타샤의 정원 - 버몬트 숲속에서 만난 비밀의 화원 타샤 튜더 캐주얼 에디션 2
타샤 튜더.토바 마틴 지음, 공경희 옮김 / 윌북 / 2006년 8월
평점 :
구판절판




  겨울 저녁이면 타샤는 활활 타는 벽난로 앞에 앉아, 돋보기를 쓰고 씨앗 카탈로그와 원예 서적을 읽을 것이다. 영국에서 온 신간에서 분홍색 엔젤 트럼펫을 보거나 잡지에서 어느 집안에서 물려 내려오는 패랭이꽃을 보면 '사냥'이 시작된다. 타샤는 찾기 힏르지만 반드시 손에 넣어야 되는 화초와 씨앗의 '수배 명단' 을 갖고 있다. 이때가 튜더집안의 수단과 매력과 결단력이 빛을 발하는 순간이다.

                                                                                                   p 44

  타샤는 부엌에서 비스킷이나 옥수수빵을 굽느라 부산을 떨 때면 손님들을 산책길로 내보낸다. 그녀는 아무도 토를 달지 못할 어조로 말한다. "나가서 정원을 둘러봐요. 그 사이에 난 먹을 걸 준비할 테니. 저 오솔길로 내려가면 백합 연못이 있어요. 한낮이니 꽃이 벌어지는 걸 볼지도 모르겠네요. 연못의 물이 얕으면 나한테 알려줘요." 그러면 손님은 구불구불한 오솔길들 중 한 곳을 내려가게 된다.
                                                                                                             p 98

  몇 해 전, 타샤는 우연히 1830년에 만들어진 베틀에 난 구멍에 깊이 쑤셔박혀 있는 체크 무늬 천을 발견했다. 쪽과 양파껍질,검은 호두껍질로 모직에 그 무늬를 그대로 염색했다. 타샤는 그 천으로 만든 드레스를 편하고 이쁘다며 한동안 즐겨 입었다. 하지만 정원사의 옷은 오래가지 못하는 법이라, 옷의 역할이 끝나고 나면 강아지의 깔개로 변하게 마련이다.                                         
                                                                                                            p 204

  - 이따금씩 그녀의 옷에서, 그리고 그녀의 정원에서 풍기는 꽃향기를 가득 맡고 싶을 때가 있다. 그럴 때마다 난 이 책을 꺼내서 책에 코를 바짝 데고 숨을 깊이 들이 마쉰다. 여자라면 누구나 한번씩은 꿈꾸는 그런 정원. 아니 이 세상에 하나 밖에 없는 그녀만의 정원은 언제고 들여다 볼수 있는 꿈의 정원이다. 시간이 아무리 흘러도 충분히 소장 가치가 있는, 귀하고 값진 책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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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거의 매일 같이 발도장을 찍는 동네 서점이 있다. 이사 온 뒤로 섬 같으나 섬 같지 않은 이 동네에서 적응 하려면 참 힘들겠구나 생각하던 터에, 집에서 아주 가까운 곳에 내가 그토록 바라고 바랬던 서점이 오픈을 한것이다. 로또에 당첨된 기분이었다. 물론 집에서 멀지 않은 곳에 서점이 몇 군데 있긴 하지만, 왜인지 좀처럼 발길이 닿지 않았다. 그런데 이 곳은 뭔가 느낌이 달랐다. 단순히 가까워서라는 이유보다 꼭 자석처럼 내가 그곳에 끌어당겨지는 느낌이라고 할까. 나도 모르게 집에서 나올때, 혹은 집에 들어가는 길에 나는 자신도 모르게 자연스럽게 그곳으로 향하고 있었다. 다른 서점에 비하면 책 소장량이 많지 않은 아담한 서점이지만, 문을 열자마자 살며시 풍기는 책 냄새는 다른 대형 서점에 비할 데가 없다. 통 유리창 너머로 내가 서점을 향해 다가오는 것을 보시면 사장님은 재빨리 커피포트에 물을 올리시고 환한 미소로 문을 열어 주신다. 그렇게 문을 열어 주실때마다 나도 모르게 "다녀왔습니다!"라는 말이 입 밖으로 튀어나올뻔 한 적이 한 두번이 아니다. 봄날에 활짝 핀 꽃과 같은 그들의 미소에 가끔은 뭉클할 때도 있다. 이유는 모르겠다.이전부터 줄곧 해결되지 않고, 또 해결할 수 없는 문제와 고민들로 늘 머릿속이 뒤죽박죽 엉킨 실타래인 나를,그들은 늘 침묵으로 감싸 안아준다. 때로는 책을 통해 때로는 살아온 인생을 통해.

 어느 날, 사장님이 내게 일기장 하나를 선물로 주셨다.

 "그날 그날 쓰고 싶은 얘기들을 적어봐..."

 뭐라 말로 표현 할 수 없는 복잡미묘한 기분이 들었다. 심장소리가 내귀에 들릴만큼 콩닥 거렸고, 그리고 두려웠다. 내 일상을 기록한다는 걸 포기한 지 오래였던 탓일까.

 그래도, 그래서 나는 일기를 써보기로 했다. 이 일기장에 써 있는 문구 처럼, 매 순간 흘려보냈던 '소소한 행복'을 만들어주었던 일기장 같지 않은 일기장으로 기억되길 바라며 말이다. 이 한권의 일기장이 그득히 채워질 때 쯤엔 내 머릿속에 엉킨 실타래도 조금은 풀려 있기를 바라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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내가 알고 있는 걸 당신도 알게 된다면 - 전세계가 주목한 코넬대학교의 "인류 유산 프로젝트"
칼 필레머 지음, 박여진 옮김 / 토네이도 / 2012년 5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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절판




   적당한 겸손 역시 많은 인생의 현자들이 꼽은 덕목이다. 타인의 지식을 존중하고 자신으로부터 한걸음 물러서야 한다. 거울을 보지 말고 창밖을 보라.

                                                                                                  p 111


   그는 자녀들에 대해 제대로 알려면 '바로 그 순간 바로 그 자리'에 있어야 한다는 점을 강조하기 위해 조개를 비유로 들었다. 그는 아이들이란 조개 같아서 평소에는 껍데기를 꽉 닫고는 딱딱한 모습을 보여주지만 그 속은 더없이 연약하고 상처받기 쉽다고 설명한다. 예기치 못한 순간, 아이들이 단단한 껍데기를 열 때가 있다. 바로 그 순간 부모가 그 자리에 없다면 "달에 있는 것과 마찬가지"라고 그는 말한다.
                                                                                                   p 128

   가장 가까운 사람에게조차 너무 늦기 전에 할 말을 하기가 그토록 어려운 일인 줄 누가 알았겠는가? 어쩌면 자존심 때문일 수도 있고 애당초 과묵하게 타고 났을 수도 있고 어색하거나 쑥스럽기 때문일수도 있따. 하지만 이렇게 후회하는 사람들과는 대조적으로 기회가 있을 때마다 할 말을 하며 살았던 것을 매우 감사하게 생각하는 이들도 있따. 그 말은 주로 '사랑해'처럼 단순한 것이었다.
                                                                                                  p 255

"아무것도 당연하게 여기지 말게. 그게 내가 깨달은 중요한 교훈이라네. 살면서 일어날 모든 일에 완벽하게 대비할 수는 없어. 하지만 그럼에도 불구하고 인생은 살 만한 가치가 있지. 하루하루를 즐길 수도 있고 말이야. 바로 삶의 아주 작은 것들 때문이라네. 작은 것의 소중함을 알게 되면 뭔가 일이 크게 잘못되고 있는 순간조차 기쁨을 누릴 수 있다네."
                                                                                                  p 303

   - 어쩌면 일상 속에서 너무도 흔하게 듣고 접했을지도 모르는 조언과 말들일지 모르지만, 우리는 이 당연한 조언들이 너무나 간절할 때가 있다. 그럴 때 주변에 이 당연한 말들을 해줄 이가 없다면, 이 책의 힘을 빌려보는 것도 좋을 것 같다. 그런 점에서 이 책은 오늘의 고통과 괴로움이 오늘 보다 조금 더 나은 내일을 위해 발을 내딛게 해주는 지혜와 용기를 복돋아 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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외출
김형경 지음 / 문학과지성사 / 2005년 8월
평점 :
품절



   경호의 사고 소식을 들었을 때 서영은 자신의 존재가 전기가 공급되지 않는 가전제품처럼 느껴졌다. 불빛 한 점 없는 그 캄캄한 단절의 느낌 때문만은 아니었다. 다만 전기가 들어오지 않는다는 단순한 사실이 생활 전체를 마비 시킨다는 점 때문에 그랬을 것이다.                                                                      

                                                                                                     p 22


   인수도 알고 있었다. 몸에서 느껴지는 생생한 살의도, 내면의 악마도, 타는 듯한 분노도 모두 사랑이라는 것을. 거절당한 사랑, 속임당한 사랑, 엎어진 사랑, 외면할 수 없는 사랑..... 그것들이 서로 부대끼고 덜그럭거리면서 상반된 감정을 퍼올리고 있다는 것을.               

                                                                                                     p 56


   인수도 알고 있었다. 평생 한 사람만 사랑하는 일이 인간의 생물학적 본성에 맞지 않는 일이라는 것을. 본성을 억압하는 제도를 만들어놓고 그 틀에서 벗어났다는 이유로 비난하는 행위도 우습다는 것을. 이왕 약속된 제도라면 되도록 지키는 게 낫겠지만 어떤 불가항력이나 천재지변에 의해 그 규칙을 어기게 된다 하더라도 그것이 패륜이나 악덕으로 취급되어서는 안 된다는 것을.

                                                                                                     p118


   그들도 이렇게 사랑했겠구나...... 병실에 누워 있는 두 사람을 떠올려보았다. 그런데 이상했다. 바로 그 순간, 그들을 떠올리는 일이 더 이상 고통스럽지 않았다. 상실감이나 열패감, 혹은 자기 비하감 같은 것이 느껴지지 않았다. 나무를 보며 나무구나.....바다를 보며 바다구나.....말하듯이 그들도 이렇게 사랑했겠구나...... 싶었다. 그들도 그렇게 사랑했겠구나......

                                                                                                      p142


   - 이 책을 읽는동안 마치 내 눈앞에서 이들이 숨쉬고 울고, 웃고, 말하고 있는것 같은 생동감 넘치는 감정표현과 문체에 놀라지 않을 수 없었다. 낯설지만 익숙한 그들의 치명적인 사랑을 통해 잠시동안이나마 나도 그들의 사랑의 속삭임에 묻혀있었던 것 같다. 이 책을 읽고 내가 내게 묻고 싶다. 나는, 그리고 우리는 지금 어떤 사랑을 하고 있는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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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eBook] 채식주의자 : 한강 연작소설
한강 지음 / 창비 / 2014년 7월
평점 :
판매중지


 사십년 가까이 한번도 경험해보지 못한 찬란한 희열이, 몸속 알 수 없는 곳에서 조용히 흘러나와 자신의 붓끝에 고이는 것을 그는 침묵 속에서 느꼈다.

                                                                                               p 107


 막을 수 없었을까. 두고두고 그녀는 의문했다. 그날 아버지의 손을 막을 수 없었을까. 영혜의 칼을 막을 수 없었을까. *** *** 그녀를 둘러싼 모든 사람의 삶이 모래산처럼 허물어져버린 것을, 막을 수 없었을까.

                                                                                                p 166


 봄날 오후의 국철 승강장에 서서 죽음이 몇달 뒤로 다가와 있다고 느꼈을 때, 몸에서 끝없이 새어나오는 선혈이 그것을 증거한다고 믿었을 때 그녀는 이미 깨달았었다. 자신이 오래전부터 죽어 있었다는 것을. 그녀의 고단한 삶은 연극이나 유령 같은 것에 지나지 않았다는 것을. 그녀의 곁에 나란히 선 죽음의 얼굴은 마치 오래전에 잃었다가 돌아온 혈육처럼 낯익었다.

                                                                                                 p 201


 -책 속에 등장하는 세 사람 각자의 시선으로 바라본 영혜 그녀의 모습은, 충격적이었고 비참했고 또 매혹적이었다.  그녀의 모든것을 멈추게 하려는 그들에게 제발 그만 하라고 소리치고 싶은 마음이 솓구칠 만큼 미간을 잔뜩 찌푸리면서도 계속해서 벌어질 스토리가 궁금해 단숨에 읽은 책이다. 그런데 다 읽고 나서도 여전히 개운치 않은 물음표인 것이 한가지 있다. 그래서 영혜 그녀가 그렇게 될 수 밖에 없었던 이유는...? 원인은....? 누구에게 물어도 해답은 없는 것 같다.

나의 인생 또한 그렇듯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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