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Book] 전쟁은 여자의 얼굴을 하지 않았다
스베틀라나 알렉시예비치 지음, 박은정 옮김 / 문학동네 / 2015년 10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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처음엔 이걸 내가 계속 읽어야만 할까? 하는 고민도 많았지만.. 나름 꾸역꾸역(?) 읽어내었던 것 같다.
나도 역사, 혹은 역사소설을 좋아하고.. 전쟁 이야기는 무수히 많이 들었지만..
이 책에서 이야기하는 전쟁은 어떤 서사나 이념, 큰 사건이라기 보다. 한사람 한사람의 인생사로 보였다.
그렇다. 전쟁도 사람이 하는거였다. 중요한 사람의 이야기가 빠진 전쟁이라는 것이 의미가 있을까?
'여자'의 이야기를 담고 있는 책이었지만, 난 이 책이 그보다는 '사람'의 이야기를 담은 책이라 느껴졌다.
그래서인지 더 감정이입이 되고, 더 실감이 났는지도 모르겠다. 어쩌면 먼 곳의 이야기가 아닌 진짜 우리의 이야기처럼 느껴졌는지도...
불과 20세기 중반의 이야기이다. 우리나라가 일제시대의 고통을 겪었던 그 시기.. 모두가 고통스러웠던 그시기..
난 이 책을 '7년전쟁'과 병행해서 읽고 있었다. 16세기 말에 일어났던 아시아의 전쟁과 20세기 중반에 유럽에서 일어났던 전쟁의 이야기...
러시아쪽 군인들이 침략한 독일사람을 만났을때의 감정.. 혹은 상황들...
내가 읽고 있는 임진왜란의 이야기에서 일본에 침략당한 우리의 이야기...
그리고 난 이 책을 일본에서 읽고있다. 지하철에서.. 버스에서.. 사람들이 오고가는 길거리나 카페에서..
일본사람들 사이에서 한글로 된 이 책들을 읽었다. 기분이 많이 이상하다. 그리고 신기하다..
그래도 내가 이 책을 읽으면서 보았던 것은 전쟁보다도 그 안의 사람들의 삶이었으니까.. 어쩜 그건 지금도 진행중일지도..
이 책의 후반부를 읽은 것은 내가 발굴현장에서 돌아오는 전철안이었는데...
여러가지 사정상, 현장에서 작업복인 채로.. 바지와 신발은 흙투성이가 되고, 얼굴을 새빨갛게 탄 땀냄새가 풀풀나는 모습으로 전철을 타고 귀가를 하며 책을 읽었는데... 시내에 가까이 올수록, 그리고 주말을 즐기는 사람들이 가득 탄 지하철로 갈아타면서 내 모습이 참 이상해보였다.
내 모습과 내 생각 조차도 이러했는데.. 당시, 군인의 모습으로 여자인지 남자인지도 헷갈리는 그 모습, 엄마조차도 못알아볼 정도로 변해버린 그 모습으로 집으로 돌아온 그녀들은 어떠했을까...?
작가가 계속해서 말하는.. 난 이 일을 그만둘 수가 없다는 그 말의 의미가 어쩌면 조금은 이해가 되는 것 같다.
혹시 그녀들을 만나면 꼭 한번 안아주고 싶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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