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셴바흐가 바다를 사랑하는 데는 몇 가지 깊은 이유가 있었다. 힘들게 일하는 예술가, 까다롭고 변화무쌍한 현상들 앞에서 거대하고 단순한 것의 품속에 숨기를 갈망하는 예술가의 쉬고 싶다는 욕구가 그중 하나였다. 또 정돈되지 않은것, 무절제한 것, 영원한 것, 무(無)에 대한 금지된 애착도 있었다. 이 애착은 예술가로서의 임무에 정면으로 대치되었으며, 바로 그래서 유혹적인 힘을 발휘했다. 빼어난 것을 이루고자 노력하는 사람은 완벽한 것에서 쉬고 싶다는 욕구를 느끼기 마련이다. 그리고 무란 완벽함의 한 형식이 아니던가? - P59