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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리움의 정원에서
크리스티앙 보뱅 지음, 김도연 옮김 / 1984Books / 2021년 12월
평점 :
구판절판

사랑하는 여인에 대한 그리움으로 가꾼 작은 글들은 사랑하는 여인을 잃은
슬픔과 고통으로 가득 차 있을지 모른다는 생각을 해본다.
연인을 잃은 공허함은 어떤 기분일까? 그리고 공허함 속에서 우리는 어떤
시간을 보낼까?라는 상상을 해보려고 노력하지만, 상상하기가 싫어지는 것은
어쩔 수가 없다. 이런 나의 생각들과는 달리 프랑스가 사랑하는 시인이자
에세이스트인 크리스티앙 보뱅이 전하는 <그리움의 정원>은 언제라도
꽃을 피울 수 있는 글들로 가득 차 있다.
"네 죽음은 내 안의 모든 걸 산산이 부서뜨렸다... 마음만 남기고." - 첫 문장 -
사랑하는 여인에 대한 그리움으로 그녀에게 편지를 보내기 시작한다.
시작은 '사랑한다'라는 말을 쓸 수 있게 해준 지슬렌의 상실에 대해 감사하는
마음으로 시작한다.
지슬렌에게 받은 사랑을 통해서 상실을 정면으로 응시하는 법을 배워간다.
어쩌면 고통이라는 것은 참는 것이 아니라 받아들여야 하는 것은 아닐까?
죽음이 사랑의 끝 또는 고통의 시작이 아닌 것처럼 '죽음을 말할 때는 사랑을 이야기하듯 부드러운 목소리로, 열정 어린 목소리로 말해야 한다는 것'처럼 우리는 죽음 또는 상실이 더 이상 고통의 과정이 아님을 알아야 하지 않을까?
"내게 네 죽음은 젖을 떼는 과정이다." (p.28)
누구보다 지슬렌을 사랑했을 그의 마음이 느껴진다.
그렇지만 자신은 그녀에게 수천 배의 사랑을 받았다고 확언한다.
그리고 '끝과 시작'이라는 말처럼 그는 새로운 시작을 준비해야만 한다.
아무리 힘들더라도 말이다.
새로운 시작을 준비해야만 하고, 꼭 그렇게 해야만 하는 남겨진 자들에게 남기고 간 것들 속에는 아름다운 것만이 있는 것은 아닐 것이다. 인간의 감정 중에서 가장 몹쓸 것이라 생각했던 '질투'가 그에게는 꼭 거쳐야만 더욱 사랑하는 감정이 깊어진다는 것을 알 수 있다.
그렇게 그는 지슬렌에게 두 단어만 사용할 수 있다면 '고통스러운'과 '찬란한'이라는 단어를 선택하고, 만일 한 단어만 말할 수 있다면 '다정한'이라는 단어들은 작가가 '지슬렌'에게 전하는 말과 동시에 지슬렌의 죽음이 그에게 남기는 말은 아닐까?
질투와 그리고 사랑하는 사람이 남기고 간 추억들은 어느 순간 희미해질 것이다. 희미해지는 시간 동안 우리는 어쩔 수 없이 인정을 하게 되고, 자신에게 일어난 일 - 연인의 상실 - 을 인정하게 된다. 문득 그 사실을 인정하는 순간 또 다른 상실이 오지 않을까라는 생각을 해본다.
그래서 그는 선택한다. 글쓰기라는 행위를 통해서 그녀를 더욱 기억하면서 더 이상의 상실을 느끼지 않기 위해서 그녀에게 전하는 정원을 가꾸는 것은 아닐까?
"지슬렌, 이제는 안다. 이제야 네 뜻을 안다. 그러므로 나는 네가 없는 삶을 여전히 축복하고, 계속해서 사랑할 것이다. 나는 점점 더 깊이 이 삶을 사랑한다." (p.118)
리딩 투데이 지원 도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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