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랫만에 접해보는 로맨스 소설이다.

 

이제는 불혹의 나이를 지나 사랑때문에 심장이 뛰는 일은 별로 없을거라고 생각했는데...

 

잔잔한 감동으로 다가오는 내용들이 어쩌면 이렇게 아름다운지 읽는 내내 미소가 떠나지 않았다.

 

 사랑을 믿지 않는 남자, 연파란과 너무나도 정갈한 여자, 나향기는 사업 파트너로 만나게 된다.

천방지축에 제멋대로이고 바람둥이 였던 파란은 옛날 사극에서나 볼 수 있는 진중하고 점잖은 향기를 사랑하게 되고..

파란의 다가옴에 향기도 우여곡절끝에 마음을 열게 된다.

 

두사람 모두 어린시절의 상처로 인해 힘든 마음들을 서로 알아가며 위로받고 사랑을 키워간다.

 

사실 특별한 악역도 없고 심한 갈등도 사랑을 방해하는 어떤 위기도 그리 급박하지 않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이 소설이 내게 감동으로 다가오는 이유를 몇개 꼽자면,

 

1. 요즘 시대에 보기드문 현숙한 여인의 모습을 그리고 있다는 것이다. 

향기는 부모님을 여의고 할아버지와 오빠들과 살아간다.

전통적인 삶을 고수하는 가정에서 잘 적응하며 어른을 존경하고 섬기며 오빠들을 챙기고 조심스러운 행동거지로 예의범절을 지킨다. 요즘의 아이들에게서 보기 힘든 모습이다. 존대말을 쓴다는 자체를 모르는 아이들이 너무 많은 현실에서 향기를 보며 많이 행복했다.

 

2. 잔잔한 음성으로 그저 일상을 그리듯 담담하게 써내려 가는 작가의 세밀한 필체가 마음에 들었다.

우아하고 깔끔하게 정말 편안하게 읽어내려가다 보면 어느새 소설 속에 흠뻑 빠져들어 파란때문에 가슴아프고 향기때문에 안타까워 하는 나를 발견할 수 있었다.

 

3. 우리의 전통을 소중하게 생각하는 작가의 마음이 엿보이는 내용이다.

전통혼례, 한복, 사대부의 예의 범절, 바느질, 손님대접 등등에서 그저 고루하다고 치부하기에는 너무도 소중하고 아름다운 우리의 것들이 물씬 들어있다.

 

새로운 것을 좋아하고 빨리 하는 것을 좋아하고 옛 것은 무조건 버림이 되어져버린 요즘에서 늘 바쁘고 힘들고 정신없이 살았다.

향기를 만나며 머리가 상쾌해졌다. 마치 삼림욕을 하고 난 개운함...

안정되고 편안하고 단아한 부드러움..

 

그저 편하게 가볍게 집어들었던 로맨스 소설이 나에게 참으로 많은 선물을 주었다.

제목처럼 새봄이 오는 이 시절에 산타크로스의 선물을 한 보따리 받은 기분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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