내 이름은 빨강 1
오르한 파묵 지음, 이난아 옮김 / 민음사 / 2004년 4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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나는 독자다.

 

작가의 의중을 파악하기보다 책은 독자의 손에 들려진 순간 읽는 사람의 몫이라 생각하기에 내 멋대로 해석하기를 즐기며, 비문학보다는 문학을 즐겨 읽고, 역경을 딛고 일어서는 주인공의 파란만장한 성장 과정을 그리는 신파조의 이야기와 마음과 정신 수양에 대해 설교하고 있는 도덕 교과서같은 일련의 책들을 혐오하며, 제목이 주는 임팩트에 책을 고르고, 필요 이상으로 자주 평론가나 다른 사람의 이야기에 현혹되곤 하는, 그래서 오히려 베스트셀러는 기피하기도 하는, 다소 건방지고 젠체하며, 작가의 의도와 전혀 다른 해석을 하거나 심지어는 단 한문장도 이해하지 못했을 경우에도 충분히 뻔뻔스럽게 고개를 들고 나는 이 책을 읽었노라라고 말하는 독자다.

 

이 책의 각장은 모두 '나는 00이다'라는 소제목을 지니고 있으며 살인자, 세밀화가, 중매쟁이, 남자, 여자, 사자(死者) 등의 목소리를 빌려 기묘하고 흥미로운 사건을 전개해나가고 있다.

책의 후반부에 이르러서야 겨우 범인의 정체를 드러내는 치밀한 탐정소설이며, 터키의 전통과 세계관을 세밀화가들의 일상과 직업관을 통해 엿볼 수 있는 이국적인 소설이다. 터키라는 나라의 지리적 특성과 역사가 그러하듯 동양과 서양의 틈새에 끼여 때로는 혼란스러워하고 갈 길을 잃고 헤매다 '터키'라는 이름으로 두 세계를 아우른 이 소설은 흥미롭고 독특하며 재밌다.

 

혹시 또 해외 여행을 할 기회가 생긴다면 '터키'에 가보고 싶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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나는 떠난다
장 에슈노즈 지음, 용경식 옮김 / 문학동네 / 2002년 5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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반복되는 일상에 우리는 돌파구를 찾고 싶어하지만,
그래서 떠나지만,

그래서 때로는 뜻하지 않은 행운을 만나기도 하고 의도하지 않은 불운에 고개를 숙이기도 하지만,

결국 제자리로 돌아오게 된다.

그러나 같은 곳에 서있는 나는 예전의 내가 아니기에 우리는 또 떠난다.

 

[나는 떠난다]는

재미있으나 가볍지 않고,

생각하게하나 심각하지 않으며 ,

치밀하면서도 따뜻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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모래의 여자 민음사 세계문학전집 55
아베 코보 지음, 김난주 옮김 / 민음사 / 2001년 11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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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 당신이 꿈꾸는 유토피아는 무엇인가?
 

전쟁조차 없는 태고적의 평화로운 지구?

금은 보화로 가득찬 알라딘이 찾은 동굴?

일하지 않아도 먹고 마시며 즐길 수 있었던 에덴 동산?

모든 사람이 나만을 원하고 나만을 사랑해주는 나의 왕국?

꽃과 나무의 향기가 심신을 달래주고 고통도 눈물도 슬픔도 없는 천국 ?

혹은 단조로우리 만치 깨끗하고 정지해있으면서 끊임없이 유동하는 모래의 사막?

 

꿈꾸는 것이 무엇이든 그곳에 도착한 당신은

유토피아란 말 그대로 존재하지 않는 곳이라는 것을 뼈저리게 실감하리라.

전쟁조차 없는 태고적의 평화로운 지구에서 당신은 외로움을 느낄 지도 모른다.

금은 보화로 가득찬 알라딘의 동굴에서 다이아몬드조차 굴러다니는 돌만 못하여 보석은 그 빛을 잃을지도 모른다.

에덴동산에서 당신은 참을 수 없는 무료함으로 일부러 금지된 사과를 딸지도 모르며

나의 왕국에서 넘치는 사랑에 당신은 질식할지도 모른다.

천국에서의 삶은 망자를 위한 것이기에 살아 있는 당신에게는 지옥보다 더 한 곳일지도 모른다.

존재하는 아니 존재하지 않는 것이라할지라도 모든 것이 동전의 양면과 같아서

마냥 행복하고 좋을 수는 없을 것이니

내가 늘 꿈꾸었던 그곳은 가지 않은 그 길로 남겨두고 바라보는 것이 더 좋을지도 모른다.

아니 그러하다.

 

#2 운명에, 특히 내게 가혹하게 느껴지는 운명에 대처하는 당신의 태도는?

 

소수의 영웅들은 운명에 맞서 싸운다.

그것이 운명보다 더 힘들고 버거울지라도 놀라운 의지로 극복하고 이겨내

운명을 자신의 것으로 만든다.
그리고 대부분의 사람들은 체념한다.

불평하고 힘들어하며 눈물흘리지만

나는 영웅이 아니니 어쩔 수 없다 한다.

 

그리고 극소수의 사람들은 운명을 받아들인다.

암흑보다 더 어두운 그 곳에서 빛 줄기를 찾아내고

그것에 감사하고 만족한다.

 

 

사람들이 누군가를 좋은 성격이라고 부를 때

그것은 사회적이고 웃음을 사랑하며

적당히 놀 줄 알고 적당히 즐기며 적당히 부지런한 그 무언가를 말할 것이다.

그러나 우리 모두 '좋은 사람'일 순 없다.

타고난 그것이 내성적이거나 이기적이며 친구보다 고독을 사랑할지도 모른다.

그러한 사람들은 대부분 '좋은 사람'이기 위해 노력하고,

때로 성공하며, 대부분 좌절하고 포기한다.

그러나 꼭 인간으로서 '좋은 사람'일 필요는 없지 않은가?

내성적이고 이기적이며 고독을 사랑하는 나일지로도 괜찮지 않은가?

살아있는 것은 '생' 그 자체로도 아름답고 눈부시지 않은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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