짜장 짬뽕 탕수육 나의 학급문고 3
김영주 지음, 고경숙 그림 / 재미마주 / 1999년 7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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짜장, 짬뽕, 탕수육, 짜장, 짬뽕, 탕수육 …….”

종민이는 있는 힘을 다해 크게 외칩니다. 백 미터 달리기 선수처럼 끝 변기까지 뛰어갑니다. 자기를 보란 듯이 말입니다. 아이들은 화들짝 놀라며 모두 종민이를 이상하게 바라봅니다. 종민이는 다시 한 번 되풀이합니다.

짜장, 짬뽕, 탕수육…….”

그러고는 빨리 탕수육 자리에 섭니다.

짜장? 짬뽕? 탕수육? 어떤 게 더 좋은 거야?”

이때 큰 덩치가 다시 앞에서부터 왕, 거지를 크게 말합니다.

, 거지, , 거지…….”

그런 데 아이들은 별로 관심이 없습니다. 그저 짜장, 짬뽕, 탕수육에만 온 정신을 팔고 있습니다.

 

초등학교 아이들에게 책 읽는 재미를 알려주는 재미마주의 학급문고시리즈 제3짜장 짬뽕 탕수육의 한 부분이다. 1995년 문예지 오늘의 문학동화부문 신인상을 받으며 문단에 나온 동화 작가 김영주의 장편동화다.

 

종민이는 새 학기에 도시로 전학 왔다. 낯선 학교와 낯선 친구들에 마음이 움츠러든다. 쉬는 시간에 화장실에서 일어난 일은 종민이를 더 놀라게 했다. 나란히 줄지어 있는 변기에 아이들은 왕, 거지, , 거지 순서대로 자리를 정해버린다. 다들 으로 정해진 변기 앞에만 줄을 서려하고 거지변기 앞에 선 아이는 놀림 받는다. 그 규칙을 잘 몰랐던 종민이는 거지로 불리게 되고 속상해 눈물까지 난다. 쉬는 시간마다 화장실에서는 왕과 거지 자리 쟁탈전이 벌어진다. 심지어 이미 정해진 자리가 큰 덩치 아이 때문에 뒤바뀌기까지 하는 불공평한 일도 벌어진다. 그러던 중에 종민이는 엉뚱하고도 기발한 아이디어로 분위기를 바꾸려고 하는데…….

 

이런 장난은 어린이들이 학교에서 종종 겪을만한 일이다. 아이들 장난이라고 쉽게 생각할 수도 있지만, 당하는 아이는 속상하게 마련이다. 종민이는 여기에서 멋진 생각을 해낸다. 누구는 왕이 되고 누구는 거지가 되어 몇 명만 즐거워지는 것이 아니라, 무엇을 고르든 모두가 깔깔대며 웃을 수 있는 방법을 떠올린 것이다. 놀라운 기발함으로 진땀나는 놀이를 신나는 놀이로 바꾸었다. 선택의 즐거움까지 덤으로 얻는다. 어떻게 보면 우리가 살아가는 사회 곳곳에서 보이는 모습일지도 모른다. 사람들은 흔히 남을 누르고 내가 올라서야만 즐거울 것으로 생각한다. 종민이의 단순하면서도 즐거운 해결법은 오히려 어른들이 배워야 할 것 같다.

 

모두가 함께 즐거운 학교가 되기를 바라는 작가의 마음은 같은 시리즈 책인 똥줌·오줌에서도 잘 드러난다. 반장이나 공부 잘하는 아이들에게만 즐거운 학교가 아니라 장난꾸러기도, 떠드는 아이들도 모두가 다니고 싶은 학교가 되기를 원한다. 구구절절 길게 이야기 하지 않아도 짧은 동화 속에서 작가의 철학을 엿볼 수 있다. 곳곳에서 작가의 섬세한 배려도 보인다. 왕 거지 자리를 정하며 거칠게 분위기를 몰아가는 아이는 이름 대신 큰 덩치라고만 나온다. 종민이가 아직 친구들의 이름을 잘 몰라서일 수도 있지만, ‘큰 덩치를 나쁜 아이로만 못 박고 싶지 않은 작가의 마음이 깔려 있는 것이리라. 더불어 특정 이름을 썼을 때 이 책을 읽는 어린이 독자 누군가가 또 상처를 받을지 모른다는 생각도 해보지 않았을까? 정말 어린이를 사랑하고 어린이의 시선을 깊이 이해하는 작가의 마음이 느껴진다.

 

이 책은 독자에게 세상의 기준으로 어느 것이 더 좋은 지를 고민하기보다, 자기가 좋아하는 것을 생각해보고 정말 원하는 것을 선택을 해도 괜찮다는 따뜻한 메시지를 전해준다. ‘종민이의 환한 웃음과 해님이 비추는 따스한 햇살을 느끼고 싶은 어린이들은 물론이고, 경쟁에 지쳐 쪼그라든 마음을 조금 내려놓고 싶은 어른들에게도 작은 울림을 안겨주는 책이다. 다른 의미를 다 제쳐 두고 종민이를 따라 짜장 짬뽕 탕수육을 읊어 보는 것만으로도 입가에 웃음이 떠오를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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스모 남편과 벤토 부인 - 키워드로 읽는 일본 문화 2 일본문화총서 (글로세움) 2
한국일어일문학회 지음 / 글로세움 / 2003년 12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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구판절판


1권인 게다도 짝이 있다를 읽고 더 관심이 생겨서 구입해 본 책이다. 

분야별로 나누어져 있고 총 60개의 소제목으로 구분되어 있다.  

각각의 단원(?)을 여러 명의 저자들이 써서 모은 글이다.
모두 내가 살고 있는 일본의 문화를 바로 옆에서 이야기 해 주는 것 같아서 1권보다 더 재미있게 읽었다. 

골치아픈 얘기는 별로 없고 쉽게 쉽게 과자 한 봉지 까먹듯이 읽어내려갈 수 있는 내용이면서도 완전 생소하거나, 너무 쉬운 내용도 아니고.. 읽으면서 고개를 끄덕끄덕할 수 있는 이야기들이라 마음에 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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