내일을 위한 내 일 - 일 잘하는 여성들은 어떻게 내 직업을 발견했을까?
이다혜 지음 / 창비 / 2021년 1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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좀 의외다. 당연한 이야기를 할 것이라 생각했는데, 당연하게 느껴지는 것이 결코 당연한 것이 아니라 말한다. 많은 자기계발서, 성공한 이들의 후일담을 담은 전기들은 말한다. 성공하려면 ~ 해야 한다고. 이러이러한 자세로 이러이러하게 살아야 한다고. 그러나 이 책에 등장하는 인터뷰이들은 그렇게 말하지 않는다. 이들이 말하는 성공의 기준 또한 제각각이다. 생각한만큼 행동하되 꾸준히, 포기하지 않아야 한다 말한다. 특별한 성공비법이라 할 것은 없으나, 이들은 하면 된다고. 하는 건 어렵지만 그래도 하면 된다고, 하지만 적어도 10년은 포기하지 않고 해야한다 말한다. 과거급제에 일생을 바치는 과거의 선비처럼 한 우물만 파며 살라는 이야기가 아니다. 원하는 가치와 목표를 추구하며 나아가되, 자신의 현재 위치를 인지하고 사회의 흐름을 읽으며 나아가야 한다고 말한다.

저자는 서론에서 인터뷰이들에게서 ‘앞길이 훤히 보였던 것이 아니라고, 잠깐 멈추거나 우회하는 동안 실패했다고 좌절하기도 했다고, 어떻게 하면 되는지 섣불리 재단하는 말은 하고 싶지 않다고’ 강조하는 말을 몇 번이나 들었다고 밝힌다. 이 대목을 읽고 이 책을 신뢰해 보기로 했다. 이렇게 솔직한 염려를 하는 인터뷰이들이라면, 그들의 말에 귀기울여 들어보아도 되지 않을까.

“예전에 제가 힘들어할 때마다 대표님이 한 얘기가 있거든요. 딱 10년만 해 보라고. 10년만 하면 전문가가 된다던데, 하고. 아무것도 모르는 채로 시작해서 10년을 했더니 자연스럽게 잘하는 일이 되더라고요.” (106쪽, 전주연 바리스타)

”내 가치만 정하면 돌아가더라도 계속 나아가는 거예요. 금방 이루지 못할 수 있어요. 나도 그랬고, 그래도 가는 거지. 뚝심이 있는 게 중요한 것 같아. 뚝심 있게 가다 보면, 어느 경지에 도달해 있는 거지”(205쪽, 이수정 범죄심리학자)

책 속에는 각기 다른 분야에서 성공이라 부를 수 있는 위치에 오른 일곱 명의 여성들의 이야기가 담겨있다. 이들의 공통점은 지난한 세월을 버텨 온 사람들이라는 것이다. 세월은 곧 시간이며, 시간을 투자하는 것은 생(生)을 도려내어 들이는 행위다. 이러한 의미에서 시간을 투자하는 것은 무엇보다도 큰 투자다. 큰 투자에는 많은 염려와 걱정이 따르기마련이다. 그러나 언니들은 자신에 대한 믿음으로 버텨왔고, 마냥 버티기 보다는 스스로 더 나아가고자 노력한다. <내일을 위한 내,일>은 어제의 나보다 오늘 한 걸음 더 나아가고자 하는 이들이 자기 자신을 믿은 기록, 생각하기만큼 행동한 기록이다.

“눈앞의 짐을 치우는 것만으로 힘에 부쳐 멀리 가기는 커녕 계속 우물물만 마시고 있다고 생각했는데, 시간이 지나면 어느새 넓은 바다에 나와 있다는 사실을 깨닫곤 한다. ”(139쪽)

이 책을 하나의 집이라 한다면, 이 책의 초석은 저자의 따뜻한 의도이다. 그리고 묵묵히 자신의 자리를 지키며, 오늘을 살고 내일 나아가는 매력적인 언니들의 이야기는 하나의 기둥이 되었다. 이제 집을 완성하기 위해 지붕을 얹는 일은 독자들의 몫이다. 서론에서 저자는 자신의 바람은 인터뷰이들이 후일, 삶의 어려운 시기를 지날때 자신이 한 말로부터 힘과 용기를 얻는 것이라 한다. 이들의 이야기를 통해 힘과 용기를 얻은 독자들이 인터뷰이들처럼 누군가에게 힘과 용기를 주는 이가 된다면, 우리는 하나의 책으로 서로 연결된 언니들이 될 수 있지 않을까. “당신의 말로부터 내가 힘을 내고 용기를 얻은 것처럼. 우리가 서로 연결되어 있다는 건 그런 의미일 것이다.”

*창비에서 책을 제공받았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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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전을 사는 이에게 오후도 미래다 - 삶을 버티게 하는 가치들, 2019 12월 국립중앙도서관 사서추천도서, 2020 원북원부산 선정도서
이국환 지음 / 산지니 / 2019년 9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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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 글에는 스포일러가 포함되어 있습니다.
이런 책이 있다. 맛있는 것을 쟁여 두듯, 책장에 잘 넣어두었다가 문득 어느 날 다시 읽고 싶어지는 책. 망망대해 같은 삶속에서 잠시 멈춰 뒤를 한 번 돌아보고 지금의 위치를 확인하고 다시 나아갈 방향을 찾고자 할 때, 꺼내보고 싶은 책. 이국환의 『오전을 사는 이에게 오후도 미래다』가 그런 책이다.


저자의 책은 독서와 글쓰기를 통해 삶이 더 가치 있기를 바라는 탐구이자 물음이다. 200페이지의 가량의 그리 짧지도 길지도 않은 이 책은 예술과 철학, 책과 사람을 통해 삶의 가치를 찾고자 한다. 삶을 살아가게 하는 가치들에 대해 ‘그래도 산다는 것’, ‘그래도 안 다는 것’, ‘그래도 견딘다는 것’, ‘그렇게 살아간다는 것’이라는 소제목에 맞게 ‘그래도’의 의미를 찾는 것에서 시작되어 ‘그렇게’ 살아가고 있는 ‘생(生)’에 대한 물음과 답으로 점철되어 있다.


저자의 답들은 독자를 설득한다. 설득은 논리(로고스)와 감정(파토스) 그리고 인간미(에토스)를 포괄하는 소통의 기술이다.(「에토스, 운명을 바꾸는 글쓰기」) 이때, 에토스는 인격과 윤리성을 뜻하는 것으로 글쓴이의 생애 그 자체이며, 곧 그 자신이다. 좋은 글은 독자를 설득하는 글이며, 설득되지 않은 공감과 감동은 존재하지 않는다. 저자는 자존심, 늙음, 아는 것, 예술, 낭만, 고독 등 우리 삶과 밀접해 있으나 명확히 답하기 어려운 것들을 독서를 기반 한 논리(로고스)에 자신의 인간미(에토스)를 더하여 독자에게 다가와 공감하게 하기도, 감동을 주기도 한다.


예를 들면, 요즘은 자존감을 갖는 것이 중요한 사회이다. 그러나 자존감이라는 이 단어는 의미조차 모호하며 종종 자존심과 혼동된다. 저자는 「자존심보다 자존감이 중요한 이유」에서 자신감과 자존감을 구분하여, “자존심을 내려놓고 자존감을 찾아야 한다.”고 자존감의 필요성을 강조한다. 이 자존감은 “칭찬에 우쭐하지 않고 비판에 흔들리지 않는, 그리하여 자신을 소중히 여기면서도 타인을 존중하는 것이며, 오랜 세월 노력하여 내 몸에 새기는 습관”이다. 끊임없이 서열을 매기고, 사람을 판단하는 기준이 평가인 사회 속, 자존심은 타인에 의해, 상황에 의해 쉽게 무너질 위기가 도래하는 이곳에서 자존감이 뒷받침 되지 않는 위태로운 자존심은 곧 나를 잠식시키는 그 무언가로 변해 덮쳐올 수 있다. 그래서 자존감이 중요함을 소포클레스의 희곡 <아이아스>를 예로 들어 독자를 설득한다.

소설가 위화(余華,1960)는 『문학의 선율, 음악의 서술』 (문현선 역, 푸른숲, 2019.)의 서문에서 중국의 가장 오래된 지리서인 『산해경』에 등장하는 전설속의 새, 비익조라고 불리기도 하며 좀 더 보편적으로는 ‘만만’이라 불리는 새에 대해 설명하면서 텍스트와 독서 행위를 이에 비유한다. 날개와 눈이 한 짝씩 밖에 없기에 짝을 이뤄야만 날 수 있는 이 새처럼, 죽어있는 텍스트와 공허한 독서가 만나 한 몸이 되어야 나란히 날개를 펼치며 날아오를 수 있음을 말한다.

이국환의 책은 만만의 결합. 텍스트와 독서가 만난 결합물이다. 이 결합물은 읽는 데서 그치게 하지 않고 또 다른 독서로 안내한다. ‘글쓰기는 독서의 완성이며, 동시에 독서의 출발점이기도 하다.’는 저자의 말처럼 저자의 글이 독서의 완성이라면, 동시에 그의 책은 읽는 독자에게 또 다른 독서, 글쓰기를 여는 출발점이 된다.

저자는 어떠한 위험이 도래할지 모르는 격변의 현 사회를 살아가는 한 사람으로서, 예술에게 철학에게 때론 과학에게 삶에 대해 묻는다. 그 물음에 대한 답이 날카롭고, 논리적이지만, 따뜻하고 감성적이어서 독자로 하여금 그 물음을 함께 고민해보고 답하게 한다. 그리고 나아가 자신의 경험에 빗대어 글쓰기를 통해 운명을 바꿀 수 있음을 확신시킨다.

누군가 저자의 책에 수록된 글 중 가장 여운이 남는 글이 무엇이냐 물으면, 나는 「원숙한 늙음을 고민한다」를 선택할 것이다. 성숙한 늙음은 어떤 것인가에 대한 나의 물음에 욕망은 버리고 지난 일을 용서하고 배움으로 채워가는 것이 원숙한 늙음이라 답하기 때문이다. 그리고 묻는 이에게 이 책을 권해줄 것이다. 삶에 대한 물음이 생긴 다면 꺼내어 읽어 보라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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당신의 아주 먼 섬
정미경 지음 / 문학동네 / 2018년 1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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북받쳐 오는 감정들을 꾹꾹 눌러가며 읽다가 결국 울어버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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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전을 사는 이에게 오후도 미래다 - 삶을 버티게 하는 가치들, 2019 12월 국립중앙도서관 사서추천도서, 2020 원북원부산 선정도서
이국환 지음 / 산지니 / 2019년 9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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삶의 고민의 순간마다 펼쳐보면 좋을 책. 인문학의 중요성이 떨어지는 이 시대에 인문학이 왜 필요한가에 대한 해답을 알려주는 책. 삶에 대해 예술에 대해 삶의 가치들에대해 생각하고 고민하는 독자들에게 추천하고 싶은 책.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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