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Book] 쇼코의 미소
최은영 지음 / 문학동네 / 2016년 9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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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실 이 책이 단편집인지는 몰랐다. 7개의 작품이 실려있는데, 엄밀히 말하자면 첫번째 작품인 「쇼코의 미소」 는 중편소설에 가깝다고 봐야할 것 같다. 사실, 책의 타이틀이 첫번째 작품 제목이라, 첫번째 작품을 다 읽으면 다른작품은 덜 재미있겠지...라는 선입견이 있었던 것이 사실이다. 하지만, 이 책은 참 특이하다. 각 작품이 다 살아있는 느낌이다. 다 읽고 난 지금의 감상으로는, 한작품도 버릴 수 없겠다는 생각이 들었다.

사실 나는 단편소설을 별로 좋아하지 않는다. 뭔가 나한테 안맞는다고 할까? 글의 개연성을 알기 힘든것이 너무 많거나, 너무 뜬금없는 설정이 갑자기 튀어나오거나, 아니면 너무 파격적인 이야기가 많거나... 하는 것이 단편소설에 대한 나의 생각이었다. 그런 단편소설에 대한 편견을 제대로 깨준 작가가 바로 이 최은영 작가가 아닌가 싶다. 미리 예기하자면, 그렇다. 난 이 작가의 팬이 되었다. ^^

모든 작품의 내용이 참 담담하다. 그리고 잔잔하면서 심하게 요동치지 않는다. 우리의 삶과 굉장히 밀접하고, 그러다보니 공감을 주면서 따뜻하다. 이쯤되면 굉장히 재미없을 것 같은 느낌이 온다. 그런데 신기한 것이, 재미없지 않다. 굉장히 작품에 집중하게만드는 묘한 느낌이다. 이런 묘한 느낌은 예전의 김연수 작가의 작품을 읽으면서 느꼈었는데, 또 다른 느낌으로 묘한 느낌을 이번 작품에서 받았다. 더욱 공감하며 읽게 된 것은 아마도 작품 속에 등장하는 인물들이 대부분 여자여서 그랬을 수도 있다. 물론 여자만 등장하는 것은 아니다. 하지만 화자의 대부분은 여성이고, 또 작가의 성별이 그래서인지는 몰라도 여성의 입장에서 이야기하는 부분들이 굉장히 공감대를 형성하게 해 주었다.

거기에 더해서 「한지와 영주」의 영주는 늦은 나이까지 대학원 생활을 하고 있는 내 모습과 굉장히 비슷한 부분이 많았고, 「먼 곳에서 온 노래」에 등장하는 미진선배는, 대학시절 노래패를 하면서 비슷한 감정을 느꼈던 부분을 어쩜 그렇게 절묘하게 대변해 주었는지 싶을 정도였다. 「미카엘라」와 「비밀」을 통해서는 엄마와 할머니를 생각나게 하였고, 실제로 내가 작품속에 들어가 있는 것과 같은 착각을 일으킬 정도였다. 담담하고 조용한 작가의 서술이 이렇게 큰 감정으로 다가올 줄은 몰랐다. 또한 작품속에 죽음이라는 소재가 심심치 않게 등장하는데, 이러한 상황이 신파적으로 그려지지 않는 것이 신기할 정도다.

아무튼, 작품에 대한 배경지식도 없이, 전혀 기대도 없이 집어든 책이 홈런을 친 느낌이다. 앞으로 찾아서 읽게 된 작가가 한사람 더 늘게 되어서 기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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