열심히 얼음덩어리를 밀고, 힘과 시간을 들여 행위에 몰두하지만 힘겹게 수행한 그 모든 것의 결과는 ‘녹아 없어진 얼음을 마주하는 것이다. 행했지만, 무엇도 남지 않았다. 노동의 대가는 쌓이는 대신 흩어졌고, 존재하는 대신 사라졌다. 그야말로 ‘실천의 모순‘이자 많은 인간이처한 삶의 모습과도 닮아 있다. 우리는 숱한 모욕과 지루함, 불안, 자기 자신과 타인을 향한 습관적 혐오로 점철된 일상을 견디고 또 견디지만, 그 와중에도 끊임없이 노동하고 유의미한 무엇인가를 생산하려 애쓰지만, 그러나 그렇게 살아 무엇을 남겨왔는가? - P149