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숲속의 먼지 웅진 모두의 그림책 60
이진희 지음 / 웅진주니어 / 2024년 3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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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무리 작고 사소한 존재라도 이 세상에 태어난 데에는 이유가 있고 가치가 있다. 비록 그것이 아무도 거들떠보지 않는 먼지 덩어리라거나 사람들의 시선을 피해 다니는 길고양이라도 말이다.



이진희 작가의 그림책 ‘숲속의 먼지’는 바로 그런 대상에 대한 애정을 듬뿍 담아낸 작품이다. 어느 날 작은 숲속 마을에서 먼지가 태어난다. 그 자신조차 어떻게 왜 태어났는지 모르는 자그마한 먼지는 겁에 질린 눈으로 낯선 세상을 바라본다. 


옅은 숨, 작은 움직임에도 휙 날아가 버리는 가벼운 먼지에게 새로운 친구를 사귀기란 쉬운 일이 아니다. 신기한 마음에 섣불리 다가갔다가는 먼지가 그만 먼 곳으로 날아올라 버리기 때문이다. 스스로 움직이는 법을 깨닫지 못한 채 공기의 흐름에 몸을 맡길 수밖에 없는 먼지에게 이 세상은 거칠고 무서운 곳이다.  


그런 먼지에게 영웅 같은 존재가 나타난다. 어디선가 등장한 검은색 아기 고양이는 두려움에 떠는 먼지를 소중히 보듬으며 핥아준다. 그동안 홀로 외로이 살았을 고양이는 먼지 곁에서 잠들며 지켜주고 함께 놀아준다. 이렇게 둘도 없는 친구 사이가 된 먼지와 고양이는 숲속에서 함께 잘 살아간다. 



호기심 가득한 눈으로 숲속의 나무와 풀, 꽃들을 살피는 먼지의 모습은 흡사 갓난아기의 모습과도 같다. 그러한 먼지의 눈에 비친 풍경들은 따스하기도 쓸쓸하기도 하다. 빛 한 점 없이 검은 밤엔 무섭다가도, 하얗게 눈이 내린 나무숲은 아름답기 그지없다. 


마치 세상의 희로애락을 표현한 듯 다채롭게 변화되는 풍경들은 포근한 질감이 가득 느껴지는 독특한 그림을 통해 더욱 감성적으로 다가온다. 바람의 방향까지 느껴지는 포슬포슬한 먼지의 모습과 아기 고양이의 풍성한 털이 만져질 듯한 질감으로 표현됐다. 생기 가득한 숲속의 아침과 노을빛울 가득 받은 숲의 무지개빛 색감, 익살스러우면서도 감미로운 그림채가 보면 볼수록 마음을 따뜻하게 만든다. 



그 속에서 피어난 먼지와 고양이의 우정은 더할 나위 없이 감동적이다. 세상 누구도 거들떠보지 않는 존재들이 서로를 의지하며 살아가는 모습에서 친구의 소중함을 깨닫게 된다. 


갓난아기가 서서히 세상을 배우고 걸음마를 떼듯 스스로 나는 법을 터득한 먼지는 넓은 세상을 구경하러 갈 수 있었지만, 친구인 고양이의 곁에 남기로 한다. 이해와 배려로 다져진 우정이란 얼마나 값진 것인가. 다시금 떠올려 보게 만드는 계기가 될 것이다.


https://blog.naver.com/drew98/22342616196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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우주의 속삭임 - 제24회 문학동네어린이문학상 대상 보름달문고 93
하신하 지음, 안경미 그림 / 문학동네 / 2024년 1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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눈부신 과학 발전의 산물이자 동경의 대상임과 동시에 인류의 위기를 내포하기도 하는 우주개발. 우리에게 우주는 끝을 알 수 없는 호기심의 대상이기도 하면서, 우리가 발 딛고 있는 이 땅의 유한함에 대한 필수불가결의 대안이기도 하다. 이처럼 인간에게 있어 우주가 지닌 이중성은 유토피아와 디스토피아의 경계를 아련하게 넘나든다.



제24회 문학동네어린이문학상 수상작 ‘우주의 속삭임’은 경이로우면서도 한편으론 두렵기도 한 미래 사회의 정경을 유려한 필체로 담아낸 공상과학 소설이다. 이 작품은 ‘반짝이는 별먼지’ ‘타보타의 아이들’ ‘달로 가는 길’ ‘들어오지 마시오’ ‘지나 3.0’ 다섯 개의 단편으로 구성되어 있다. 


각각의 에피소드가 유기성을 띠는 것은 아니지만, 지구의 어느 낡고 작은 집에서부터 드넓은 은하계를 넘나드는 장대한 스케일로 사랑과 상실에 관해 이야기한다는 점이 닿아있다. 지구와 우주를 연결하는 엘리베이터, 인간처럼 감정을 느끼는 로봇, 지구에 불시착한 외계인, 인간과 로봇의 결합 등 익숙한 SF 소재를 가지고 예측 불가한 감동을 선사한다는 점도 그렇다. 



가장 먼저 ‘반짝이는 별먼지’는 작은 장애로 인해 친구들과 소통이 힘든 외로운 소녀에 관한 이야기다. 소녀의 유일한 대화 상대이자 가족인 할머니 앞으로 어느 날 이상한 손님이 찾아오고, 이들의 삶은 엄청난 변화를 맞이하게 된다. 


최첨단 스마트 기기가 넘쳐나는 시대에 고물 라디오만 듣고 있는 할머니가 오랫동안 간직하던 우주적인 비밀이 드러나는 순간, 믿음이란 인간이 살아가는 데 있어 얼마나 소중한 자산인지를 깨닫게 된다. 또 할머니와 소녀가 선사하는 우주처럼 깊은 가족애에 시큰하면서도 따뜻한 감동을 느낄 수 있다. 



두 번째 에피소드 ‘타보타의 아이들’에서는 타보타라는 이름의 행성에 사는 로봇들을 만난다. 인간이 살 수 있는 행성으로 개발 중이었던 이곳에서 진척이 없자 연구원들이 모두 떠나 버린다. 남겨진 건 인간을 돕던 로봇들뿐. 주인공 티티는 인간과의 친밀한 교감을 위해 언어와 감정이 프로그램된 로봇으로, 인간미를 상실한 척박한 이곳에서 기적 같은 희망을 만들어내며 인간보다 더 숭고한 행동으로 눈물샘을 자극한다.

 

비록 티티처럼 적극적이지도 않고 감정도 없지만 묵묵하게 자기 일을 하는 동료 로봇들에게선 말하지 않아도 느껴지는 진한 동료애를 느낄 수 있다. 남겨진, 어쩌면 버려진 아이들이 선보이는 놀라운 책임감과 희생정신은 두고두고 가슴에 새기고 싶은 부분이다. 개인적으로 가장 인상적이었던 에피소드. 

 


그런가 하면 세 번째 ‘달로 가는 길’에서는 인간과 로봇의 공생, 인간과 로봇 사이의 허물어진 경계가 가져올 풍경을 그린다. 엄마 아빠의 사랑을 듬뿍 받으며 누구보다 행복하게 살고 있던 소년에게 생기는 변화와 충격적인 진실을 좇다 보면, 기술의 발달이 인간에게 선사하는 것이 과연 참된 행복일까에 대한 의문을 품게 된다.


미래에 인간은 고도화된 기술을 통해 지금보다 훨씬 길게 생명을 연장할 수 있으며, 죽은 자식과 똑같이 생긴 로봇을 키우며 위안을 얻을 수도 있을 것이다. 인간이 나이가 들고 죽음을 맞이하는 건 자연의 순리인데, 로봇으로 죽은 이를 대체한다는 건 과연 어떤 의미가 있을까. 로봇의 입장으로 담담하게 풀어낸 이야기는 많은 것을 생각하게 한다. 



한편 ‘들어오지 마시오’는 다섯 편 중 가장 발랄한 편이다. 주인공 현우는 또래의 괴롭힘에 시달리는 소년이다. 나쁜 이들의 괴롭힘을 받는 길고양이처럼 폭력을 피해 매번 도망 다니기 일쑤인 현우에게 어느 날 신기한 외계 생명체가 찾아오고, 현우는 뜻밖의 도움으로 문제를 해결하게 된다. 


학교폭력이라는 어두운 소재를 SF적 상상력으로 밝게 풀어낸 이 작품은 자기보다 약한 존재를 보호하고 부당한 방법을 쓰지 않으려는 현우의 고운 마음에 절로 기분이 좋아지는 작품이다. 용기가 부족해 자신을 괴롭히는 아이들을 마냥 피하기만 하고 부모에게도 알리지 않던 현우가 ‘우주의 행운’을 통해 한 뼘 성장하고 행복을 찾는 과정이 짠하면서도 기특하다. 



다섯 편의 대미를 장식하는 건 가장 극적이고 깊은 감정의 파고를 펼쳐내는 ‘지나 3.0’이다. 태양 대폭발로 인해 태양계 행성에서 더는 살 수 없게 된 암울한 미래. 지나와 가족은 우주선에 몸을 싣고 새로운 터전을 찾아간다. 몸이 약한 엄마와 남동생은 동면기에 들어가 있고, 지나는 우주 공학자인 아빠를 도와 언제 끝날지 모를 여정을 하게 된다.


우주의 시간은 덧없이 흘러간다. 10살 어린이였던 지나는 어느새 성인이 되고, 잠들어 있는 엄마보다 더 나이가 들게 된다. 엄마에 대한 그리움, 끝을 모르는 항해에 의한 지나의 외로움과 불안감이 무겁게 마음을 짓누른다. 또 오랜 우주 생활에 약해진 몸은 기계와 결합할 수밖에 없게 되고, 지나는 지나 2.0을 거처 지나 3.0이라는 사이보그로 변하게 된다. 점점 로봇이 되어가는 자신의 몸을 받아들이며 견디는 지나의 모습은 대견하면서도 한편으로 진한 연민을 불러일으킨다. 우주에 대한 경외감이 깊이 밀려오는 순간이다. 


꾸준히 어린이책을 지어온 하신하 작가의 ‘우주의 속삭임’은 다채로운 이야기 속 빛나는 아이디어와 웅장하고 감동적인 서사로 읽는 이에게 무한한 영감을 선사할 멋진 소설이다. 안경미 작가의 간결하면서도 따스함이 가득 묻어 있는 그림은 소설의 감동을 배가시킨다. 어린이 문학이지만 어른에게도 커다란 감명을 불러일으키는 작품이니 꼭 읽어보길 권한다.


https://blog.naver.com/drew98/22337885673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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키 다른 나무들이 숲을 이루고
강미 지음 / &(앤드) / 2024년 2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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여러 가지 이유로 방황하는 청소년들. 그리고 이들을 올바른 길로 인도하고 싶은 어른들. ‘키 다른 나무들이 숲을 이루고’는 이들의 어색한 첫 만남에서부터 서서히 발맞춰가는 동행이 되는 과정을 따뜻하게 그려낸 소설이다.



소심한 성격과 작은 체구 탓에 늘 학교 폭력의 피해자로 살아가는 현, 가정과 학교에서의 폭력에 무방비로 노출된 뒤 가해자로서 비뚤어진 삶을 사는 민철, 그리고 모범생의 밝은 겉모습과 달리 어두운 취미를 가지고 있는 진목. 각자의 이유로 학교에 가지 못하게 된 세 소년을 상담하게 된 사람은 ‘호박벌’이라는 범상치 않은 별명을 지닌 발랄하고 적극적인 여성이다. 


호박벌은 자신과 인연을 맺은 다양한 사람들을 멘토로 초빙해 세 아이에게 도움을 주고자 한다. 문문, 아까시, 수달, 하쿠. 본명 대신 성별과 나이를 예측할 수 없는 닉네임으로 불리는, 성별도 나이도 천차만별인 멘토들은 현, 민철, 진목과 서서히 교감하며 그들을 조금씩 변화시킨다. 

  

이 시대 청소년의 아픔을 전지적 작가 시점으로 풀어낸 이 작품에서 작가의 시선은 현에게 가장 닿아 있다. 현은 어느 학교 어느 교실에나 한 명쯤 있을 법한 조용하고 존재감 없는 학생이다. 자신감이 부족해서 하고 싶은 말조차 제대로 못 하고 폭력의 피해자로 사는 삶을 자포자기한 듯 받아들이는 현의 모습은 꽤 진한 연민을 불러일으킨다. 때문에 멘토들의 도움으로 조금씩 자신감을 채우고 목소리를 내기 시작하는 현의 성장은 이 소설에서 주목을 끄는 부분이다.



그런가 하면 이 작품은 학교 폭력의 피해자이기도 가해자이기도 한 청소년들의 상황을 어느 한 곳에 치우치지 않고 비교적 객관적으로 바라보려 한다는 특징을 가지고 있다. 늘 분노에 차 있는 민철이 내뱉는 거친 욕설과 비속어를 가감 없이 담아내고, 이유 없이 폭력에 노출된 현의 상황과 여성의 신체를 불법 촬영하면서도 아무런 죄책감을 느끼지 못하는 진목의 행위를 아무렇지 않게 툭 묘사한다. 이러한 방식은 오히려 무방비 상태로 책장을 넘기다가 흠칫하게 되는 경험을 선사하기도 한다. 너무 태연해서 더 놀랍다고 해야 할까. 


이렇게 불행한 영혼들의 멘토가 되는 이들이 완벽하고 성공적인 삶을 누리는 것이 아니라는 점 또한 ‘키 다른 나무들이 숲을 이루고’의 특별함이라고 할 수 있겠다. 가장 먼저 멘토들을 이끄는 리더인 호박벌은 겉으로는 너무도 낙천적이고 씩씩한 사람이지만 어린 아들을 먼저 떠나보낸 엄마로서 엄청난 아픔을 간직한 사람이다. 그녀는 가끔 주체 못 할 슬픔의 나락에 떨어지지는 순간을 맞이하면서도 계속 버티고 노력한다.


멘토 중 가장 연장자인 문문은 시력을 잃고 교사가 아닌 안마사로서의 새 삶을 살고 있지만 현명함은 더 깊어진 스승이고, 아까시는 말 못 할 폭력에 노출됐던 피해자로서의 과거를 간직한 채 숲 해설가로서 많은 이들의 마음을 어루만지고 있다. 고아 출신으로 힘든 삶을 살았지만 누구보다 성실하게 자신만의 삶을 개척하는 청년 수달과 남부러울 것 없이 행복한 삶을 살다가 취업 현장에서 나락을 경험하게 되는 하쿠의 모습에서는 자립준비청년의 현실과 특성화고 현장 실습 제도의 민낯을 담아내기도 한다.



결국 멘티인 세 청소년뿐만 아니라 다섯 명의 멘토들 또한 치유되고 성장하게 되는 이야기. ‘키 다른 나무들이 숲을 이루고’는 이렇게 각기 다른 상처와 문제를 가지고 있는 이들이 서로를 이해하고 받아들이면서 하나의 공동체를 이루고 새로운 희망을 만들어내는 과정을 통해 진한 감동을 선사한다. 


https://blog.naver.com/drew98/22337644581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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쓰레기 왕국 톰스랜드 1 : 톰스랜드의 삼총사 - 한국어린이교육문화연구원 으뜸책 선정
정도영 지음 / 주니어마리(마리북스) / 2023년 12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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태평양 한가운데 있다는 ‘쓰레기 섬’ 사진을 보고 충격을 받았던 일이 떠오른다. 전 세계 사람들이 무심코 내다 버린 온갖 쓰레기들이 해류를 타고 흘러 흘러 한곳에 모여 섬처럼 거대한 지대를 만들어 버린, 지구 환경 위기의 심각성과 보호에 대한 필요성을 일깨워주는 존재 중 하나인 쓰레기 섬. 




‘쓰레기 왕국 톰스랜드’는 바로 그 쓰레기 섬을 떠오르게 하는 소설이다. 톰스랜드라는 섬나라에는 요구르트병만큼 자그마한 사람들이 산다. 비록 문명의 혜택을 받지는 못했지만 평화롭게 자신들만의 삶을 영위하고 있던 이곳에 어느 날부터 커다란 사람들이 버린 쓰레기가 하나둘 모여들기 시작한다. 


콜라 캔, 페트 병부터 우유팩, 비닐봉지, 프린터, 여행 가방 심지어 냉장고에 이르기까지 커다란 사람들이 버린 쓰레기로 톰스랜드 사람들의 생활 터전은 위협받는다. 나라를 지키기 위해 방법을 찾던 톰스랜드 국민은 쓰레기를 재활용하기로 한다.


이렇게 ‘쓰레기 왕국’이 된 톰스랜드. 버려진 청바지는 이곳에서 쇼핑몰 건물이 되고, 폐타이어는 수영장이 된다. 냉동고가 거대한 음식 저장고 역할을 하는 것은 물론이다. ‘쓰레기 왕국 톰스랜드’는 이러한 배경 속에서 10살 친구 세 명이 자동차 경주 대회에 참가하는 과정을 그린다. 



사이 좋은 친구 유안이, 예강이, 도건이 삼총사는 참가 자격에 맞게 키가 커진 올해, 그동안 어른들만 참가하던 레이싱 대회에 처음으로 출전하는 어린이가 되기로 한다. 삼총사가 자동차를 만들고 대회에 출전하기까지의 과정을 그린 소설은 어른들의 도움을 받아 어떤 재료를 통해 자동차를 만들어야 더 튼튼할지, 어떤 설계를 거쳐야 잘 달릴지 등 아이들이 깨달아가는 모습을 통해 쓰레기를 현명하게 재활용하는 법을 이야기한다.


그 과정에서 소설은 아무리 작고 하찮은 물건이라도 누군가에게는 쓸모 있는 근사한 물건이 될 수도 있다는 점을 강조한다. 버려진 운동화가 근사한 자동차로 변신하고, 거울을 붙인 무선 이어폰은 자동차 사이드미러가 되며, 스티로폼 상자와 스티로폼들은 신나는 볼풀장 놀이터가 된다. 신발들을 엮어 여러 사람이 편리하게 사는 아파트를 만드는가 하면, 커다란 생수통은 아쿠아리움, 오븐은 근사한 찜질방이 된다. 



무엇보다 이러한 기막힌 아이디어를 깨알 같은 그림으로 일일이 표현해 놓은 점이 이 책의 장점이다. 현대 미술가 정도영은 ‘쓰레기 왕국 톰스랜드’의 글과 그림을 모두 해내며 자신만의 세계관을 만들어낸다. 미술교육인으로 활동하기도 하며 환경 문제에도 관심이 많은 저자는 어린이의 눈높이에 꼭 맞춘 글과 따스하고 유머러스한 그림을 통해 환경 파괴의 심각성과 쓰레기 재활용의 중요성을 말한다.


낙천적인 톰스랜드 사람들이 자신만의 방식으로 쓰레기와 함께 살아가는 모습을 보다 보면 쓰레기를 줄이고 재활용을 잘 해야겠다는 생각이 자연스레 생긴다. 이번 ‘쓰레기 왕국 톰스랜드’는 ‘톰스랜드의 삼총사’라는 부제를 단 첫 번째 시리즈이다. 앞으로 나올 이야기에서는 또 어떠한 버려진 것들이 아름답게 쓸모를 찾아갈지 기다려진다.


https://blog.naver.com/drew98/22337353730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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눈물 도둑 리틀씨앤톡 모두의 동화 36
김태호 지음, 허아성 그림 / 리틀씨앤톡 / 2024년 1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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누군가가 울면 옆에 있는 사람은 일단 울지 말라고, 눈물을 그치라고 위로한다. 마음껏 울라고, 실컷 눈물 흘리라고 하는 사람은 별로 없다. 아이가 울면 어떤가. 열에 아홉은 그만 울어, 뚝! 하루에도 몇 번씩 우는 아이한테는 울보라고 놀리기까지 한다. 심지어 산타 할아버지까지 울면 선물을 안 준다고 하니 뭐, 말 다 했다.




하지만 눈물은 가장 직설적인 감정의 표현이다. 특히 아픔의 눈물은 계속 참으면 병이 나는 법이다. 터져 나오는 눈물을 꾹꾹 눌러 담으면 눈물이 말라 버리고 더는 어떠한 감정도 느끼기 힘들 정도로 마음의 병이 생길 수 있다. ‘눈물 도둑’은 이처럼 운다는 것, 눈물을 흘리는 행위가 얼마나 중요한지 이야기하는 동화이다.


이 책은 눈물 많은 아홉 살 소년 테오가 어느 날 자신이 흘린 눈물을 가져가는 작은 존재들을 만나 모험을 하는 내용을 담고 있다. 테오가 눈물도둑이라 칭하는, 도토리같이 생긴 퉁이와 줄주리는 사람의 눈물을 모으는 일을 하고 있다. 




그들은 자신이 담당하는 인간이 눈물을 흘리면 어디든 나타나 바닥에 떨어진 눈물을 모자에 담아 눈물의 바다에 가져간다. 눈물의 바다는 그 사람의 마음이 투영된 곳으로, 각각의 섬이 존재한다. 눈물을 충분히 흘려서 마음이 건강한 사람의 섬은 맑은 날씨에 평화롭고, 눈물을 흘리지 못해 마음이 아픈 사람의 섬은 검은 안개와 깊은 파도로 가득하다. 


바로 테오의 누나 소이의 섬이 그렇다. 이 어린 소녀는 병원에 입원해 있다. 남들이 ‘공황장애’라 부르는 병을 앓고 있기 때문이다. 소이는 깊은 안개에 갇힌 듯 아무런 감정도 느끼지 못하고 눈물조차 흘리지 못한 채 병원 침대에 무기력하게 누워만 있다. 가끔 숨쉬기 힘든 고통이 찾아올 정도로 소이의 병세는 깊어간다. 




테오는 눈물 도둑들과 함께 누나를 살리기 위해 애쓴다. 두려움을 무릅쓰고 어떻게든 안개 속에서 헤매는 누나를 밝은 곳으로 데려오려고 애쓰는 어린 테오의 용기가 커다란 감흥을 불러일으킨다. 테오의 작은 행동이 누나에게 커다란 도움이 되고, 특별하게 생각하지 않았던 병실 이웃들의 값진 마음이 드러나는 후반부 장면에서는 눈물샘이 터져 나오는 걸 막을 수 없을 것이다.

 

고작 청소년에 불과한 소이가 공황장애를 앓고 있다는 설정은 꽤 심각하고 무겁다. 책에서 그 이유를 밝히고 있지는 않지만, 요즘 시대에 나이를 불문하고 누구나 정신적인 아픔을 겪을 수 있다는 경각심을 불러일으키기 충분하다.




비교적 어두운 주제를 다루고 있지만 ‘눈물 도둑’은 어린이도 충분히 흥미를 느낄 수 있을 만큼 쉽고 경쾌하게 이야기를 풀어간다. 일단 도토리 깍정이를 뒤집어쓴 귀여운 캐릭터 ‘퉁이’와 ‘줄주리’가 그렇다. 이름부터 유머러스하다. 많이 울면 눈이 퉁퉁 부어서 퉁이고, 눈물이 줄줄 흐른다고 해서 줄주리가 아닐까 추측된다.


퉁이와 줄주리의 티격태격이 꽤 흥미롭고, 이들이 바닥에 떨어진 눈물을 수거하는 기발한 과정이 엄청 섬세하게 묘사된다. 눈물에 대한 설정도 흥미롭다. 기쁨의 눈물, 슬픔의 눈물, 하품할 때 나오는 눈물, 거짓 눈물 등 각각의 눈물은 맛도 쓰임도 다 다르다는 것. 눈물의 종류가 이렇게 많았다는 사실이 새삼 놀랍다. 


깊이 있는 주제와 독특한 상상력이 돋보이는 ‘눈물 도둑’. 아이부터 어른까지 재미있게 읽을 수 있으며 많은 것을 생각하게 해주는 동화책이다. 


https://blog.naver.com/drew98/22334723408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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