세 모양의 마음
설재인 지음 / 시공사 / 2020년 9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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인간의 마음은 알다가도 모르겠다.

좋으면서도 싫은 애증의 관계 같은 것.

상반된 그 둘이 공존하고 있는 마음.

적나라한 자신의 마음을 마주하는 데

어찌할 줄도 모르면서

타인에게 "그건 잘못된 거야." 라고 결코 나무랄 수 없다.



왜 우리는 서로를 할퀴고 상처를 준 다음

아무 일도 없었다는 듯

뻔뻔하고 고매한 척 구는 사람이 되지 못할까.

다 그렇게 사는데.

맘대로 세상에 던져놓고선 자신이 원하는 대로 꼭두각시처럼 굴기만을 바라는 사람들은 왜 세상에 이렇게나 많고, 또 동의하지도 않은 의무를 지게 만드는 걸까.

타인보다도 못한 사람들이 쥔 올가미를 부르는 이름이 뭔 줄 알아?

혈연. 핏줄. 내 새끼.

어떻게 자아를 가진 대상에 대해 소유권을 주장할 수 있는지.

마치 태어나서부터 작은 통에 갇혀 더 이상은 높이 뛰어오를 수 없게 된 개구리처럼.

세 모양의 마음






얼굴이 파랗게 그늘진 책 겉표지.

잔디밭이 있는 돌에 걸터앉아 저만치에 시선을 두고있다.

코입귀를 보아하니 여성의 실루엣인 것 같은데..

사연이 있는 게 분명하다.

《세 모양의 마음》

밀레니얼 세대 설재인 작가의 장편소설

본인도 밀레니얼 세대라 그런지

띠지에 새겨진 작가의 소개가 눈에 띄었다.

세 모양의 마음의 저자는 밀레니얼 세대.






- 저자 소개

1989년생 나와 같은 해에 태어났다.

특목고에서 수학을 가르쳤지만 그만뒀고, 복싱은 그보다 오래 했으며 지금도 하고 있다고.

출판사에서 책을 만들고 있는데 언제 그만둘지 모르겠고, 소설은 안 그만둘거라고 자신을 소개한다.

"한치 앞날을 모르는 게 바로 인생이기에

고민 마시고 마음가는대로 하시면 어떨까요?"

아는 사람이었다면 이렇게 오지랖을 부렸을 것을지도 모를 나 자신을 상상했다.

읏챠 ;-(

매일 출근 전에 소설을 쓰면서 자기가 만들어낸 인물들과 싸우고 화해하고 사랑한다는 저자.

소설집 《내가 만든 여자들》

에세이 《어퍼컷 좀 날려도 되겠습니까》를 썼다.

유주, 상미 두 중학생과 삼심 대 여성 진영이 만나 펼쳐지는 이야기.

몰입도가 몹시 강하다.

책 오래 못 읽는 내가 펼친 자리에서 두 시간만에 다 읽어버렸으니까.

- 주인공 간략 소개

유주 _ 중2 여학생

평온한 날, 물놀이 계곡에서 일어난 사고,

그리고 일찍 세상에 나온 남동생의 죽음.

그 후 유주의 모든 세계를 감싸 보호하던 외피는

바싹 말라 쩍 갈라져버렸고,

그 안에 이미 깊이 져버린 흉은 사라지지 않았다.

죽은 남동생의 유령이 두 팔을 양껏 벌려 유주의 집을

덮고 있었다.

유주의 모든 실수와 실패, 부족함과 나약함은

언제나 죽은 남동생과 비교되어 더욱 도드라졌다.

부모의 상상 속에서 모든 면이 완벽한,

그야말로 이상적인 아들로 자라난 것일까.

네 동생이라면 그러지 않았을 거야.

네 동생은 너처럼 멍청하지 않았을 거야.

네 동생이라면 이렇게 속 썩을 일도 없었을 텐데..

세 모양의 마음 / 설재인 작가 장편소설

상미 _ 중2 여학생

밖에 나가면 다 돈이야. 돈,돈.

돈도 없는데 어딜 나가니? 그냥 집에 있어.

용돈 한 푼 없이 머무를 수 있는 공간을

도서관 외엔 찾을 수 없었다.

왜 내 삶은 매일 이렇지? 하루 종일.

왜 내겐 아무도 선택권을 주지 않지?

왜 내겐 이 길과 이 가족 하나밖에 허락되지 않은 거지?

상미는 그 옛날의 터미널로 돌아가는 꿈을 자주 꿨다.

아이스크림을 사주던 여인의 손에 이끌려 버스에 올라타

창문을 통해 작은 몸이 보이지 않도록 고개를 숙이기만 하면, 엄마도 고모도 자신을 찾지 못했을 것이다. 그러면 그 여인과 전혀 모르는 낯선 곳으로 향할 수 있었을 테고.

그게 바로 어쩌면 지금껏 살아온 상미의 삶에서 단 하나의 손가락을 더 꼽을 수 있는 '선택'이 될 수 있었을 터였다.

세 모양의 마음 / 설재인 작가 장편소설

진영 _ 30대 여성

혼자 페트병에 담긴 소주를 조금씩 따라 마셨다.

안주는 주로 지구가 멸망할 때까지 상하지 않을 것 같은 젓갈류나 멸치볶음이었고,

가끔 기분이 정말 좋은 날엔 참치김밥 같은 것들을 곁들이곤 했다. 그걸로 충분했다.

'성인 방송 완비' 라고 쓰여 있는 고시원

남녀 층이 분리된 것도 아닌데, 여자가 살기엔 좀......

방을 달라는 진영에게 주인 남자는 떨떠름한 표정으로 말했었다.

괜찮아요, 제일 싼 방으로 하나 주세요.

그 방은 진영에게 쉬는 방이었다. 아니, 쉰다기보다 죽지 않고 아등바등 살기 위해 필요한 방.

남편이 그렇게 일찍 죽어버릴 줄은 몰랐다.

떠나기 위해 했던 결혼이었는데.. 가시나무가 가득한 산을 벗어날 수 있는 유일한 길인 줄로만 알았는데.

세 모양의 마음 / 설재인 작가 장편소설

쟤는 왜 아무 관련도 없는 사람들에게까지

잘하는 거야?

그거야 쟤가 특이해서.

하여간 특이해.

그런 말들이 사랑의 가능성을 소거하는 것.

자신의 마음조차 인지하지 못하게 만드는 것.

내가 유주에 대한, 또 상미 너에 대한 마음을 정리하지 못해

잠 못 이루며 괴로워하던 나날들을 보내야 했던 이유.

세 모양의 마음 / 효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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