술맛 나는 세계사 - 세계의 역사를 뒤바꾼 22가지 술 이야기
도현신 지음 / 유노책주 / 2024년 1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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마시는 것 자체도 즐거운 일이지만 비하인드 스토리를 듣는 것도 못지않게 즐겁다. 바로 술 얘기다. 역사 스토리텔러 도현신 작가의 저서 ‘술맛 나는 세계사’는 인류의 역사를 술의 관점에서 풀어낸 책이다. 




한국 고유의 술 막걸리부터 소주, 맥주, 와인, 위스키같이 대중적인 술 외에도 크바스, 아르마냑, 공부가주, 아이락, 바카디 151, 압생트 등 낯선 이름의 술까지 세계사의 주요한 지점을 함께 한 다양한 술에 대해 이야기한다. 책엔 총 22가지의 술이 등장하는데, 이 술들은 종교와 신화, 전쟁과 교역, 문화와 사회까지 세 개의 카테고리로 분류되어 소개된다. 


가장 먼저 등장하는 술은 전 세계인이 가장 즐겨 마시는 술이라고 할 수 있는 맥주다. 신화에도 등장할 만큼 역사가 오래된 맥주는 신이 선물한 음료라 여겨질 정도로 사랑받았으며, 고대 이집트에서는 밥 대신 맥주를 마시기도 했다고 한다. 맥주가 그렇게 오래된 술이며 고대인들에게 중요한 음료였다는 사실이 새삼 흥미롭다. 


남미 원주민들이 옥수수 알갱이를 입에 넣고 발효시킨 술인 치차, 만드는 방법이 너무 잔인해서 비난을 받는 프랑스 음식 오르톨랑의 재료로 쓰이는 술 아르마냑, 석기시대부터 존재했으며 여러 신화에도 언급되는 벌꿀술 등 종교, 신화에 얽힌 술 이야기는 신기하면서 매혹적이다. 




그런가 하면 권력의 도구로 이용되거나 복수의 수단이 되는 술 이야기에서는 인간의 탐욕과 상처를 투영하는 매개체로서 색다르게 술을 바라보게 한다. 도수가 58도나 되는 독한 술인 금문고량주는 1958년 중국과 전쟁을 벌이던 대만군의 불안과 공포를 달래주는 안식처였다고 한다. 


럼주 이야기도 흥미진진하다. 대항해시대 선원들이 잘 썩는 물 대신 생존을 위해 마신 럼주는 아메리카 대륙의 원주민을 파괴하고 미국을 탄생시킨 술이기도 하다. 유럽인을 만나기 전까지 도수 높은 술을 마셔보지 못한 원주민들은 럼주를 접한 후 중독되어 자멸의 길로 들어서게 된 계기 중 하나가 됐다는 게 저자의 설명이다.


쿠바 혁명과 이후 끈질긴 복수의 도구로 사용된 바카디 151의 살벌한 뒷이야기와 국내에서도 인기가 높은 칭다오 맥주가 중국이 독일에 침략당했기 때문에 생겨났다는 사실은 달기도 하고 쓰기도 한 술의 양면성을 바라보는 듯하다.




술은 취하기 위해서 마신다. 우리는 행복해지기 위해, 삶을 위로받기 위해 술을 마신다. 책의 마지막 장은 인류의 문화와 사회 속에서 꽃 피운 술 이야기다. 최근 하이볼의 인기와 함께 젊은 층에도 널리 소비되고 있는 위스키에 대한 재미있는 사실이 눈길을 끈다. 


아일랜드를 중심으로 한 서양의 대표적인 증류주인 위스키의 발상지는 중동이며, 8세기 아랍인의 스페인 정복과 함께 유럽으로 전파됐다고 한다. 와인이 지배적이었던 유럽의 술 시장에서 1880년대 해충으로 인한 포도 재배 산업이 초토화됨에 따라 와인 산업이 타격을 입자 위스키가 대중적인 술로 주목받기 시작했다. 


코카콜라를 탄생시킨 술 이야기도 흥미롭다. 코카인을 넣어 그야말로 ‘마약 술’이었던 프랑스의 마리아니 와인을 모방해 1886년 미국 약제사가 만든 ‘프렌치 와인 코카’가 코카콜라의 기원이었다. 이후 코카인에 대한 인식이 안 좋아지게 되면서 코카인 대신 카페인을 넣어 탄산음료로 만든 것이 바로 코카콜라다.


한편 이 책에선 한국 전통주인 막걸리와 안동소주에 대해서도 다루고 있는데, 이 술들이 어떻게 탄생했고 어떻게 한민족을 위로했으며, 어떻게 핍박받았는지를 들여다보는 건 또 다른 의미의 감동이 있다. 




세계엔 다양한 문화만큼이나 다양한 술이 존재한다. 이 책에선 세계사적으로 의미 있는 사건들, 인물들과 연관된 22종류의 술을 선정해 가볍지도 무겁지도 않게 소개하고 있다. 


알고 있던 술의 몰랐던 진실, 처음 들어 보는 세계의 독특한 술 문화 등을 읽고 있노라면 절로 술 생각이 날 것이다. 술 한잔 기울이며 안주 삼아 읽는 것도 좋은 경험이 될 것이며, 이 책을 통해 쌓은 지식은 앞으로 해당 술을 마실 때 안주처럼 이야기꽃을 피우는 계기도 될 것이다.


https://blog.naver.com/drew98/22334301876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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