우리가 운명이라고 불렀던 것들 - 그 모든 우연이 모여 오늘이 탄생했다.
슈테판 클라인 지음, 유영미 옮김 / 포레스트북스 / 2023년 2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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우연은 신이 자기 이름으로서명하기 싫을 때 사용하는 신의 가명이다.
- 아나톨 프랑스

그리하여 우리는 우리 스스로 미래를 만들어내고, 우리의 결정으로 미래에 영향을 끼칠 수 있으며 바로 그렇기에 미래에 대해 제한된 진술밖에 할 수 없다. 우리가 어떤 일에 더 많이 관여하고 더큰 영향을 끼칠수록 그 결과는 더욱더 예측하기 어려워진다. 그러므로 우리가 삶을 임의로 계획할 수 없는 것은 역설적이게도 우리가누리는 자유의 대가라 할 수 있다. 우리의 뇌는 미래를 내다보도록만들어지지 않고, 프랑스 작가 폴 발레리의 말처럼 "미래를 만들어나가도록" 창조되었기 때문이다. - P75

우연이 우리의 길을 결정하는 것과 마찬가지로 환경도 많은 영향을 끼친다. 불리한 환경에서 태어난 사람들은 출세할 확률이 더낮다. 그럼에도 그가 모든 장벽을 딛고 성공하는 경우에는 재능과능력 외에 뜻밖의 동시적인 사건들이 성공에 기여한다. 우리는 진화와 관련하여 이런 법칙을 이미 알고 있다. 우연은 종종 약자의 편에서 싸운다는 것을 말이다. 그러므로 정의는 가능하면 많은 사람에게기회를 만들어주는 것이다.
가능성이 많은 환경 속에 있는 사람은 개별적인 우연의 영향을덜 받는다. 오늘 기회를 놓치면 내일 다른 기회를 잡을 수 있다. 전체 속에서 개별적인 것들은 그리 중요하지 않다. - P177

사람과 심리 연구에 따르면 반대는 끌어당기는 게 아니라 부딪친다. 부부는 오래 살수록 서로 닮는다고 한다. 하지만 그것은 강아지가 주인을 닮아가듯 남자와 여자가 시간이 지나면서 점점 서로 비슷해지기 때문은 아니다. 사랑이 아무리 깊어도 내성적이고 생각에 잠기기좋아하는 남자가 갑자기 사교계의 신사로 바뀌지는 않는다. 서로 닮은 부부는 유유상종의 결과일 확률이 높다. 너무 대립적인 관계는 대부분 깨지고, 애초부터 일치하는 부분이 많은 관계가 오래 유지된다. 부부 심리학의 선구자인 지크 루빈은 200쌍의 연인을 대상으로2년간 연구를 했는데 그 사이에 연인의 반 정도가 헤어졌다. 헤어진연인들은 관계를 오래 지속하는 연인들보다 서로 공통점이 적었다.
그러나 실생활에서 냄비와 냄비 뚜껑처럼 딱 맞아떨어지는 관계는 없다. 파트너 관계는 서로에게 익숙해져가는 과정이다. 우리는상대방을 있는 그대로 받아들이고 거기서 최선의 것을 끌어내는 법을 배운다. 하지만 애초에 대립되는 부분이 적을수록 관계를 끌어나가기가 더 쉬운 것은 사실이다. 관심과 취향이 서로 비슷하면발적인 갈등은 줄일 수 있다. 연구에서 결혼생활이 행복하느냐는 물음에 서로 비슷한 기혼자들일수록 더 행복하다고 대답했다. - P193

이스라엘의 여성 심리학자 루마 팔크는 인간의 이런 경향을 보여주기 위해 동전 대신 노란색과 초록색 카드로 이루어진 카드 게임을 사용했다. 루마 팔크가 카드를 무작위로 뒤섞었을 때 한 팩, 즉100장의 카드에서 색깔은 평균 50번 바뀌었다(즉, 평균적으로 같은 색깔이 두 번 나온 다음에 색깔이 바뀌었다). 하지만 실험에 참가한 사람들은그 결과가 조작되었다고 생각했다. 일상생활에서도 우리는 그런 태도를 보인다. 어떤 사건이 반복되면, 가령 시내에서 같은 사람을 두번이나 마주치면 우리는 ‘이상하다. 왜 오늘 이 사람을 두 번이나 볼까?‘라고 생각한다. 그러면서 우리는 우연의 작용을 과소평가한다.
그러나 팔크가 의도적으로 색깔을 50번이 아니라 60번 바꾸자실험 참가자들은 그것을 우연의 결과라고 믿었다. 바로 이것이 팔크가 조작한 경우인데도 말이다. 그리고 팔크가 실험 대상자들에게 카드를 무작위로 섞으면 어떤 배열이 될지 예상해보라고 하자, 사람들은 마찬가지로 색깔을 60번 정도 교대되도록 배열했다.
이처럼 우리는 우연이 공교롭게 질서를 지킬 거라고 기대한다.
이런 미신이 가장 잘 통하는 곳이 카지노다. 룰렛 구슬이 세 번 연속빨간색에 떨어지면 게이머들은 검은색에 건다. 통계학을 알고 있으므로 결국 균형이 이루어질 것이라고 믿기 때문이다. 하지만 통계학은 아주 많은 수의 게임이 진행될 경우 빨간색과 검은색이 거의 같은 비율로 등장한다고 이야기한다. 그러니 네 번 연속으로 빨간색에떨어진다 해도, 네 번은 그리 큰 숫자가 아니다. 그러나 카지노의 손님들은 통계학을 믿는 것이 아니라 룰렛 바퀴가 지난 게임의 결과를숙지하고 있다고 믿는 듯하다. 계속 빨간색이 나왔다 해도 손님들은마치 같은 것이 나오지 않았던 듯 빨간색과 검은색에 동일하게 걸어야 한다. - P210

심리학자들은 이런 효과를 터널 시야runnel Vision현상이라고 부른다. 긴장하고 있으면 시야가 좁아지고, 생각을 점검할 여유도 없이선입관에 얽매게 된다는 것이다. 그로써 우리는 시간을 조금 절약할수는 있겠지만, 우리의 생각이 금지된 지름길을 통해 잘못된 결론에 이른다. 우연한 일들 속에서 있지도 않은 의미를 찾고 있다는 사실을 깨닫지 못한다. 스트레스를 받을 때 뇌는 우리가 어느 정도로무지한지를 의식할 수 없기 때문이다. 대신에 뇌는 그럴듯한 표지에달라붙어 가장 가까이 있는 것을 진실한 것으로 여긴다. - P216

모어의 성공 비결은 ‘선택적 인지‘에 있다. 어떤 친구를 생각했는데 때마침 그 친구에게 전화가 오면 통했다고 생각한다. 이것이 바로 선택적 인지라는 트릭이다. 사실 우리는 가까이 있는 사람들을자주 떠올린다. 이러저러하면 얼마나 좋을까 하는 생각도 자주 한다. 그러고는 그런 짧은 생각을 했다는 사실조차 잊고 일상에 빠진다. 그러다가 금방 전화가 걸려오거나 바라던 일이 이루어지면 ‘금방 생각하고 있었는데 전화가 왔네‘ 또는 ‘그 일이 이루어졌네’ 하고 신기해한다. 초자연적인 힘을 믿는 사람은 종종 그 힘을 확인하게 된다 - P228

"모든 날은 의미를 가져야 한다. 그리고 그 의미는 우연에서가 아닌 나에게서 나온다."

하지만 상황이 불확실한 경우에는 누구를 막론하고 위험에 대한두려움을 느끼게 마련이다. 그것은 이미 살펴본 것처럼 우리가 이윤과 리스크를 왜곡해서 인지하기 때문이기도 하고, 부정적인 감정들이 긍정적인 감정들보다 더 강하기 때문이기도 하다. - P269

우리는 세계에 대한 우리의 지식을 과대평가하는 반면 놀라운것을 유익하게 활용하는 우리의 재능은 과소평가한다. 이것은 놀라운 일이다. 결국 인간을 다른 생물과 구별 짓는 것은 불확실한 환경에서 최상의 것을 만들어내는 특별한 능력이기 때문이다. 예측할 수있는 상황에서는 동물들이 인간보다 한 수 위일 때가 많다. 가령 뱀장어는 수천 킬로미터 떨어진 대양을 횡단하여 자신이 태어난 곳으로 귀신같이 정확히 찾아간다. 그에 반해 인간의 강점은 새로운 것을 극복하고, 새로운 것을 찾고, 새로운 것을 만들어내는 데 있다. 그것을 위해 진화는 인간의 대뇌를 고안하였으며, 신체는 다른 기관보다 더 많은 에너지를 대뇌에 공급하고 있다. 모든 사람의 뇌 속에 있는 은하의 별들보다 더 많은 100조 개의 회색 세포는 자연이 만든가장 복잡한 구조물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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