여름이의 새 구두 알맹이 그림책 56
최은 지음 / 바람의아이들 / 2021년 8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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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엄마 이제 몇 밤 남았어요?"

얼마전 딸아이의 생일이 올 때까지 내가 무수히 들었던 말이다.

자기 생일을 얼마나 열심히 기다리는지, 알고있는 최대 숫자가 21인 딸 아이는 21일을 몇번이나 보내고서야 드디어 자기의 생일을 맞을 수 있었다.

하도 자기 생일이 왜이리 늦게 오느냐며 징징거리는 통에 남은 날짜들을 다 달력에서 떼어내버리고 딸아이의 생일을 오늘로 땡겨주고 싶은 마음까지도 들었던 것이 사실이다.

여름이의 새구두를 읽지 않았더라면 생일을 땡긴가는 발상은 딸아이의 기다리는 것의 어려움과 기다리는 시간을 보낸 후에 맞은 생일의 더 큰 행복감을 빼앗을 뻔 했다는 것을 몰랐을 것이다.

책 속 여름이는 수제화라는 것을 갖고 싶어하는 아이다.  이 세상에 하나밖에 없고, 나에게 딱 맞는 소중한 신발은 시장에 가서 바로 살 수가 없다. 바로 열 밤이나 지나야 찾으러 갈 수가 있다.

6살 딸아이와 같이 읽는데 딸 아이는 신발을 사는데 기다려야 하는 것을 아직 잘 이해하지 못하는 것 같다. 하긴 요즘은 정말 뭐든지 빠르다. 사고싶은 것은 마트에 가면 살 수 있고, 조금 더 저렴하게 사려면 인터넷으로 주문하면 다음날이면 로켓처럼 받아볼 수도 있다. 기다림의 시간이 그만큼 짧아진  세상 속에 살고 있다. 물건뿐이 아니다. 사람과의 관계에서도 그렇다. 외국에 있는 친구에게도 시차만 피하면 통화하고 싶을 때 언제든 전화할 수 있고, 얼굴을 보면서도 이야기 할 수 있다. 손편지를 쓰고, 편지가 가고, 도착하고, 친구가 읽고, 답장을 쓰고, 답장이 다시 내게 오는 그 과정의 시간동안 그 친구의 소식을 기다리는 설렘을 우리 아이들은 애초에 가져보지도 못하고, 빠름의 시대속에서 자라게 하는 것은 아닌지 아쉬움이 남았다.

기다림은 때로 너무 지루하고 기운빠지고 힘들지만

그 기다림의  시간이 지나고 얻은 간절한 무엇들은 그 기쁨이 훨씬 오래 가는 것을 경험을 통해 알 수 있다. 이 책은 그런 기다림에 대해 생각해보는 좋은 책이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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