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Book] 엄마는 내가 죽었으면 좋겠다고 말했다 - 전 세계인에게 살아갈 이유를 알려준 마틴 피스토리우스의 감동 실화
마틴 피스토리우스.메건 로이드 데이비스 지음, 이유진 옮김 / 푸른숲 / 2017년 3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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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 책의 저자인 마틴은 어려서 발병한 근육을 사용할 수 없는 병으로 인해 전신마비 상태에서 의식을 잃었는데, 열여섯 살 무렵부터 의식이 돌아왔다. 하지만, 겉으로 보았을때 전신마비 상태였기 때문에 누구도 마틴이 보고, 듣고, 느끼고, 생각하고 있다는 것을 인식하지 못했다. 자식의 모습에서 절망하여 자살까지 시도했던 엄마가 내뱉은 한마디 말로 만들어진 이 책의 제목이 내 눈을 끌었다. 엄마의 절망감, 그리고 그 말을 정확하게 들을 수 있으면서도 아무런 표현조차 할 수 없었던 마틴의 상황이 고스란히 전해지는 제목이라 생각했다.

이 책을 읽으면서 가장 많이 생각하게 되었던 부분은 '커뮤니케이션'이라는 것이었다. 우리가 비단 언어 뿐만이 아니라 내가 가진 모든 것으로 의식적 혹은 무의식적으로 하고 있는 의사소통이라는 것이 완전히 봉쇄되었을 때, 과연 무엇이 가장 힘들고 비참한 것인지를 마틴이 간접적으로 느끼게 해 주었다. 언어로도 몸으로도 전혀 표현할 수 없던 마틴이 가장 상실감을 느꼈던 것은 의사표현이었다. 자신이 표현할 수 없다는 절망감이 학습되면서부터, 결국엔 아무것도 선택할 수 없다는 것을 깨닫고, 선택을 포기하며 살아왔던 것을 잘 알 수 있다. 그런 마크가 사랑하는 사람을 만나고, '선택'이라는 것을 해야했을 때에 얼마나 당황했을지 책에서 고스란히 전해져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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잘 모르겠다. 지금껏 누군가에게 내가 원하는 것을 이야기해본 적이 없다. 사람들이 내 입에 빨대를 물릴때, 앞으로 몇 시간 동안 뭔가를 마실 수 있는 유일한 기회임을 알기에 뜨거운 차를 황급히 들이켜는 대신 차가 좀 식을 때까지 놓아두고 싶다고 말할 수 있게 될까? 무엇을 먹을지, 무엇을 입을지, 어디로 갈지, 누구를 만날지 등등, 사람들은 날마나 수천 가지 결정을 한다. 그런데 내가 단 한 가지라도 스스로 결정할 수 있을까? 잘 모르겠다. 나더러 뭔가를 결정하라는 것은 마치 사막에서 자란 아이에게 바다 속으로 뛰어들라고 하는 얘기나 마찬가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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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 책은 재활에 대한 책도 아니고, 또 고난을 극복한 사람이 어떠한 용기를 불어넣어주는 류의 책도 아니다. 이 책은 마틴이라는 한 사람이 의식이 돌아오면서부터 하나의 가정을 꾸리기까지의 시간동안 작성한 에세이이다. 그저 자신의 삶 동안에 자신이 보았던 것, 그리고 느꼈던 것들을 그대로 이야기해준다. 특히 그가 의식이 돌아왔으나 아무도 그것을 눈치채지 못했던 6년동안의 기록은, 우리가 평소해 무심코 지나친 일들이 상대방에게 어떻게 받아들여지는지를 느끼게 해준다. 혹은 우리가 갓난아이에게 하는 행동이나 약자라고 여겨지는 사람들에게 하는 행동들이 얼마나 우리의 자의적으로 이루어지고 있는지를 생각하게 해준다. 과연 봉사라는 것이 얼마나 그 대상을 위한것인지.. 혹은 나 자신의 만족을 위한 미션클리어 였던 것은 아닌지도 다시 생각해보게 되고, 사람의 감정과 생각이라는 것을 고정관념을 통해서 보았을때 얼마나 잘못될 수 있는가 하는 것들을 뼈저리게 느꼈다.

책을 다 읽었는데도 그의 솔직한 말투가 아직도 들려오는 것 같다. 분명 육성으로 표현하지는 못하지만, 육성보다도 더 자세하고 진실되게 전달이 되었던 것 같다. 마크가 버나를 만난것, 그리고 의사소통시스템을 사용하면서 한발짝 내디뎠던 것은 그의 삶에도 그리고 이 책을 읽고 있는 나에게도 굉장히 행운이었던 것 같다. 특히 책의 말미로 갈수록 미소지으며 읽게되는 빈도수가 늘어난다. 굉장히 힘든 경험에 대한 책임에도 불구하고 결코 어두운 내용의 책이 아니라는 것이 참 신기하게 느껴질 정도다. 사랑하는 사람과의 새출발이 결말이 되었으니, 앞으로의 매일매일이 마틴과 조애나에게 더욱더 즐거운 날이 되었으면 좋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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엄마고 고개를 들어 나를 보았다. 눈에는 눈물이 가득 차 있었다.
"네가 죽었으면 좋겠어."
엄마는 나를 바라보며 천천히 말했다.
"네가 죽어야 해."
엄마가 그렇게 말한 순간 온 세상이 아득하게 느껴졌다. 나는 엄마가 고요한 방 안에 나를 남겨두고 나가는 모습을 멍하니 지켜보았다. 그날, 엄마가 바라는 대로 해주고 싶었다. 도무지 견딜 수가 없는 말을 듣고 있자니 이제 그만 삶을 내려놓고 싶었다.

마크의 엄마는 더 이상 운명에 맞서고 있지 않았다. 아들의 죽음이 필연임을 받아들이고 매일 아침 그날이 오기를 기다리고 있었다. 막상 그런 상황이 닥치면 어떤 기분이 될지 알 수 없는 상태로 말이다. 마크의 엄마도 우리 엄마도 괴물이 아니었다. 그분들은 다만 두려울 뿐이었다. 나는 이미 오래전에 엄마의 과오를 용서하는 법을 배웠다. 하지만 요즘 엄마를 보면, 내가 원하는 색깔을 그리드에 추가하려고 온통 신경을 집중하느라 미간을 찌푸리고 있는 엄마의 얼굴을 보면, 엄마가 스스로를 용서했는지가 궁금해진다. 그랬기를 바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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