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Book] 이케아 불편을 팔다
뤼디거 융블루트 지음, 배인섭 옮김 / 미래의창 / 2013년 5월
평점 :
판매중지


사실 이 책은 「이케아 사장을 납치한 하롤드 영감」을 읽게 되면서, 참고하기 위해서 골랐던 책이다. 최근에 한국에도 이케가 매장이 생긴 것 같고, 일본에서도 이케아는 매우 인기가 있는 브랜드이다. 그런 이케아를 소재로 한 소설을 읽게 되었는데, 사실 내가 이케아라는 회사에 대해서 그다지 알고 있는 게 없다는 생각에서 읽기 시작한 것이다.

책의 구성은 참 특이했다. 전반부에는 이케아를 창업한 잉바르 캄프라드에 대한 일대기랄까? 거의 전기를 읽는 느낌이었다. 그가 어려서부터 어떠한 환경에서 자랐으며, 타고난 장사꾼이어서 이미 가지고 있는 것들을 파는 법을 아는 아이었다든지, 또 사소한 것을 팔기 시작하면서 이케아라는 큰 기업을 만들어내기에 이르렀다는 이야기 등... 잉바르 캄프라드에 관한 이야기가 이어진다. 후반부에 이르러서 이케아라는 기업의 성격이나 구조, 전략 등을 소개하게 되는데, 이 부분에서 또한 잉바르 캄프라드의 이야기는 여전히 이어진다. 마치 '애플'하면 '스티브 잡스'를 떠올리고 그와 떼어놓을 수 없듯이, '이케아'를 논하기 위해서는 '잉바르 캄프라드'를 빼놓고는 설명할 수 없다는 것이다. 이는 책을 읽으면 수긍할 수 있게 된다. 일단 'IKEA'라는 기업 이름 자체가 창업자를 가리키는 말이고, 또 이 기업은 창업자에 의해 완전히 통제되고 구성된 회사라는 점에서이다. 어떤 의미에서는 애플보다도 한 사람의 영향력에 의해 움직이는 기업이라는 경향이 훨씬 강한 느낌이 든다.

창업자인 잉바르 캄프라드는 어려서부터 사업가 기질이 있었다고 바로 인정할 만한 인물이지만, 그다지 호감캐릭터는 아닌 것 같다. 또한 신기한 것이 이 책을 읽고 난 나의 느낌은, 그다지 이케아에 대한 이미지도 좋아지지는 않는다는 것이다. 뭔가 장점도 충분히 있기는 한데, 이미 이케아에 대해 가지고 있는 이미지는 굉장히 좋은 이미지였다. 거품을 빼고 소비자가 좋아할 만한 가격에 저렴하고 깔끔한 디자인, 실용적인 제품을 제공하는 기업의 이미지였던 것이다. 하지만, 이 책은 의도한 것인지 의도하지 않은 것인지, 이케아의 꽤 구체적인 사정까지 알려준다. 그것이 반드시 나쁜 이미지를 들춘 것은 아니지만, 북유럽의 세련된 이미지를 가지고 있는 기업의 이미지를, 왠지 현실적인 한 대기업의 모습을 까발려준 것 같아서 일지도 모른다. 환상이 조금 사라졌달까? 특히 여러나라에 제조공장 및 판매매장을 가지고 있는 이케아가 그러한 점을 이용해서 세금을 마치 돌려막기(?) 처럼 요령좋게 조절하고 있는 점들은 아주 환상을 깨주는 부분이기도 했다. 물론 적법한 범위내에서 법을 활용하는 것이긴 하지만, 왠지 이미지상으로 좋아보이지는 않는다.

하지만 그러한 가운데서도 인상적이었던 부분은 아동보호단체인 세이브 더 칠드런, 유네세프 등과의 협업이었다. 파키스탄이나 인도와 같은 인건비가 싼 곳에 있는 납품업체에서 아동노동에 대한 착취가 있어왔는데, 이에 대해 계약파기 등의 단순한 방법으로 대체한 것이 아니라 아동보호단체와의 협업을 통해서 이러한 기업에게 패널티로 대상 아동들에 대한 교육을 보장하게 하는 방법을 취한 것이다. 사실 특정 나라에서의 아동노동착취가 일어나는 곳은 많을 것이고, 실제로 암묵적으로 이러한 일이 일어나는 경우가 많은 터인데, 단발적인 방법으로 계약파기 등의 패널티를 부과하면 결국 피해를 받는 것은 실제 일자리를 잃게 되는 대상 아동이나 가족들일 것이다. 이케아의 이러한 대처는 서로가 윈윈할 수 있는 좋은 모델을 만든 것이 아닐까 싶다.

앞으로 가장 궁금해지는 것은, 역시 잉바르 캄프라드 이후의 이케아가 어떻게 될 것인지인 것 같다. 이는 나 뿐 아니라 이케아에 대해서 어느정도 알고 있는 사람이라면 자연스럽게 갖게되는 의문이 될 것 같다. 참 이러한 면들은 애플과 많이 닮아있다는 생각이 든다. 특히나 지금까지 창업자의 캐릭터를 따라 철저하게 구두쇠전략으로 나아갔던 이케아가 그러한 정책들을 이어갈 수 있을 것인지 참 궁금해진다. 어쨌든, 좋은 이미지의 기업이라면 언제까지나 좋은 모습 그대로 이어질 수 있다면 좋겠다는 생각이 든다.

댓글(0) 먼댓글(0) 좋아요(7)
좋아요
북마크하기찜하기 thankstoThanksTo
 
 
 
[eBook] 기억술사 1 기억술사 1
오리가미 교야 지음, 서혜영 옮김 / arte(아르테) / 2017년 4월
평점 :
장바구니담기


이 책의 장르는, 마치 만화같은 책표지와는 다르게 '호러'라고 되어있다. 덕분에 이 책을 읽을까 말까 굉장히 고민했던 것도 사실이다. 무서운 걸 못읽으니깐. 근데, 읽은 분들의 이야기나 역자의 해설을 보아도, 이 책을 호러물로 인정할 수 없다던지, 호러라고 해야하는지 판타지라고 해야하는지 잘 모르겠다고 하는 반응들을 보고 읽어보자는 마음이 들었다. 확실히, 이 책을 호러물이라고 할 수는 없을 것 같다. 호러의 정의가 어떠하든간에, 무서운거 못읽는 내가 이 책을 다 읽었거든. ㅎㅎ 그것도 생각보다 금방 읽게되었다. 그만큼 내용이 궁금해서 후딱 읽어내었던 것도 같다.

이야기는 '기억술사'라는 도시괴담 혹은 도시전설이라고 불리는 개념을 차용하고 있는데, 여타 도시전설과는 분위기가 좀 다르다. 나 역시도 TV에서 도시전설과 관련된 무서운 이야기는 거들떠보지도 않는데, 이 이야기는 그런 이야기는 아니었던 것 같다. 하지만 읽는내내 뭔가 쎄-한 느낌이 지속되기는 한다. 그게 직접적인 공포를 들이대지는 않지만, 아무래도 '기억'이 사라지는 것을 소재로 하다보니, 보이지 않는 공포가 느껴지는 부분도 있는 것 같다. 아마도 그래서 호러라는 장르에 집어넣었는지도 모르겠다. 확실히 기억이 사라진다는 것은 무서운 일이다. 죽는 것 보다야 나을 수도 있겠지만, 절대 가벼운 일이 아니다. 예전에 읽었던 『마녀식당으로 오세요』에서도 기억이 사라지는 에피소드가 등장했었는데, 그때도 읽으면서 생각보다 무서웠던 기억이 난다.

책의 결말은 어느정도는 예상했지만, 또 어느정도는 예상하지 못한 결말이었다. 그리고 충분히 쭈뼛하고 섰던 느낌도 들었던 것 같다. 쎄-하다는 표현이 맞을지도. 아무튼, '기억'이라는 것에 대한, 혹은 '추억'이라는 것에 대하여 한번 더 생각해 보게 되었던 것 같다. 과연 '기억술사'라는 것은 고마운 존재일지, 나쁜 존재일지. 읽는 내내 주인공과 함께 고민하게 만들었던 책이었던 것 같다. 책이 출간된 바로는 1권부터 3권까지가 있는데, 1권을 다 읽고 나니 이책은 1권이 원래 소설이고 2-3권이 속편이라는 느낌이 들었다. 역자후기에도 그렇게 쓰여있었고. 따라서 1권만 읽어도 내용은 성립되는 것 같다. 그러다보니, 오히려 속편을 어떻게 구성했을지 조금 궁금해지기도 하다.

댓글(0) 먼댓글(0) 좋아요(5)
좋아요
북마크하기찜하기 thankstoThanksTo
 
 
 
[eBook] 고구려 6 고구려 6
김진명 지음 / 새움 / 2016년 12월
평점 :
판매중지


이 고구려 시리즈는 정말 오랜만에 읽었던 것 같다. 5권을 읽고 나서 대체 몇년이 지났는지.. 6권을 읽기 시작했는데, 대체 이전 내용이 뭐였는지 기억이 나지 않을 정도였다. 오히려 4권은 기억이 나는데, 5권의 내용을 떠올리기가 힘들었다. 아무튼 6권은 고구부가 주인공이 되는 소수림왕때의 이야기를 그렸다. 이번 권의 가장 인상적인 주제라고 한다면, 주인공 구부의 비전이라기 보다 그 근간에 있는 유학을 향한 비판인 것 같다. 유학으로 대표되는 공자와 진(晋)을 디스하는 것이 이 책의 메인 테마이고, 그럼에도 불구하고 유학의 그 강력한 지배와 영향에서 벗어나기 힘든 현실을 그려냈다. 굉장히 인상적이었다.

개인적으로 김진명이라는 작가는 참 재미있는 작가라고 생각한다. 그는 확실한 이야기꾼이다. 책을 펼치면 순식간에 집중하게 만들고 책에서 헤어나오지 못하게 하는 필력이 있다. 또 그가 주로 사용하는 툴은 팩션이다. 특히 현대물을 쓸 때, 이것에 어디까지가 사실이고 어디까지가 소설인지 헷갈리게 할 만큼 팩트와 픽션을 정말 잘 섞어낸다. 그러다보니, 싸드와 같은 작품은 사회적으로 이슈가 되기도 한다. 물론 최근에 점점 강도가 심해지는 결말의 허무함은 가끔 신경질을 자아내기도 한다. ㅎㅎ

또 김진명 작가는 굉장히 민족주의적인 색깔이 강하게 드러나는 작품들을 쓴다. 어찌보면 그가 인기가 많은 이유 중에 하나일지도 모르겠다. 그러다보니, 솔직히 현대물보다는 역사물이 좀더 궁합이 잘 맞는 느낌을 받는다. 예전에 「살수」도 그랬고, 지금 연재중인 「고구려」 역시 그렇다. 아무래도 낯간지러울 정도로 써도 부담이 없을테니까. 굉장히 현대적인 역사소설이고, 또 작가가 대단한 이야기꾼인 만큼.. 마치 요즘의 사극을 보는 듯한 느낌이 든다. 조금 걱정이 되는 부분이라면, 혹시나 이러한 소설을 읽고 이게 진짜 역사라는 생각을 가질까 하는 부분이다. 「고구려」는 확실히 '소설'이다. 나같이 역사관련 공부를 하는 사람이라면 조금 불편할 수 있는 설정들도 줄곧 등장한다. 분석하고 들어간다면 한이 없겠지만, '소설'로 즐긴다면 꽤 재미있게 읽을 수 있는 작품이라고 생각한다. 적어도 대부분의 역사소설이나 사극이 조선시대에 집중되어 있는 것을 생각할 때, 삼국시대를 무대로 하는 소설이 시리즈로 쓰여지고 있는 부분만으로도 어느정도는 긍정적으로 생각해 봐도 좋지 않을까?^^


================

사현은 고개를 크게 흔들며 반감을 표했다. 사안은 해서는 안 될 말을 하고 있었다.
"야만, 오랭캐의 야만에 불과합니다. 유학으로 비로소 백성은 야만에서 벗어났습니다."
사안은 코웃음을 치며 고개를 저었다.
"우스운 소리. 사람을 야만에서 벗어나게 한 것은 예법이 아니라 배부름이다."


"두려우냐? 죽음이 두려워 그리 호들갑을 떠느냐? 너는 부여구가 민생을 보호코자 화공을 쓰지 않는다 하였다. 헌데 나더러는 폐하의 이름을 더럽히며 민간의 곡창을 태우라 하느냐? 그것은 네 목숨이 아까워서더냐?"
"그들은 백제군이며 백제의 백성이......"
"어느 나라든 민간의 땅에 불을 지르라니. 미천태왕 이래 고구려는 그런 길을 걸은 적이 없다."

===============

댓글(0) 먼댓글(0) 좋아요(4)
좋아요
북마크하기찜하기 thankstoThanksTo
 
 
 
[eBook] 엄마는 내가 죽었으면 좋겠다고 말했다 - 전 세계인에게 살아갈 이유를 알려준 마틴 피스토리우스의 감동 실화
마틴 피스토리우스.메건 로이드 데이비스 지음, 이유진 옮김 / 푸른숲 / 2017년 3월
평점 :
장바구니담기


이 책의 저자인 마틴은 어려서 발병한 근육을 사용할 수 없는 병으로 인해 전신마비 상태에서 의식을 잃었는데, 열여섯 살 무렵부터 의식이 돌아왔다. 하지만, 겉으로 보았을때 전신마비 상태였기 때문에 누구도 마틴이 보고, 듣고, 느끼고, 생각하고 있다는 것을 인식하지 못했다. 자식의 모습에서 절망하여 자살까지 시도했던 엄마가 내뱉은 한마디 말로 만들어진 이 책의 제목이 내 눈을 끌었다. 엄마의 절망감, 그리고 그 말을 정확하게 들을 수 있으면서도 아무런 표현조차 할 수 없었던 마틴의 상황이 고스란히 전해지는 제목이라 생각했다.

이 책을 읽으면서 가장 많이 생각하게 되었던 부분은 '커뮤니케이션'이라는 것이었다. 우리가 비단 언어 뿐만이 아니라 내가 가진 모든 것으로 의식적 혹은 무의식적으로 하고 있는 의사소통이라는 것이 완전히 봉쇄되었을 때, 과연 무엇이 가장 힘들고 비참한 것인지를 마틴이 간접적으로 느끼게 해 주었다. 언어로도 몸으로도 전혀 표현할 수 없던 마틴이 가장 상실감을 느꼈던 것은 의사표현이었다. 자신이 표현할 수 없다는 절망감이 학습되면서부터, 결국엔 아무것도 선택할 수 없다는 것을 깨닫고, 선택을 포기하며 살아왔던 것을 잘 알 수 있다. 그런 마크가 사랑하는 사람을 만나고, '선택'이라는 것을 해야했을 때에 얼마나 당황했을지 책에서 고스란히 전해져왔다.

==========
잘 모르겠다. 지금껏 누군가에게 내가 원하는 것을 이야기해본 적이 없다. 사람들이 내 입에 빨대를 물릴때, 앞으로 몇 시간 동안 뭔가를 마실 수 있는 유일한 기회임을 알기에 뜨거운 차를 황급히 들이켜는 대신 차가 좀 식을 때까지 놓아두고 싶다고 말할 수 있게 될까? 무엇을 먹을지, 무엇을 입을지, 어디로 갈지, 누구를 만날지 등등, 사람들은 날마나 수천 가지 결정을 한다. 그런데 내가 단 한 가지라도 스스로 결정할 수 있을까? 잘 모르겠다. 나더러 뭔가를 결정하라는 것은 마치 사막에서 자란 아이에게 바다 속으로 뛰어들라고 하는 얘기나 마찬가지다.
==========

이 책은 재활에 대한 책도 아니고, 또 고난을 극복한 사람이 어떠한 용기를 불어넣어주는 류의 책도 아니다. 이 책은 마틴이라는 한 사람이 의식이 돌아오면서부터 하나의 가정을 꾸리기까지의 시간동안 작성한 에세이이다. 그저 자신의 삶 동안에 자신이 보았던 것, 그리고 느꼈던 것들을 그대로 이야기해준다. 특히 그가 의식이 돌아왔으나 아무도 그것을 눈치채지 못했던 6년동안의 기록은, 우리가 평소해 무심코 지나친 일들이 상대방에게 어떻게 받아들여지는지를 느끼게 해준다. 혹은 우리가 갓난아이에게 하는 행동이나 약자라고 여겨지는 사람들에게 하는 행동들이 얼마나 우리의 자의적으로 이루어지고 있는지를 생각하게 해준다. 과연 봉사라는 것이 얼마나 그 대상을 위한것인지.. 혹은 나 자신의 만족을 위한 미션클리어 였던 것은 아닌지도 다시 생각해보게 되고, 사람의 감정과 생각이라는 것을 고정관념을 통해서 보았을때 얼마나 잘못될 수 있는가 하는 것들을 뼈저리게 느꼈다.

책을 다 읽었는데도 그의 솔직한 말투가 아직도 들려오는 것 같다. 분명 육성으로 표현하지는 못하지만, 육성보다도 더 자세하고 진실되게 전달이 되었던 것 같다. 마크가 버나를 만난것, 그리고 의사소통시스템을 사용하면서 한발짝 내디뎠던 것은 그의 삶에도 그리고 이 책을 읽고 있는 나에게도 굉장히 행운이었던 것 같다. 특히 책의 말미로 갈수록 미소지으며 읽게되는 빈도수가 늘어난다. 굉장히 힘든 경험에 대한 책임에도 불구하고 결코 어두운 내용의 책이 아니라는 것이 참 신기하게 느껴질 정도다. 사랑하는 사람과의 새출발이 결말이 되었으니, 앞으로의 매일매일이 마틴과 조애나에게 더욱더 즐거운 날이 되었으면 좋겠다.

==========

엄마고 고개를 들어 나를 보았다. 눈에는 눈물이 가득 차 있었다.
"네가 죽었으면 좋겠어."
엄마는 나를 바라보며 천천히 말했다.
"네가 죽어야 해."
엄마가 그렇게 말한 순간 온 세상이 아득하게 느껴졌다. 나는 엄마가 고요한 방 안에 나를 남겨두고 나가는 모습을 멍하니 지켜보았다. 그날, 엄마가 바라는 대로 해주고 싶었다. 도무지 견딜 수가 없는 말을 듣고 있자니 이제 그만 삶을 내려놓고 싶었다.

마크의 엄마는 더 이상 운명에 맞서고 있지 않았다. 아들의 죽음이 필연임을 받아들이고 매일 아침 그날이 오기를 기다리고 있었다. 막상 그런 상황이 닥치면 어떤 기분이 될지 알 수 없는 상태로 말이다. 마크의 엄마도 우리 엄마도 괴물이 아니었다. 그분들은 다만 두려울 뿐이었다. 나는 이미 오래전에 엄마의 과오를 용서하는 법을 배웠다. 하지만 요즘 엄마를 보면, 내가 원하는 색깔을 그리드에 추가하려고 온통 신경을 집중하느라 미간을 찌푸리고 있는 엄마의 얼굴을 보면, 엄마가 스스로를 용서했는지가 궁금해진다. 그랬기를 바란다.

==========

댓글(0) 먼댓글(0) 좋아요(2)
좋아요
북마크하기찜하기 thankstoThanksTo
 
 
 
[eBook] 대망 9 대망 9
야마오카 소하치 지음, 박재희 옮김 / 동서문화동판(동서문화사) / 2014년 4월
평점 :
판매중지


이번 권은 상당히 오랜시간동안 정체해 있었던 것 같다. 속도가 더디게 나갔다기보다, 거의 덮어놓고 들춰보지를 못했다. 그리고 오랜만에 TTS의 힘을 빌려가며 9권을 끝냈다. 사실 9권은 굉장히 중요한 내용이다. 도요토미 히데요시 사후에 실질적으로 도쿠가와 이에야스쪽으로 확실하게 판세가 기울게 되는 세키가하라 전투가 등장하는 내용이기 때문이다. 근데, 사실 책 내용 중에 가장 진도가 안나갔던 부분도 이 부분이었던 듯 하다. 뭐, 워낙 유명한 전쟁이기도 하지만, 결국에 전쟁에 판세를 가른 것은 코바야카와 히데아키의 배신이었고, 또 중요한 인물들이었던 고니시 유키나가나 에케이는 생각보다 비중이 적고 좀 허무하게 죽은 느낌도 있다. 그나마 중요한 인물인 이시다 미쓰나리의 내적 갈등이나 감정적인 변화들이 자세하게 묘사되었던 것 같다.

그 이후에는 이에야스가 에도를 중심으로 막부를 건설해가면서 다음세대를 위해 준비하는 세팅이나 또 새롭게 등장하는 인물들이 그려졌다. 그 과정에서 유난히 밉상캐릭터로 등장하는 것이 히데요리의 생모인 자차히메의 모습이었고, 히데요리와의 엇갈린 감정싸움에서 결국 애꿎은 오미쓰가 희생양이 되었다. 그 덕분에 부상한 캐릭터가 자야 시로지로인데, 9권 말미쯤에서 완전 호감캐릭터로 각인되었다. 마지막 챕터에서 또다르게 부상한 오쿠보 나가야스와 이야기를 나누는 곳에서도 진가가 나타나지만, 사실 그 전 챕터에서 오미쓰와의 관계에서 깔끔하게 상황을 정리하는 모습에 솔직히 반했다. 이건 완전 역사적 사실이나 영웅적인 캐릭터와는 관계없이, 그냥 완전 로맨스물에서 등장해도 멋있을 법한 캐릭터였다는.

아무튼, 9권의 중후반을 읽다보면, 이제 전국시대가 끝나가고 완전히 다른 시대가 다가온다는 느낌을 지울 수가 없다. 이에야스는 후계자를 준비함과 동시에 정치적인 문제를 세팅하고, 또 무역이나 여러 정보들을 통해서 경제적인 부분을 준비한다. 사실 난 이 '대망'을 읽으면서 '박시백의 조선왕조실록'을 함께 읽고 있는데, 실록의 경우는 이제 마지막권인 20권만 남겨놓고 있다. 그러다보니, 조선이 붕당정치와 세도정치의 시기를 지나 여러 열강들과 국제정세에 발맞추지 못하고 내리막길을 걷고있는 장면을 보고 있다. 19권에서 살짝 일본의 상황도 등장하지만, 막부시대가 끝나면서 메이지시대로 넘어가는 과정들이 살짝 나오는데, 그것이 확실이 이미 이 막부기부터 이루어진 다른 베이스에서 이루어진 상황이구나 라는 생각도 든다. 물론 조선이라는 나라가 나름 훌륭한 시스템으로 운영되어가던 나라임에 분명하지만, 중국만 바라보기에는 한계가 있었을 것이다. 세상을 읽어내는 눈이 얼마나 중요한 것인지를 새삼 느끼게 된다. 일치감치 다른 세계로 눈을 돌린 일본의 모습에서 어쩌면 현재에 이르는 아주 다른 분위기를 만들어내지 않았나 싶은 생각도 문득 든다. 이젠 전국시대와는 완전히 달라진 이 상황에서 에도시대가 어떻게 진행될는지, 10권은 좀더 스무스하게 읽힐 것 같다.

댓글(0) 먼댓글(0) 좋아요(5)
좋아요
북마크하기찜하기 thankstoThanksTo