내가 선자 이모의 일기를 읽다가 다음과 같은 구절을 발견하게 된 건 그런 식으로 여름을 손가락 사이로 흘려보내고 있던 어느 오후의 일이었다. - P166
사람들은 어떤 감정을 영원히 간직할 것처럼 착각하지만 대게 그것들은 서글플 만큼 빨리 옅어진다.
구정물 같은 색깔의 하늘이 기분을 침울하게 만든다. - P153
우재와 함께 토요일을 보내고 난 다음날, 나는 숙취로 하루를 느슨하게 흘려보내며 기억이란 얼마나 불완전한 것인가에 대해서 - P149
생각했다. 사람에 대한 기억이란 더더욱. 얇은 트레이닝복 차림으로 세수도 안 한 채 냉장고 안에서 굴러다니던 토마토를 찾아 갈았다. 숙취 탓인지 울적해지며 우리가 ‘아는‘ 누군가에 대한 기억조차 이토록 파편덕인데 K.H.를 찾는 일이 과연 가능한 걸까 하는 회의가 밀려왔다. - P150