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Book] 당신, 거기 있어 줄래요?
기욤 뮈소 지음, 전미연 옮김 / 밝은세상 / 2010년 12월
평점 :
판매중지


기욤 뮈소의 책은 종이여자 이후의 두번째 책이었다. 사실 기욤 뮈소에 대해서는 큰 기대를 갖고 있지는 않았고, 종이여자를 재미있게 읽기는 했지만 소재가 책이라는 것에서 오는 참신함과 재미였다는 생각이 지배적이었다. 그래서 이 책을 읽기 시작할때에도 큰 기대는 하지 않았고, 실제로 책을 펼치고 읽기 시작했을 때에도 그저 술술 읽히는 시간여행을 소재로 하는 식상한 소설이라는 생각이 컸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책은 막힘없이 술술 읽혔고 스토리를 읽어가는데에도 집중하게 만드는 필력이 있었다.

정작 내가 이 소설에서 특별함을 느끼기 시작한 것은 30세의 엘리엇과 60세의 엘리엇이 약속을 하는 그 시점부터였다. 일리나를 살리기 위해서 그들이 자신의 고통을 뻔히 예상하면서도 그 고통을 안고 가겠다고 결단하는 순간이었다. 사랑하는 사람을 잃는 것도 슬픔일 것이고, 다시 보지 못하게 되는 것도 괴로울 테지만, 주인공들도 그리고 읽는 나도 함께 느꼈던 것은 비밀을 안고 누구와도 공유할 수 없는 그 외로움 일 것이다. 그래서인지 내가 가장 감정이입이 되었던 부분은, 가장 담담하고 간결하게 서술하는 부분이기도 한 30대의 엘리엇이 점차 나이를 먹어가는 그 시간들이었다. 아마도 이 소설에서 가장 짧고 가장 스피디하게 그려나갔던 부분이 아닐까 싶다. 하지만 나는 이 부분이 이 소설에서 가장 중요한 부분이지 않았나 싶다. 30대의 엘리엇은 미래의 자신과의 약속을 지키기 위해 최선을 다했고, 미션들을 충실히 이행했으며, 무엇보다도 누구에게도 이 사실을 발설하지 않고 죽기전까지 그 비밀들을 안고 떠났다. 하나의 반전이라고 할 수 있는 것은 엘리엇이 마지막에 지도책 속에 남겨둔 그 하나였다. 역시 IQ166다운 발상이라고 할까? 그 얼마 남지않은 시간에 그런 이성적인 생각을 할 수 있다니, 과연 주인공을 그러한 캐릭터로 그려낸 이유를 알 것 같기도 했다.

이 소설은 어찌보면 완전 진부한 내용이다. 아마도 그러한 내용이었기 때문에 오히려 더 감동적인 포인트가 있었던 것 같다. 일단 심하게 극적이지 않아서 좋았다. 예전에 '나인'이라는 비슷한 소재의 드라마를 보았을때는 한번의 시간여행에 따라서 극적으로 바뀌는 미래의 상황들을 쫓아가느라 집중하면서 봤었고, 또한 어찌 바뀔지 모르는 상황들 때문에 더 기대하며 또는 놀라며 재미있게 봤던 기억이 난다. 그런데 이 소설은 어찌보면 그와는 다른 모습이다. 대부분의 시간여행을 소재로 하는 작품들이 적극적으로 미래를 바꾸고자 하는 의지가 담겨있다면, 이 소설은 그것을 철저하게 절제한다. 그 절제하는 과정들을 통해 주인공들과 나와같은 독자들은 무엇이 더 가치있는 것이고, 어떠한 선택을 해야하는지 끊임없이 고민하게 된다. 이 점이 내가 이 소설이 좋았다고 말할 수 있는 부분이었던 것 같다. 주인공 엘리엇에게 한없기 공감했고, 또 함께 아파했던 것 같다. 책을 덮고 잠깐동안이나마, 나와 내가 사랑하는 사람들에게 주어진 삶이라는 것과, 또 그 삶과 시간 속에서 무엇에 가치를 두고 살아야 할 것인지 한 번 더 생각해보게 된 것 같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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