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소크라테스 스타일 - 소크라테스에게서 배우는 사유와 삶의 혁명 ㅣ 생각의 시대 2
김용규 지음 / 김영사 / 2021년 8월
평점 :
”우리의 사유에서 모든 억견과 편견 그리고 개소리들을 제거하고, 우리의 삶에서 모든 부당하고 부차적인 것들을 빼냄으로써 사유와 삶의 본질에 도달하는 여정에 함께 나서며, 마침내 우리 자신과 세상을 바꾸기를”
이 책은 소크라테스의 사유와 삶의 방식을 조명하고, 지난 2400년 동안 인류문명 각 방면에서 일으킨 영향을 낱낱이 소개한다.
소크라테스는 철학의 관심사를 자연에서 인간으로 옮긴 도덕철학자 정도가 아니라, 혁명적인 사유 방식과 삶의 방식을 제시한 인물이었다.
소크라테스는 '빼기'라는 독특한 사유방식과 삶의 방식을 제시했다. 본질적인 것에 도달하기 위해 부수적인 것을 제거하고, 부정하고, 배제하는 빼기가 바로 '소크라테스 스타일'이었다.
소크라테스는 사람이 많은 곳은 어디든 찾아가 붙들고 이야기하며, 그들의 무지를 깨우쳤다. 부수적인 것을 쪼아내 제거하는 소크라테스의 빼기, 즉 소크라테스 스타일은 소크라테스 사후 두 가지 방식으로 제자들에게 계승된다.
2400년이나 된 소크라테스 스타일이 지금 우리에게 필요한 이유로 저자는 크게 세 가지를 꼽았다. 정보와 지식이 폭발적으로 증가하면서 날조된 지식과 가짜뉴스가 판을 치는 것, 소비물질주의로 우리의 삶과 사회에 악취와 역병이 돌게 된 것, 우리 삶의 방식 때문에 자연이 감당할 수 없을 만큼 파괴된 것이다.
저자는 우리의 사유와 삶에서 당장 빼기를 실천해야만 한다고 말한다. 부당하고 부차적인 것들을 빼냄으로써 '본질'에 도달하고 싶은 이들이게 이 책을 권한다.
#책속의한줄
‘소크라테스 스타일Socrates Style’이라는 용어가 조금 낯설게 들릴 수 있다. 그것은 당연히 소크라테스의 패션이나 헤어스타일을 뜻하는 것이 아니다. 소크라테스가 개발한 ‘빼기subtraction’라는 사유방식과 삶의 방식을 의미한다. 본문에서 보겠지만, 소크라테스는 이 독특한 사유방식을 통해 이성이라는 인간 정신의 원형 하나를 깎아 오늘날 우리가 누리고 있는 인류문명의 한 축을 떠받쳤다. 또한 그는 이 고유한 삶의 방식을 통해 아우게이아스의 외양간같이 오염된 인간의 삶과 사회를 매번 청소해왔다. 당신은 이 책에서 지금까지 알고 있었던 것과는 전혀 다른 소크라테스를 만나게 될 것이다.
여기에서 우리는 여태까지 이야기해온 소크라테스와는 전혀 다른 소크라테스를 만난다. 그는 단순한 소피스트가 아니라 푸코가 규정한 파레시아스트였다. 그렇다. 그동안 우리는 소크라테스의 한 면만을 보고 다른 한 면을 보지 못했다. 겉으로 나타난 소피스트만 보고 속에 들어 있는 파레시아스트는 보지 못했다. 그의 사유와 삶이 지닌 개인적인 계기만 보고 사회적 동기는 보지 못했다. 그래서 델포이 신전의 신탁을 듣고 자기가 가장 지혜로운 자라는 것을 확인하러 다니는 소크라테스만 보았다. 그래서 진리와 정의를 탐색하여 시민의 아름다운 삶과 도시국가의 안녕과 번영에 기여하려는 소크라테스는 보지 못했다. 아테네 사람들의 정신 속에 있는 억견과 궤변이라는 양쪽 벽을 깨부수고, 알페이오스 강물을 끌어다 페네이오스강으로 흐르게 하여 악취와 오물이 넘치는 그들의 삶과 도시국가를 구석구석 청소하려는 소크라테스는 보지 못했다. 그는 청소부였다. 인간의 사유와 삶과 사회에서 악취와 오물을 제거하려는 위대한 청소부였다. 헤라클레스 같은 청소부였다.
우리는 ‘아직 오지 않은 과거’와 ‘이미 와 있는 미래’가 구동하는 시간기획을 통해 소크라테스를 ‘지금 여기에’ 화급히 불러내야 한다. 그것은 재앙을 ‘다가올 미래’로 판단하고 ‘지나간 과거’를 불러들여 뭔가를 배움으로써 낙관적으로 대처하기 위한 예방책이 아니다. 오히려 재앙을 ‘이미 와 있는 미래’로 판단하고 ‘아직 오지 않은 과거’를 불러들여 뭔가를 행동함으로써, 비관적으로 대처하기 위한 비상수단이다.
돌아보면 소크라테스 스타일 이팩트는 지난 2,400년 동안 아우게이아스의 외양간이 있는 곳마다, 오물이 쌓여 악취와 역병이 돌 때마다 나타났다. 시대에 따라, 장소에 따라, 쌓인 오물과 도는 역병에 따라 나타난 양상은 달랐지만, 그것은 시대와 장소를 불문하고 어김없이 다시 나타났다. 그 결과 이 책에서 ‘빼기’, ‘제거하기’, ‘부정하기’, ‘배제하기’ 등으로 규정한 소크라테스 스타일은 서양문명을 깎아 다듬어온 생각의 기술일 뿐 아니라, 시대적 징후를 읽어내는 하나의 코드code가 되었다. 그 기술이 만들어낸 현상, 그 코드들이 드러내 보이는 증상, 모두를 싸잡아 나는 ‘소크라테스 스타일 이팩트’라 부른다. 그 가운데는 소크라테스에게 직접 영향을 받은 경우도 있지만, 시간이 흐름에 따라 그렇지 않은 경우가 점점 더 많아졌다.
소크라테스의 논박술은 스스로 포기하지 않는 한 결코 패할 수 없는 강력한 논쟁술이다. 그 비결은 둘이다. 1) 하나는 ‘내가 아는 것은 아무것도 모른다는 것이다’(무지의 지, oida ouk eidos)라는 자기방어적 고백이고, 2) 다른 하나는 상대가 무너질 때까지 반복하는 상대파괴적 논박이다. 전자는 어떤 창도 뚫지 못하는 방패이고, 후자는 어떤 방패도 막을 수 없는 창이다.
미켈란젤로는 말년(1547년)에 자신이 조 각하는 방식을 대리석에 새겨놓았는데, 이런 내용이 들어 있다. “덧칠을 통해 이미지를 만들어가는 것이 회화라면, 불필요한 것을 제거함으로써 만들어지는 것이 조각이다.” 요컨대 제거의 방식이 미켈란젤로 스타일Michelangelo Style이다.
내적으로는 안락과 사치 및 과시를 추구하는 인간의 원초적 욕망에 불복종하고, 외적으로는 소비물질주의를 강요하는 후기자본주의 체제의 부당한 요구에 불복종하자는 것이었다. 그럼으로써 우리 자신과 사회에 소크라테스 스타일 이팩트를 일으키자는 것이다.
출판사로부터 제공받아 주관적인 견해로 작성된 글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