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Book] 데이먼 러니언 현대문학 세계문학 단편선 5
데이먼 러니언 지음, 권영주 옮김 / 현대문학 / 2014년 6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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세계문학단편선을 읽기 시작하고 유일하게 완독한 것이 1권이었던 어니스트 헤밍웨이였고, 이후 계속 정체해왔었는데.. 오랜만에 완독한 책이 나왔다. 중간에 멈췄던 부분을 훌쩍 넘어서 5권인 데이먼 러니언이다. 사실 읽기 전에는 몰랐지만, 데이먼 러니언은 뮤지컬 아가씨와 건달들의 원작이 된 작품을 쓴 작가이다. 실제로 이 단편선에 실려있는 모든 작품들이 브로드웨이를 배경으로 하고 있고, 그 곳을 무대로 활동하고 있는 각 '건달'들의 에피소드들을 중심으로 작품이 구성되어 있다. 사실 아가씨와 건달들이란 뮤지컬도 보지 않았지만, 브로드웨이에, 건달들에 노름꾼 들이 대부분인 이런 작품들은 익숙하지가 않았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이 책이 술술 읽혔던 이유는, 오히려 너무나도 순수하고 일반적인 이야기였기 때문일지도 모르겠다.

사실 책을 읽다보면 계속 폭력과 싸움과 살인(?)과 도둑질, 노름이 등장한다. 이렇게 단어만 나열해두면 벌써부터 눈살이 찌푸려지고 읽고싶지도 않은데, 소설 속의 내용은 너무나도 재미있다. 정말 혐오스러울 수 있는 이런 소재들을 통해서 이렇게 유쾌하게 그려낼 수 있는 사람이 몇이나 될까 싶다. 심지어 작품속에 등장하는 건달들은 하나같이 순정파이다. 정말 사랑에 대해 순정파인 경우도 있고, 인정에 대해서도 그렇다. 친구관계에서도 그렇고, 어찌보면 터무니없을 수도 있는 그들 나름의 의리와 원칙에 따라서도 고지식할 정도로 순진하다. 아마도 거칠면서도 순수한 그들의 모습의 이 작품의 매력이 아닐까 싶다. 누군가를 때려도 응원하게 만드는 묘한 매력이 있다.

하지만 이러한 모습들이 독자에게도 공감을 일으키는 것은, 등장하는 소재나 인물들이 하나같이 굉장히 '인간적'이기 때문이라는 생각이 든다. 브로드웨이 뒷골목에, 거친 사람들과 상황을 배경으로 하고있지만, 그리고 있는 스토리는 정말 소소하고 일상적이다. 너무나도 당연한 일상에, 과장된 우연의 연속, 피식 웃게만드는 풍자를 합쳐 놓은 듯한 묘한 작품이다. 그리고 어느작품 하나 빼놓을 것 없이 더도 덜도없이 '비슷'하게 재밌고 웃기다. 각 단편들을 다 합쳐놓아도 그리고 다 분리해놓아도 하나의 작품이 될 수 있을 정도로, 전체적으로 통일감이 있기도 하고, 또 각각의 작품이 독자적이기도 하다. 특히나 가장 인상적이었던 것은, 각 단편들 마지막 한줄을 위해서 스토리를 세팅하는듯한 느낌이 들 정도로, 마지막 한문장들이 정말 촌철살인.. 혹은 유쾌・통쾌・상쾌...하게 빵터진다. 몇편을 읽다보면 어느새 마지막을 어떻게 끝맺을까?하는 기대감이 자연스레 생기게 될 정도이다.

그만큼 이 작품의 매력은 피식~ 웃게 만드는 풍자. 그리고 당연하다고 생각하고 무심코 지나치던 일상을 스페셜하게 다시 생각해보게 해주는 부분이다. 그리고 어쩌면 진부할 정도로 권선징악에 가깝다. 하지만 생각만큼 촌스럽지 않다. 이거야말로 빈티지스러운 매력이라고나 할까? 가끔은, 정말 무겁고 대작을 쓰는 작가들도 대단하지만, 이렇게 가볍게 누구나 쉽게 읽으면서도 은근한 감동과 재미를 주는 작가들이 정말 대단하지 않은가 싶을 때가 있다. 데이먼 러니언은 평범한 일상속에서의 특별함, 그리고 특별한 환경 속에서도 유지되는 평범함.. 이러한 것을 정말 잘 담아낸 작가가 아닌가 하는 생각이 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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