirit)의 주파수에 맞추는 것"으로 비유한다. 이 책의 독특한 표현방식이다.

개인적으로 요즘 인간관계에서 계속 스트레스를 받는 요인이 하나 있었다. 신경은 쓰이는데 내가 어떻게 컨트롤할 수 있는 상황도 아닌지라 속만 끓이면서 지냈다. 책을 읽고 보니 나 역시도 해결책을 찾는답시고 문제를 자꾸 떠올리며 의미부여를 하고 있다는 것을 알게 되었다. 문제가 내 마음속에 더 크게 자리잡도록 생명력과 양분을 공급해왔던 셈이다. 같은 맥락에서, 업보니, 습관이니, 번뇌망상이니 하는 것들도 내가 이름을 그렇게 붙임으로써 실체화시키고 있는 것은 아닐까 한다. 그냥 알아차리고, 즉각 내려놓으면 그뿐인데.

일상 속에서 자신의 힘과 노력만으로 해결되지 않는 문제를 맞딱드린 분들은 이 책에 나오는 방법을 적용해 보면 좋을 것 같다. 특히 인간관계로 인한 문제에서 빛을 발할 내용들이 많다. 다양한 종교 전통의 스승들이 언급되기 때문에 일종의 종교 간 대화를 맛볼 수 있다는 점도 매력적.

"에고가 만들어낸 오감(생각, 감정)은 당신 자신이 아니다. 대신 당신을 무한의 일부로 바라보라. [...]자신을 감각과 욕망 대상으로 동일시하는 것이 무지이다." (p.48)
"누군가 싫다거나 밉다는 생각은 당신 내면에서 일어나는 경험일 뿐이다. 우리는 모든 것을 내면에서 경험한다. 믿지 않는 것에 에너지를 보내지 않을 때 삶의 문제는 즉각 종결된다." (p.109)
"영적 해결책을 찾는다는 것은 우리를 무력하게 만드는 수치심, 죄책감, 분노, 비난의 힘을 내려놓는 것을 말한다." (p.213)

* 출판사에서 도서를 제공받아 읽은 뒤 작성하였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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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0대를 위한 반야심경 - 내 마음의 좋은 습관 기르기
사이토 다카시 지음, 이미령 옮김 / 불광출판사 / 2022년 2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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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목처럼, 《반야심경》에 담긴 가르침을 10대 어린이~청소년들의 눈높이에 맞춰 '쉽게' 해설한 책. 큼직한 글씨, 귀엽고 아기자기한 일러스트, 짧은 분량 등 여타의 불교 서적(특히 경전 해설서)들과는 사뭇 다른 특징들이 돋보인다. 아무래도 주요 독자층을 감안하여 최대한 읽는 데 부담을 주지 않으려는 배려인 듯.

불교와 같이 방대하고 복잡한 사상체계를 누구나 이해하기 쉽게 설명한다는 건 매우 어렵고, 또 상당한 리스크를 지닌 작업이다. 쉬운 표현에만 중점을 두다 보면 지나친 단순화로 인해 수박 겉핥기에 그치거나 아예 잘못된 고정관념을 양산하는 경우도 왕왕 있기 때문이다. 이 책은 그러한 함정에 빠지지 않고 시종일관 편안한 분위기를 유지하면서도 경의 핵심을 정확하게 짚어준다. 책의 곳곳에서 저자가 지닌 내공(?)의 깊이를 느낄 수 있었다. 불교학 전공자들 분발해야...

또 한 가지 주목할 만한 포인트. 이 책은 형식적인 면만 놓고 보면 경문과 번역을 제시하고 그에 대한 해설을 덧붙이는 전통적인 경전 해설서의 구성을 따른다. 하지만 그 접근 방식은 이론적 풀이보다는 철저히 독자들의 효용에 초점을 두고 있는 것 같다. 즉, 《반야심경》을 읽고 경의 가르침에 따라 세상을 바라보면 '뭐가 좋은지' 알려주는 내용이 큰 비중을 차지한다. 저자는 《반야심경》 공부가  '마음을 편안하고 행복하게 만드는 연습'임을 반복해서 강조한다.
경전의 역할이 중생의 고통을 치료하는 '약' 혹은 깨달음으로 건너가는 '뗏목'과도 같다는 점을 감안하면 복잡한 교학적 설명보다 오히려 경전 본연의 기능에 충실한 접근이라는 생각이 든다. 불교학 전공자들 분발해야(2)

어린 자녀들에게 불교와 인연을 맺어주고 싶은 불자 부모님들이라면 이 책으로 시작해보는 걸 추천드린다. 혹은 10대가 아니라도 불교를 처음 접하는 분이거나, 《반야심경》에 담긴 의미가 궁금한 불자들이 입문용으로 거쳐가면 좋을 책이다. 그런 의미에서 책 제목을 '아이와 함께 읽는 반야심경'으로 했으면 어떨까 싶다.

여러분을 지금 힘들게 하고 있는 여러 가지 일들이 본래는 없는 것이라고 한다면, 어때요? 마음이 가볍고 기분이 좋아지지 않겠어요? (p.18)

여러분이 걱정하고 화내는 일도 기준을 달리해서 생각하면 그다지 큰 문제가 아닐 수도 있습니다. (p.40)

올바른 깨달음이란 무엇일까요? 그것은 지금까지 몇 번이나 되풀이해서 말한 "없다, 없다"라고 하는 것입니다. 다시 말해서, 모든 것은 실체가 없는 빈 것(공)이라는 앎이지요. (p.64)

※ 출판사에서 도서를 제공받아 읽은 뒤 작성하였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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당신의 뇌가 사랑을 의심할 때 - 관계 번아웃에 빠진 커플을 위한 실천 뇌 과학
다니엘라 베른하르트 지음, 추미란 옮김 / 불광출판사 / 2022년 1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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독일의 베테랑 심리치료사가 뇌과학과 심리학을 바탕으로 관계 번아웃(burnout)에 빠진 커플(부부)들의 문제점을 진단하고, 그에 대한 솔루션을 제시하는 아주아주 실용적인 책. 문사철 계통 순수학문이 아닌 이런 류의 대중서를 정독한 건 이번이 처음이다. 따라서 소감은 둘째치고, 읽어나가는 과정 자체가 신선한 경험이었다.

오래된 연인이나 부부를 대상으로 한 책이라는 선입견 때문에, 읽기 전에는 연인도 배우자도 없는 내가 책 내용에 얼마나 공감할 수 있겠나 하는 의구심이 들었다. 하지만 책을 펼치고 얼마 지나지 않아 유쾌하면서도 뼈를 때리는 저자의 진단에 연신 고개를 끄덕이며 몰입해서 읽게 되었다. 그만큼 파트너의 유무에 관계없이 누구나 공감할 수 있고, 누구에게나 적용될 수 있는 조언들이 대부분이었다.

책의 내용은 크게 '나'에 대한 이해에서 출발하여 파트너와의 관계 회복, 사랑의 회복 순으로 이루어져 있다. 그 중 여섯 번째 챕터까지는 스스로를 돌아보고 자신에 대한 애정과 존중을 회복하는 데 초점을 둔다. 문제와 해법의 근원을 '나 자신'으로부터 찾는 점에서 불교적 접근법과도 궤를 같이한다는 생각이 들었다.

저자는 앞의 여섯 챕터에 걸쳐 완벽주의자들이 번아웃에 특히 취약하다고 지적하며 그런 사람들이 보이는 태도와 문제점들을 조목조목 밝히고 있는데, 나한테도 해당되는 이야기들이 많았다. 이런 '번아웃' 문제는 비단 연인 사이만이 아니라 사회에서의 인간관계, 넓게는 직업이나 공부에 있어서도 비슷한 양상으로 나타난다고 본다. 누군가, 혹은 무언가를 사랑하지만 기대했던 반응이 돌아오지 않아 지쳐가는 이들이라면 이 책을 통해 심리적 위로와 문제해결의 아이디어를 얻어갈 수 있을 것이다.

파트너와의 원활한 의사소통, 역할분담, 성생활 등을 다룬 후반부 두 챕터의 경우 아직 경험해보지 못했기 때문에 우리 부모님을 떠올리면서 읽어나갔다. 부모님의 평소 대화나 습관들을 책의 설명과 견주어 보니 조금이나마 공감이 갔고, 두 분에게 필요하다고 생각되는 부분들도 있었다. 만약 인연의 소산으로 나중에 장기 연애나 결혼을 하게 된다면 이러한 내용들이 훨씬 와닿지 않을까 싶다.

유머러스한 필치로 현실적이고 쉽게 실천 가능한 조언들을 제시하고 있지만 그렇다고 너무 가볍지만도 않았다. 깊이와 재미가 적당한 균형을 이룬 책이다. 커플이나 부부라면 함께 읽어보시기를 권하고 싶다. 부모님께 선물하는 것도 추천.

"불만은 시간이 부족해서가 아니라 즐길 수 없어서 생깁니다. [...]가치와 목표가 일상의 활동과 조화를 잘 이룰 때 균형 잡힌 삶을 살고 내면으로부터 만족할 수 있습니다." (p.180)

"사람은 누구나 공감과 이해를 받고 난 다음에야 해결책이 눈에 들어옵니다." (p.219)

"영원함과 안정이 늘 좋은 것만은 아닙니다. 행복한 관계를 오랫동안 유지하기 위해서는 습관 유지가 아니라 변화 모색이 그 목표가 되어야 합니다." (p.303)

※ 출판사에서 도서를 제공받아 읽은 뒤 작성하였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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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금 이 순간에 대한 탐구 깨어있음 - 틱낫한과 에크하르트, 마음챙김으로 여는 일상의 구원
브라이언 피어스 지음, 박문성 옮김 / 불광출판사 / 2021년 12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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올해 처음으로 각 잡고 정독한 책. 도미니코 수도회 소속 브라이언 피어스 신부의 저서 We Walk the Path Together(2005)의 번역본으로, 2006년 출간된 《동행》(생활성서사)의 개정판에 해당한다. 역자 역시 현직 천주교 신부님이다. 이웃종교 성직자가 쓰고 번역한 책이 불교 전문 출판사를 통해 출판되는 건 보기 드문 사례다. 이런 독특한 서지사항까지도 이 책의 가치를 더욱 빛내주는 것 같다.

이 책에는 주연급(?)인 틱낫한(Thich Nhat Hanh, 책에서는 '태이'라고 칭함) 스님과 마이스터 에크하르트(Meister Eckhart) 신부 외에도 불교와 기독교의 수많은 영적 스승들이 등장한다. 그분들은 하나같이 '진리는 바깥에 있지 않고 항상 우리와 함께한다'는 것을 강조한다.

요컨대 깨달음은, 하느님 나라는 우리의 일상을 떠난 초월적인 세계가 아니라 지금 여기에 항상 드러나 있는 실상이며, 이는 우리가 매 순간 깨어 있으면서 모든 것을 있는 그대로 직시(=마음챙김)할 때만 발견할 수 있다. 이것이 이 책에서 전하고자 하는 핵심적인 메시지가 아닐까 한다.

평소 불교적 사유와 표현에 워낙 익숙해져 있다 보니, 이런 종교 간 대화가 더 신선하고 흥미진진하게 다가왔다. 집밥 먹다가 모처럼 외식하러 가서 처음 보는 메뉴를 시킨 느낌. 저자가 신부님이라 기본적으로 기독교 관련 서술의 비중이 더 큰 편이지만, 이웃종교에서 진리에 접근하는 방식을 디테일하게 배울 수 있으니까 오히려 좋아... '하느님'을 존재의 본성 자체로 해석한 것은 특히 돋보이는 점이라고 생각한다. 저자가 문헌적 근거와 더불어 자신의 체험을 진솔하게 밝히는 부분들도 감동적이었다.

종교학자 오강남 교수님의 견해에 따르면, 여러 종교 전통은 믿음 중심의 표층 차원에서는 각기 다른 것처럼 보이지만 깨달음 중심의 심층 차원에서는 서로 통한다고 한다. 이 책은 불교와 기독교의 가르침이 심층 차원에서 결국 하나의 진리로 귀결된다는 것을 보여준다. 기대 이상으로 많은 것을 얻어가는 만족스러운 독서였다. 종교인은 물론이고, 종교를 연구하는 인문학도, 그 밖에 삶의 방향을 진지하게 고민하는 이들에게도 추천하고 싶다.

"태이의 마음챙김 수행은 매 순간이 성사의 순간임을 알려 준다. 매 순간이 영원과 합일하는 순간이고, 삶의 궁극적 차원과 합일하는 순간이다." (p.190)
"태이와 마찬가지로 에크하르트도 우리의 내면 깊은 곳에 있는 모든 생명의 근원, 즉 우리가 존재하는 근거인 하느님의 현존을 자각하라고 한다." (p.223)
"하느님은 결코 '저편' 어디엔가 있지 않다. 하느님은 존재성(is-ness)이다. 즉 모든 존재를 통해 흐르는 존재성이다." (p.401)

※ 출판사에서 도서를 제공받아 읽은 뒤 작성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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