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
게토의 주인 - 23일 폐쇄구역
지미준 지음 / 포춘쿠키 / 2020년 8월
평점 :
품절
<<게토의 주인 23일 폐쇄 구역>>
작가_ 지미준
장르_ 장편 우화 스릴러
ㄱ. 이 책을 읽게 된 계기


이들의 눈을 보라.
왠지 모를 적대감이 가득 찬 눈빛을. 그들은
왜 저렇게 경계하는 눈을 갖고 살아가야 했을까.
도대체 누가 이 아이들의 마음에 불을 지른 걸까.
강아지와 고양이를 귀여워하면서
한편으로는 무서워 다가가지 못하는 나조차도
이 눈을 마주했을 때 마음이 아프고 죄책감이 들었다.
필시 그래야만 했다.
나 또한 인간이라는 종족 중 하나이기에
이 책을 펼쳐보기도 전에 불특정 뭉뭉이와 냐옹이에게
미안하고 또 미안한 마음이 들었고,
나 역시 인간이라는 종족 중 하나였기에
그들의 실상, 그들의 살아가는 현실을
가까이에서 접함에도 불구하고
대충은 알면서도 굳이 들여다보고 싶지 않았다.
솔직히 말해 등지고 있었다.
그런데 내가 이 책의 서평을 써야 한다니.
머리와 손과 마음은 재각기 움직인다는 걸
다시금 실감하면서
'그래서 정말 네 마음은 뭔데.'
게토의 주인은 자신에게 물음을 하는 시간까지 갖게 만든 내게는 그런 책이었다.
ㄴ. 저자 소개

1982년생. 컴퓨터 자수 디자이너, 번역가, 영어 강사 등
다양한 직업을 체험한 뒤에 어느 날 번개 맞은 것처럼
영감이 떠올라서 소설을 쓰기 시작했다고.
저자는 자신이 소설을 쓰게 되리라고는
미처 예상하지 못했다고 한다.
집필의 원동력은 호기심이며
이 소설의 시작점에는 복수심이 있었지만
최후 동력으로 봉인해 두기로 했다는데 그게 뭐였을지
더욱 궁금증을 유발하게 한다.
아무도 모른다.
바로 내일, 우리가 무엇이 되어 있을지는.
ㄷ. 책 내용 요약

보통 책을 읽기 전에 목차를 보고 내용을 짐작해보는데
사진과 같이 게토의 주인은 목차가 아주 심플하다.
원래 장편 우화나 소설의 목차는 이게 일반적인건지.
지금까지 독서 장르를 편식해왔다는 걸
자각한 순간이다.
- 게토의 주인 7 ~ 314p
- 에필로그 315p
처음 등장하는 주인공은 덕근이다.
덕근의 시선에서 스토리가 전개된다.
엄마 아빠가 기다리라고 한 지 한 시간이 지나 정오가 가까워졌다. 간식으로 받아먹은 과자 맛이 어렴풋이 혀 깊숙이 남아있는 것 같아 입을 쩝쩝거려 보았다. 차를 타고 한참을 달려 도착한 이곳 공원에서는 많지 않은 사람들이 그를 한 번씩 힐끗 보고 지나가거나 이따금 한 마디씩 말을 건네기도 했다. 조심스레 그에게 손을 내밀거나 그의 머리를 쓰다듬는 사람도 있었다.
덕근이라는 이름 정이 가는 동네 아이 이름 같아서
처음엔 아이의 시선인가 했는데, 첫번째 등장하는 주인공이자 강아지의 이름이었다.
새 주인, 개들의 천국
구사일생①, 구사일생②
덕근에게 닥친 일을 짐작할 수 있는 소제목들이다.
인간들은 나를 데리고 어떤 건물 안으로 들어갔는데, 그곳에는 개와 고양이가 잔뜩 있었어. 잡혀온 게 나뿐만이 아니라는 데 위안을 얻었지만, 이상하게도 그 녀석들은 저마다 어딘가가 아파 보였어. 목에 이상한 깔때기를 두른 녀석도 있고 말이지. 들어와서 아프게 된 것인지, 아파서 들어온 것인지 알 수가 있나.
"하하, 난 거기가 어딘지 알 것 같아."
"안다고? 뭐하는 곳인데?"
동물병원이란 곳에서 지내 보니까 나 같은 친구들이 꽤 들어오더라구. 다들 한쪽 귀 끝부분이 뭉툭하게 잘려 나갔고, 수컷들의 불알은 죄다 뽑혀 나갔어. 암컷들은 연신 뱃가죽을 핥아대는데 자세히 보니 배의 털이 깎여 있고 큰 상처가 있더라. 무슨 일인지 모르겠지만 암컷들도 안타깝긴 마찬가지였어.
인간들은 이틀이 지난 뒤에야 날 풀어 주더군. 익숙한 골목에서 풀려나자마자 친구들을 찾아갔더니 글쎄, 나를 보는 시선들이 다들 이상해. 내 몸에 낯선 냄새가 나서 그랬나봐. 가까이 다가가도 경계만 하고, 뭐, 그럴 만도 해. 낯선 곳에서 며칠을 보냈으니.
다시 무리에 섞이고 나서 해가 뜨고 지기를 십수 번 반복하는 동안, 내가 좀 이상해지는 것 같더라구.
그리고 두 번의 사건이 있었어.

있는 것과 없는 것, 홀로 서기.
우물 안 고양이, 살아있기 위하여
칠백이의 이야기이다. (칠백이는 고양이다.)
책 겉표지에 노란 눈을 가진 그 고양이가 바로 칠백이였다.
어차피 돌이킬 수는 없었다.
통조림을 지나쳤든 아니든
자신은 이 순간에 존재하고,
쌓여 가는 순간순간을 살아내기 위해
전력을 다 해도 모자랄 판에
과거에 미련을 둘 겨를이 없었다.
덕근의 말에도 갈색 개는 마치 짖는 것처럼 입을 뻐끔거리고 숨만 헐떡일 뿐, 아무 소리도 내지 않았다. 그 개는 목소리를 내지 않은 게 아니라 낼 수 없는 것인지도 몰랐다. 난생 처음 보는 이상한 개였지만 목소리가 없는 것만 빼면 다른 개들과 별반 다르지 않은 것 같았다.
"못된 녀석은 아닌 것 같은데 소리를 못 내는 게 이상하네. 목줄이 있는 걸 보니 엄마 아빠를 잃은 모양이야."
"쟤 우리를 따라오는 것 같은데?"
"아, 거 참 성가신 녀석이네."
칠백이 투덜거렸다.
목소리 없는 개는 칠백과 덕근이 걸음을 멈춘 자리까지 따라와서는 이윽고 둘 옆에 멈추었다. 그는 코를 벌름거리며 꼬리를 흔들었다.
칠백이 이따금씩 개를 향해 하악 소리를 냈지만 개는 오히려 신이 난 몸짓을 보였다.칠백이 소심하게 주먹을 한 방 날리고 난 후에야 낯선 개도 까불기를 멈추었다.
"저 녀석 이름이 뭘까?"
"말을 못 하니 알 턱이 없지."
"매미는 어때?암컷 매미는 소리를 못 내니까. 저 녀석 사정도 비슷한 것 같은데."
그렇게 새로운 친구 짖지 못하는 갈색 강아지 '매미' 가 등장하면서 점점 그 이야기에 빠져든다.
제목에 적힌 23일 폐쇄 구역이 궁금하다면
≪게토의 주인을≫ 꼭 읽어보길 바란다.
반려묘, 반려견과 함께 살고 계시는 분
강아지, 고양이를 좋아하는 분
강아지, 고양이를 무서워하는 분
강아지, 고양이를 싫어하는 분
강아지, 고양이를 혐오하는 분
저처럼 소설은 처음이신 분
몰입도 높은 장편 우화 스릴러가 보고 싶으신 분
함께 살아가는 공동체를 살고 계신 모든 분들이 반드시 보셔야 할 책입니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