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Book] 군함도, 끝나지 않은 전쟁 : 군함도에서 야스쿠니까지, 강제동원 100년의 진실을 밝히다
김민철.김승은 외 지음, 민족문제연구소 기획 / 생각정원 / 2020년 2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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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 책의 제목은 '군함도, 끝나지 않은 전쟁'이지만, 사실 군함도는 이 책의 입구에 불과하다. 이 책은 식민지 조선인들의 강제동원에 관한 역사이자, 현재까지 이어지고 있는 피해자들의 삶을 다룬 이야기이다. 사실 내가 이 책을 읽고싶다고 생각했던 이유는, 내가 문화재 관련 일을 하고 있는 것도 있고, 또 현재 일본에 거주하고 있는 입장에서, 한창 이슈가 되었던 군함도의 이야기를 어떻게 풀어냈을까 하는 궁금함에서였다. 작년에 발간된 한수산 작가의 '군함도'라는 소설도 있었지만, 이왕이면 소설보다는 사실로 접하고 싶었던 마음이 컸다. 첫 챕터에서는 군함도에 대한 이야기와 강제징용에 관한 이야기들로 어느정도 예상하고 있었던 내용들이었다. 하지만 이건 정말 일부분에 불과했고, 다음장으로 넘어가면서 일본열도를 종단하며 강제징용의 기록들을 이야기한다. 더 나아가 세계 각지에 남아있는 흔적들을 통해서 강제징용의 역사들 훑고, 마지막 장에서는 현재까지 진행되고 있는 많은 소송들과 노력들을 이야기하고 있다.

책을 읽으면서 참 많은 생각이 들었다. 유네스코 세계문화유산 등재에 관한 실무적인 부분에 약간은 발을 담그고 엿볼 수 있는 기회가 있었기에, 군함도의 세계문화유산 등재과정이 정말 생생하게 다가왔었고, 합의문제와 유네스코의 고민 등이 굉장히 실질적으로 다가왔었다. 다음 장들을 읽으며, 실제로 우리학과에서 매년 참여했었던 홋카이도의 아사지노 비행장 유해발굴현장 등의 이야기들도 나오면서 정말 남일같지 않음을 느꼈다. 읽는 내내, 과연 나는 무엇을 할 수 있을까...를 정말 많이 고민했던 것 같다. 그만큼, 이 이야기들이 이미 식민지시대 역사 속에 이야기가 아니라, 현재진행형이라는 것이 가장 마음을 무겁게 했던 것 같다.

사실 굉장히 인상에 남는 부분은 일본인들과 일본 시민단체들의 모습이었다. 그들의 역사적인 사실을 인정하고, 한국사람들 보다 먼저 발벗고 반응하는 사람들의 모습에서 부끄러움도 많이 느꼈다. 실제로 내가 2008년에 단기선교로 오끼나와에 간 적이 있었는데, 그 당시 만나뵈었던 할아버지 할머니 10여분께서 역사적인 문제에 대해 무릎을 꿇고 사죄를 하셨던 기억이 있다. 백발이 성성하신 그분들께서, 우리가 한국사람이라는 이유 하나만으로 새파랗게 젊은 우리들에게 무릎을 꿇으셨던 것이다. 그 당시 너무 놀라고 몸둘바를 몰랐던 기억이 난다. 실제 일본에 살고있는 입장에서 보면, 이러한 일본분들이 참 많다. 매스컴에서 떠들어대는 이야기들도 굉장히 자극적이고 또 실제로 헤이트 스피치를 하는 젊은이들이 있는 것도 사실이지만, 또 한쪽에서는 굉장히 많은 사람들이 선천적으로 죄책감을 가지고 있고, 또 그것들을 적극적 혹은 소극적으로 표현해주시는 분들이 꽤 있다. 책을 읽으면서 새삼 내 주위의 그런 분들에게 더 감사함을 느끼게 되었던 것 같다.

이 책은 좀 더 많은 사람들이 읽었으면 좋겠다. 읽고 나서 각각의 감상이나 반응은 다를지 몰라도, 적어도 우리가 관심조차 깊게 가지지 못했던 것들에 대해서 알고는 있어야 한다는 생각이 든다. 그것이 긍정적 반응을 이끌어내든, 부정적 반응을 이끌어내든.. 그것에 앞서서, 무지한 채로 생각없이 떠들어서는 안되겠다는 생각이 들었다. 그리고, 내 일이 아니라고 방치해두었던 우리의 과거에 대해서 먼저 관심을 가지는 것이 무엇보다도 중요할 것 같다.



"재판장님! 오늘 이 법정에서 분명하게 말씀드리지만 저는 왜 아버지를 야스쿠니에 합사했는지 묻지 않겠습니다. 따지고 싶지도 않습니다. 당장 야스쿠니에서 제 아버지 이름을 빼라고 강력하게 요구할 뿐입니다. 제 아버지는 한국사람이지 일본사람이 아닙니다. '천황'을 위해 죽어간 사람이 아닙니다. 일본이 일으킨 전쟁 때문에 젊은 나이에 죽어간 것도 억울한데 야스쿠니에 합사되어 있다니 도저히 용서할 수가 없습니다. 사랑하는 가족들이 멀쩡히 살아 있는데 사망 사실을 알려주지도, 합사 의향을 묻지도 않았다니 그게 말이 됩니까? 지금도 식민지 시대입니까? 제 아버지의 이름을 야스쿠니에서 당장 뺄 것을 다시 한 번 강력히 요구합니다." _야스쿠니신사와 싸우는 한국의 유족들

얼마 전 일본 지원단체의 총회에 인사말을 보냈다. '지난 세기 일본의 과거는 한국의 과거였습니다. 그리고 마찬가지로 일본의 미래는 한국의 미래라고 생각합니다. 암울한 시대, 가만히 있지 못하고 나서서 싸우는 여러분들의 고귀한 마음과 활동에 다시 한 번 감사드립니다'라는 내용을 담았다. 일본의 과거사 청산은 한국의 과거사 청산과 연결되어 있고 일본의 우경화는 한국과 동아시아의 평화를 위협한다. '일본'이라는 규정하기 어려운 허상 전체를 적으로 둘 것이 아니라, 잘못된 것들을 바로잡기 위해 노력하는 모든 시민들과 연대해야 할 때이다. _일제 강제동원 사건 17년째 소송 중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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