나와 당신의 작은 공항
안바다 지음 / 푸른숲 / 2020년 9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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게을러지기 전에 눈 뜨자마자 산책 나갈 채비를 했다.

간단한 세수와 양치를 마치고 옷을 갈아입었다.

표지가 이뻐서 손에 잡힌 책 한 권을 들고 후다닥 나왔다.

나무와 나무 사이 흙길을 거칠게 지나

시원하고 상쾌한 하루치 공기를 단숨에 먹었다.






​

아무 페이지나 랜덤으로 펼쳤는데 이건

읽다가 할 일이 있어서 잠시 덮을 그런 책이 아니라는 feel이 왔고,

「나와 당신의 작은 공항」 을 만나기 전

내가 좋아하는 글레이즈드 라떼를 곁들이기 위해

곧장 카페 한 구석에 자리를 잡았다.

​

​

결과적으로는

한정된 그 공간 속에서

누구와도 나눌 수 없는 저 밑 깊숙 - 한 대화를

얼굴도 모르는 안바다 작가와

무한정 얘기할 수 있었다.

​


「나와 당신의 작은 공항」 ​ 에세이

​

​

- 저자 소개

​

안바다 독문학, 국문학, 문예창작학을 전공하고

낮엔 문학을 가르치고, 밤엔 책을 읽고 글을 쓰는 사람.

​

문학 외에도 미술, 음악, 사진, 영화 등

다양한 예술 장르, 구애받지 않는 글쓰기 형식으로

문장이 줄 수 있는 즐거움과 가치에 대해

끊임없이 고민하고 시도하는 사람.

​

제2회 브런치북 공모전에서 대상을 받은 사람.

「사랑에 대한 어떤 생각」

​




공간이 협소하다고

우리의 상상력마저 협소해지는 건 아니다.

「나와 당신의 작은 공항」 안바다 에세이 본문 중에서

하지만 내가 현관에서 더 반했던 문장은 따로 있다.

책 뒷표지에 떡하니 적혀있는 문장. 아주 강렬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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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마르칸트의 예배당 입구처럼 신비롭진 않지만

현관은 자신의 언어를 가진 공간이 될 수 있었다.

자아A의 손을 들어준 아내지만 싫지 않은지

퇴근 후 현관에 들어서며 은은한 향기에 대해 물었다.

'오후 노을, 바람을 타고'라는 이름이 붙은 향기라고 설명해 주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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조향사의 설명처럼 현관에서

오후 노을, 바람을 탄 향기가 나는지는 확신할 수 없었지만

아내의 표정만큼은 노을처럼 따뜻했다.

「나와 당신의 작은 공항」 안바다 에세이 본문 중에서

​

작가는 향기를 맡는 아내의 그때의 표정을 포착해

기억에 담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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결혼한 지 얼마 되지 않았을 때였다.

지금보다 이해의 깊이와 경험의 넓이가 부족했던 그때,

아내와 심하게 다투었다.

대단한 일로 다툰 건 아니었다.

언제나 그렇듯, 지금은 잘 기억나지도 않는 사소한 일로,

하지만 사소하게 취급하면 안 되는 일로 다투었다.

「나와 당신의 작은 공항」 안바다 에세이 본문 중에서

책속의 남편은 깨우친 자이다.

사소한 일을 결코 사소하게 취급하면 안 된다는 사실을 알고 있다.

안바다 작가 최고.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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리빙룸 Living room

그러니까 '삶의 공간'은 언제부턴가

죽음의 공간이 되었다.

​

한 철학자의 말처럼

"정보는 더욱 많고 의미는 더욱 적은 세계" 에서

우리는 잠들어 있었다.

「나와 당신의 작은 공항」 안바다 에세이 본문 중에서

​

저자는 한 철학자의 말을 빌려

대중의 거실을 단호박처럼 단정지었다.

부정할 수 없는 사실이다.

​

어린 날 언젠가,

잠을 자기 위해서가 아니라,

아무것도 할 수 없었기에 밤새도록 누워 있었다.

긴 울음과 슬픔, 그리고

무기력이 고인 베개와 이불.

​

어떤 분투도 어떤 의지도 가질 수 없던 내가

할 수 있는 일이라고는 이불과 베개에

몸을 맡기는 것뿐.

​

어두운 시간은 흐르는 것도

완전히 멈춘 것도 아니었다.

그것은 찰랑거리듯 방 안 가득 고여 있었다.

나는 어둠의 가장자리에 놓인

허름하고 눅눅한 이부자리에 누워

이 슬픔의 끝에 가닿기를 바랐다.

​

아무튼, 나는 버텼다.

그런데 만약 내게 얼굴과 온몸을 파묻을 수 있는

베개와 이불이 없었다면

하룻밤이라는 긴 시간을 버틸 수 있었을까.

​

잠들어 있는 동안

최소한 그만큼의 크기와 시간은

고통받지 않을 수 있었다.

간혹 자고 일어나면

조금 전의 슬픔과 고통이

별것 아닌 것처럼 느껴지는

행운을 얻기도 했다.

「나와 당신의 작은 공항」 안바다 에세이 본문 중에서

​

어린 날에만 국한되는 얘긴 아닌 것 같다.

언젠가 누구나 그럴 수 있기에

그런 나를 받아주는 침실이 곁에 있는 것만으로도

위안이 된다.

​

무엇보다 작가가 겪었던 어린 날을

나는 최근에 겪었기 때문일까.

침실 여행은 먼훗날에도 하고 있지 않을까 짐작해본다.

​

​

너무나 넓은 공간은,

공간이 충분히 있지 않을 때보다

우리들을 훨씬 더 질식시킨다.

​

남미의 대초원에서 말로 끝없이 질주한 다음에

그는 이렇게 쓰고 있다

​

바로 과도한 질주와 과도한 자유

또 그럼에도 변함없는 그 지평선 때문에

우리들이 절망적으로 달렸음에도 불구하고,

​

그 넓은 초원은 내게는,

​

다른 감옥들보다 크기는 해도

감옥의 모습을 띄었다.'

「나와 당신의 작은 공항」 안바다 에세이 본문 중에서

_가스통 바슐라르, 곽광수 옮김, 『공간의 시학』,동문선,2003,367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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