삶의 한가운데 민음사 세계문학전집 28
루이제 린저 지음, 박찬일 옮김 / 민음사 / 1999년 6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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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말 오랜만에 종이책으로 읽게 된 책이다. 너무 오랜만이라서 그런지 몰라도 적응하는데 꽤 시간이 걸렸는데, 또 적응하고나니 가끔은 종이책으로 독서를 하고싶다는 생각이 들기도 했다. 아무튼, 이 책을 읽기 시작한 시점에 작가에 대한 충격적인 기사를 접하면서 집중하기가 힘들었는데, 최대한 배제하고 소설로서 접하기로 했다. 역시나 시기적으로는 내가 어려워하는 전쟁, 나치즘이 등장했던 시기라서 꽤나 긴장을 하고 읽기 시작했는데, 생각했던 것 보다는 잘 읽히는 작품이었다. 이 작품은 거의 주인공인 니나 부슈만에 대한 이야기라고 봐도 과언이 아닐 정도로 그녀의 인생을 중심으로 이루어지는데, 화자는 니나의 언니로, 일인칭 시점에서 서술하고 있고, 스토리의 전개는 대부분이 슈타인의 편지(일기)와 중간중간 삽입되는 니나의 이야기로 이루어져 있다.



화자가 언니이기는 하지만, 대부분의 이야기가 슈타인의 일기로 구성되어 있는 터라, 아무래도 슈타인의 생각과 감정을 고스란히 따라가는 느낌이 강했다. 너무나도 자유분방하고 의지가 강한 니나에 비해, 그녀를 18년 동안이나 바라보고 심지어 20살이나 많은 나이를 가진 슈타인은 찌질하게 느껴질 정도로 조용하고 소극적인 느낌이다. 니나가 삶을 역동적으로 살기 바라고 모험적인 상황에도 몸을 사리지 않는 사람임에 비해, 슈타인은 현실적이고 안정된 삶을 원하는 느낌이다. 이런 대조적인 사람을 사랑하는 일이 얼마나 힘들었을까.. 사실 이 작품을 읽으면서 많은 젊은이들이 니나라는 여성의 삶을 동경했다고 한다. 물론 나 역시 그녀의 뚝심이나 고집(예를들어 안락사에 대한 의견 등), 그리고 '생'이라는 것에 대한 집착(?)은 이해하고, 또 매우 동의하는 바이다. 하지만 나의 성향은 아마도 슈타인 쪽에 가깝지 않나 싶다. 그렇기 때문에 나는 이 소설을 읽으면서 오히려 슈타인의 입장에 몰입해서 읽게 되었고, 또 니나와 언니와의 대화에서는 언니의 입장에 많이 서고 있는 내 모습을 봤다. 그러다보니, 당연히 니나에 대해서는 이해할 수 없는 부분들도 너무 많았다. 가끔씩 화도 날 정도였으니까..



어찌보면 표면적으로 사랑에 대한 이야기를 다루고 있을지 모르지만, 제목에서 거창하게 말해주듯이 이것은 또한 삶에 대한 이야기이기도 하고, 모든 인간관계에 대한 이야기이기도 한 것 같다. 그리고 저자가 겪은 시대가 그러한 시대이기 때문에 작품의 배경도 같은 설정이 되었지만, 비단 그렇게 혼란한 시기가 배경이 아니라 할지라도 이 소설은 성립되지 않을까 싶다. 오히려 더 진지하고 밀도있게 등장인물들의 심리와 관계를 파고들 수 있지 않았을까 하는 생각이 오히려 들었다. 아무튼, 작가에 대한 충격에도 불구하고 기억에 남는 부분들은 굉장히 많았으며, 왜 이 작품이 그렇게 인기가 있었는지도 이해할 수 있었던 것 같다. 개인적으로 마지막에 방문한 남자가 슈타인 일 것이라고 예상하고 읽고 있던 나에게는 멘붕을 선사하긴 했지만 말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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