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천 개의 태양보다 밝은 - 우리가 몰랐던 원자과학자들의 개인적 역사
로베르트 융크 지음, 이충호 옮김 / 다산북스 / 2018년 7월
평점 :
구판절판
그 당시 과학계 사람들이 정치를 과소평가하긴 했지만, 정치인과 일반 대중이 과학을 과소평가하는 정도는 그보다 훨씬 더 심했다. 그 당시 히틀러라는 이름이 언급된 빈도를 ‘중성자’란 단어가 언급된 빈도와 통계적으로 비교한다면, 필시 100만 대 1보다도 더 큰 차이가 날 것이다. 심지어 ‘정보시대’에도 우리는 현재 일어나는 사건 중 결국에는 어떤 것이 미래에 정말로 중요한지, 또는 어떤 것이 큰 재앙의 전조인지 제대로 판단하는 능력이 크게 떨어진다. (p.99)
탁월한 지식인이자 평화의 위대한 친구인 아인슈타인은 장래에 공개될 개인적 편지와 메모에서 자신이 어떻게 해서 운명의 장난에 휘말려 극도로 무서운 파괴 무기를 만들라고 권고하는 편지를 보내기로 결정했는지 추가로 명확하게 설명했다.
물론 그 당시 아인슈타인은 독일의 원자폭탄에 기습당할지 모를 사태에 대비하기 위해 우라늄 문제에 적극적 관심을 보이라고 권했던 미국 정부가 자신이 쥐게 된 막강한 새 힘을 진정한 지혜와 인류애를 가지고 다룰 것이라고 확신했다. 그는 미국이 비슷한 무기에 대응하기 위한 자기 방어 이외의 목적으로는 어느 누구에게도 그런 폭탄을 절대로 사용하지 않을 것이며, 사용할 경우에도 오로지 자국의 안전이 심각하게 위협받을 때에만 그럴 것이라는 가정 아래 행동했다. (p.155)
사람들은 폭발의 위력 앞에서 두려움에 사로잡혀 그 자리에 얼어붙고 말았다. 오펜하이머는 관제소 안에서 한 기둥을 붙들고 있었다. 힌두교 경전인 <바가받기타>에 나오는 구절이 마음속에 떠올랐다.
천개의 태양의 빛이
하늘에서 일시에 폭발한다면,
그것은 전능한 자의
광채와 같으리라.
하지만 포인트 제로 위로 저 멀리 불길하고 거대한 구름이 솟아오를 때, 같은 경전에서 또 다른 구절이 떠올랐다.
나는 죽음이요, 세상의 파괴자가 되었다. (p.328)
방사성 스트론튬은 암의 원인 중 하나이다....오염된 일본인 어부23명 중 한사람인.....기자를 통해 전 세계 사람들에게 다음과 같은 메시지를 보냈다. “우리의 운명은 온 인류를 위협합니다. 책임 있는 사람들에게 이 이야기를 전하세요. 신어여, 그들이 귀를 기울이게 하소서.”(p.498)
항상 인간적이었던 이 특이한 화학 교수는 아마도 그의 직업을 더 이상 우스꽝스러운 것이 아니라 이제 공포스러운 것으로 간주하게 된 이후로 존경심과 두려움이 섞인 눈으로 오펜하이머를 바라본 모든 보통 시민을 대변하여 이 질문을 했을 것이다. “과학자는 괴상한 사람인가요?” 에번스가 던진 이런 종류의 투박한 질문은 실제로는 수백만 일반 대중의 목소리를 대변하는 것이었다. 그들은 과학자가 다음과 같은 질문에 답을 해주길 원했을 것이다. “당신은 우리와 같은 종류의 존재인가요? 당신은 아직도 절제와 인간의 존엄성과 창조자의 명령을 믿는 게 타당하다고 생각하나요? 당신이 정말로 추구하는 것이 뭔지 말해주실래요?”
인사보안국 사랍들 앞에서 차례로 증언한 원자과학자들은 사실 법정에 선 것이나 다름없었다. 그,리고 그들이 대답했어야 할 중요한 질문은 “당신은 국가에 충성했습니까?”가 아니라 “당신은 인류에게 충실했습니까”였다. (P.530)