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Book] 할머니가 미안하다고 전해달랬어요
프레드릭 배크만 지음, 이은선 옮김 / 다산책방 / 2016년 4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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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 책. 아낌없이 별 다섯개다.
사실 이 작가는 오베라는 남자의 작가로 먼저 알게 되었는데, 오베는 아직 읽진 못했고, 교보 무료대여로 이 책이 먼저 떴었길래 먼저 읽게됐다.
표지도 동화처럼 보이고.. 스웨덴 소설을 읽었을때 느꼈던 특유의 유쾌함을 상상했던 터라.. 딱 그만큼의 기대감으로 읽기 시작했었다.
그리고 소설의 첫 시작도 그랬다. 7살치고는 엄청 특이하고 똘똘한 주인공이 등장하더니, 더 특이한 할머니도 등장한다.
주인공도 매력적이지만, 할머니.. 진짜 완전 완소캐릭터다. 이 할머니는 진짜 슈퍼히어로임에 틀림없다.
내가 줄곧 할머니와 같이 자라와서 그런가? 다가오는게 특히 남달랐고..
규칙을 중시하고, 어려서부터 엄청 엄하게 키우셨던 우리 할머니라 캐릭터는 완전 정 반대일 수도 있지만.. 그럼에도 불구하고 '할머니'이기 때문에 통하는 부분이 분명히, 그리고 꽤나 많다.

말투나 톡톡쏘는 매력, 통쾌하게 주위를 골탕먹이는.. 그저 유쾌하게 시작되는 소설이었는데...
뒤로갈수록.. 어라? 이게 아닌데... 하는 순간들이 온다.
할머니의 편지를 전하는 엘사와 그러한 과정을 모험처럼 세팅해 온 할머니.. 그 안에 담겨져 있는 결코 가볍지 않은 이야기..
주인공들 뿐만이 아니라 등장인물 모두가 감동적이다. 동물인 워스마저도.. 아니, 어쩌면 모두가 주인공일지도 모른다.
그런데, 그 말투는 여전히 간결하고 경쾌하다.
문제는 후반으로 갈수록, 거의 울면서 읽었다. 뭐냐고... 이런 밝고 귀여운 표지를 가지고 있는 책을 읽으면서 이렇게 울면서 읽게 되다니...
엄청 감동적이다. 그리고 재미있다.
번역자가 후기를 쓰면서 이 작가 대박이에요! 를 외쳤던 기분을 알 것 같다.
난 이 작가의 팬이 된 것 같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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세상의 모든 일곱 살짜리에겐 슈퍼히어로가 있어야 한다. 그래야 한다.
거기에 동의하지 않는 사람은 정신과에서 검사를 받아보아야 한다.

아무튼 다시 본론으로 돌아가자면 사람들을 구하고 사람들을 미치게 하는 게 할머니의 초능력이다. 그래서 살짝 기능장애가 있는 슈퍼 히어로다. 엘사는 위키피디아에서 '기능장애'라는 단어를 찾아봐서 그게 무슨 뜻인지 안다. 할머니 세대 사람들은 위키피디아를 '백과사전인데 컴퓨터로 보는 거!'라고 부른다. 엘사는 백과서전을 '위키피디아인데 아날로그식'이라고 부른다. 엘사가 위키피디아와 백과사전 둘 다 찾아봤을 때 '기능장애'는 제 기능을 하지 못하는 것이라고 했다. 그게 바로 엘사가 할머니를 좋아하는 이유이기도 하다.

엘사의 귀에 들린 할머니의 마지막 말은 이거다. "모든 일곱 살짜리에겐 슈퍼 히어로가 있어야 하니까 내가 살날이 얼마 안 남았다고 알리고 싶지 않은 거야, 마르셀. 암 같은거 걸리면 슈퍼 히어로가 아니잖아."

"서로 다르지 않을까?"
"어째서요?"
"너희 할머니는 연세가 많으셨잖아."
"내 기준으로는 안 그래요. 할머니하고 같이 지낸 지 7년밖에 안 됐는걸요. 조금 있으면 8년이지만."

"이 '일곱 번째 왕국'은 폐허가 돼버린 미바탈로스하고 위치가 정확하게 일치하네요." 엘사가 속삭인다.
울프하트는 양손을 맞대고 비빈다.
"미바탈로스 위라야 미파르도누스를 건설할 수 있대. 너희 할머니 생각으로는."
"미파르도누스는 뜻이 뭐에요?" 엘사가 워스에게 뺨을 대고 묻는다.
"용서한다."

엘사는 아빠의 손바닥에 이마를 대고 속삭인다. "완벽한 아빠가 될 필요는 없어요, 아빠. 하지만 내 아빠라야 해요. 그리고 마침 엄마가 슈퍼 히어로라고 해서 엄마한테 부모노릇을 더 많이 맡겨도 안 되고요."

봉투에 엘사의 이름이 거의 정자체로 적혀 있다. 할머니는 맞춤법을 틀리지 않으려고 사력을 다한 게 분명하다. 하지만 생각대로 잘 되진 않았다.
첫 문장이 이렇다. "주글 수밖에 없어서 미안해."
그리고 그날 엘사는 죽을 수밖에 없었던 할머니를 용서하기로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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