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의란 무엇인가
마이클 샌델 지음, 이창신 옮김 / 김영사 / 2010년 5월
평점 :
구판절판


어느 날 우연히 ebs 에서 보게 된 하버드 특강으로 주제는“JUSTICE" 였다. 
 

슈트를 깔끔하게 차려입고 부드럽지만 왠지 지성이 넘치는 눈빛으로 강의를 하는 마이클 샌덜 교수의 모습이 아주 인상적이었다. 지금은 뒤로 미루어졌지만 나의 계획에는 인문고전을 제대로 섭렵하고자하는 것도 포함되어 있기 때문에 아리스토텔리스나 칸트가 거론되는 것만으로도 눈길을 잡았다. 하지만 사실 내용이 쉽지 많은 않았다. 
 

철학이나 정치학에 대한 기본적인 상식이라도 없다면 저들이 하는 소리가 무슨 소리인지 사실 이해하기 어려울 것이라는 생각과 함께 이 책은 한번으로 이해할 수 있는 책이 아니며, 얼마 되지 않는 시간으로 이해할 수 있는 지성을 가진 사람은 드물 것이라는 것이 이 책에 대한 나의 솔직한 소감이었다.

가장 먼저 정의란 무엇인가? p21 아리스토텔레스는 “사람들에게 마땅히 받아야 할 것을 주는 것이다”라고 하였고, 이것이야말로 가장 사전적인 정확한 개념이 아닐까 생각되었다.

그러면 정의를 이해하는 세 가지 방식은 “행복, 자유, 미덕”이고 이것에 대한 토론이 이 책의 주된 내용이다.

이책은 먼저 공리주의적인 최대 다수의 최대 행복에 대한 논의와 개인의 권리를 존중하는 자유에 대한 이론에 대한 논의와 좋은 삶과 밀접히 연관된다고 보는 미덕에 대한 논의로 나누어져 있다.

제레미 밴담의 공리주의는 너무 전체주의적이어서 나중에 뒷부분에서 샌덜도 언급했듯이 인간 행위의 가치를 도량형으로 환산해 획일화하여 그것들의 질적 차이를 무시한다는 단점을 들고 있다. 
 

이 책에서 내가 주목한 칸트는 이런 밴담을 반박한다. 

 p152 “사람은 누구나 존중받을 가치가 있다고 주장한다. 그 이유는 우리가 자신을 소유하기 때문이 아니라, 이성적 존재이기 때문이다. 또한 우리는 자율적 존재이며, 자유롭게 행동하고 선택할 능력이 있다. 칸트는 우리가 늘 이성적으로 행동하며 자율적으로 선택한다고는 말하지 않는다. 더러는 그렇지 않을 때도 있다. 그는 단지 우리가 이성적으로 자유롭게 행동할 능력이 있으며, 이는 모든 인간의 공통점이라고 말할 뿐이다.“

아주 공감 가는 내용이 있었는데, p 157 “칸트 생각에, 인간은 존엄성을 존중한다는 것은 인간을 목적으로 취급한다는 뜻이다. 공리주의처럼 인간을 전체의 행복을 위한 도구로  보는 것은 잘못이다.”

또, 칸트는 p 157 "어떤 행동의 도덕적 가치는 그 결과가 아니라 동기에 있다. 중요한 것은 동기이며, 그것은 특정한 종류라야 한다. 중요한 건 옳은 일을 하는 것이며, 그 이유는 옳기 때문이라야지, 이면에 숨은 동기 때문이어서는  안 된다.“ 
 

그리고 아주 흥미로운 부분이 있다.
p 162 “그는 타인을 도울 때, 쾌락을 느끼는 선행동기와 의무 동기를 구별한다. 그리고 의무 동기만이 그 행동에 도덕적 가치를 부여한다고 주장한다. 이타주의자의 동정은 ”칭찬과 격려를 받을 자격이 있지만, 존중받을 수는 없다.

그렇다면 선행에 도덕적 가치를 부여하려면 무엇이 필요한가? 칸트는 한 가지 상황을 가정한다. 즉 이 이타주의자는 불행히도 어느 날 인류에 대한 사랑이 식어 버려, 연민과 동정이 메마른 인간 혐오자가 된다. 그러나 이 냉정한 영혼은 자신의 무관심을 떨쳐내고, 다른 사람을 돕는다. 내키지는 않지만 ‘순전히 의무감’에서 타인을 돕는 것이다. 이때 비로소 그의 행동은 도덕적 가치를 지닌다. 중요한 점은 선행의 동기가 그 행동이 옳기 때문이라야지, 쾌락을 주기 때문이어서는 안 된다는 것이다.“ 
 

나는 이 부분을 읽으면서 마더 테레사 수녀가 생각났다. 그 성녀라 불리는 분의 인간적인 고뇌가 담긴 일기와 편지가 그분이 돌아가시고 공개가 되었다. 나는 그것을 보고 그분도 한 인간으로 끊임없이 자신이 옳다고 믿는 길을 가기위해 많은 고민과 갈등 속에서 행하신 위대한 일이었구나 하고 생각했던 적이 있었다.

칸트의 위 주장은 그래서 더욱 이해가 된다. 우리가 누군가를 돕는 선행을 할 때 시작은 자기만족에서 일지라도 결국 그 것이 옳은 행위임을 깨닫는 도덕적 철학이 생겨 날 수 있다는 생각을 해 본다. 그리고 가치 있고 오래 지속되는 것은 결국엔 칸트의 말처럼 옳은 행동에 대한 선한의지가 생겨야 함을 말해 주고 있고 나는 아주 큰 공감을 하였다.. 그가 왜 위대한 철학자 인지 알 것 같다.

정치하면 떠오르는 아리스토텔리스는 습관에 대한 격언으로도 알려져 있고, 여기서 도덕적 미덕에서의 습관을 말하고 있다.

p 278 "습관이 아무리 필수라 해도 도덕적 미덕의 전부가 될 수는 없다. 늘 새로운 상황이 생기고, 특정상황에서 어떤 습관이 적절한지 알아야 한다. 따라서 도덕적 미덕에는 판단이 필요하다. 아리스토텔레스가 “실천적 지혜”라 부르는 지식이다. “보편적이고 필연적인 것”을 다루는 과학지식과 달리, 실천적 지혜 어떻게 행동하느냐에 관한 것이다. 아리스토텔리스는 실천적 지혜를 “선에 따라 행동하는 능력의 이성적이고 진실한 상태”라고 정의한다. 실천적 지혜는 정치적인 면이 내재된 도덕적 가치다.“

이런 좋은 습관은 좋은 시민의 미덕을 갖추게 한다. 그리고 이것은 아리스토텔리스가 생각하는 정치에 대한 시민의 모습이다.

이 책을 보는 내내 미국이 말하는 “정의”가 이런 기본 인문 철학위에서 이루어진 것이라는 생각을 했다. 하지만 과연 정의가 처음 말한 것처럼 사람들에게 마땅히 받아야 할 것을 주는 것이라면 이 세상에서 정의는 있는 것인가? 그저 유명한 하버드 강의실에서 논의 되어지는 개념적인 것인가 하는 생각이 들었다.

하나로 정의 되어질 수없는 문제이기에 많은 사람들의 관심을 끌었던 것이라 생각하고 마이클 샌덜 교수의 지성이 그저 감탄스러웠다. 그리고, 반드시 여름 휴가때 다시 한번 정리 하면서 읽을 것이다.


댓글(0) 먼댓글(0) 좋아요(1)
좋아요
북마크하기찜하기 thankstoThanksTo