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Book] 나쁜 페미니스트
록산 게이 지음, 노지양 옮김 / 사이행성 / 2020년 2월
평점 :
판매중지


본의아니게 요즘 페미니즘 관련 책을 참 많이 읽게 되는 것 같다. 특히나 《82년생 김지영》이나 《남편이 죽어버렸으면 좋겠다》 같은 실질적인 사례들이 모티브가 되어있는 책들을 유난히 많이 읽게 된 것 같다. 《82년생 김지영》을 통해서는 한국의 사례를, 《남편이 죽어버렸으면 좋겠다》를 통해서는 일본의 사례를 엿보았고, 이 두책의 공통점은 결혼생활을 통해 나타나는 갈등을 다루었다는 점이다. 이 책 《나쁜 페미니스트》는 미국의 사례가 중심이 되어있고, 저자인 록산 게이는 흑인여성이다.이 책은 이전에 읽었던 《악어 프로젝트》와 같은 성폭력에 대한 이야기를 시작으로 포문을 여는데, 《악어 프로젝트》보다는 훨씬 광범위한 범위를 다루고 있다.


일단 이례적인 것은, 저자는 자신을 나쁜 페미니스트라고 지칭힌다. 내가 이 책에 집중하고 읽을 수 있게 된 것도 이러한 부분이 한몫 했던 것 같다. 가장 먼저 저자는 페미니즘이란, 페미니스트란 무엇인가에 대한 질문부터 던지고 시작한다. 가장 인상적인 것은 우리가 페미니즘에 대해 오해하고 있는 부분에 대해 정확히 지적해 준 부분이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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페미니즘이 우리 기대에 못 미치면 페미니즘이라는 이름 아래 행동하는 인간들에게 결점이 있다고 생각하지 않고 페미니즘 자체가 잘못되었다며 정죄한다.


최근 페미니즘이 이런 이유로 고통을 당하고 있다. 우리는 페미니즘과 그것을 지향한다고 주장하며 자기의 브랜드로 만들려는 여성들을 서로 동일시해 버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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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렇다. 저자는 우리가 페미니즘에 대해 가지고 있는 '이미지' 혹은 '선입견'에 집중하는 것이 아니라, 페미니즘이 과연 무엇인가, 무엇을 가리키고 있는 것인가를 제시하려고 부던히 노력해가고 있는 모습이 보인다. 그리고 중요한 것은, 페미니스트라고 자처함에도 불구하고 여성비하적인 문화나 사회에 어느정도 동화되고 그 문화를 즐기기도 하는 자신의 모습을 빗대어 '나쁜 페미니스트'라고 이야기한다. 이 부분에 대해서 굉장히 공감할 수 있었다. 아무래도 이 책의 가장 큰 장점을 이러한 부분이 아닐까 싶다. 페미니스트이고자 하나 현실적으로 부딪치는 모순들. 실질적인 싸움들. 이러한 부분을 저자는 솔직히 오픈하면서 공감대를 형성해준다.


책의 후반부에서는 페미니즘에 관한 이야기라기보다 오히려 흑인문제를 주로하는 유색인종에 대한 차별문제를 꽤나 집중해서 이야기하고 있다. 이부분은 호불호가 갈릴 수 있는 부분인 듯하다. 이 또한 중요한 문제이기도 하지만, 확실히 집중도가 떨어지는 면이 있다. 또 한편으로는 여성문제, 인종차별문제를 같은 맥락위에 올려두고 기본적인 권리와 평등에 대해서 재고할 수 있는 시간을 마련해주기도 한다. 나 또한 유색인종이긴 하지만, 흑인만큼의 차별적인 경험을 한 적이 없고, 또 그랬던 만큼 알지못하는 부분 혹은 크게 실감하지 못하는 부분들이 많았다. 이러한 면에서는 또다른 부분을 느낄 수 있다는 장점도 있다.


아무튼 이 책은 '페미니즘' 그 자체의 원론적인 의미를 생각해볼 수 있는 좋은 계기를 만들어주는 것 같다. 미국의 사례가 중심으로 되어있지만, 이는 우리에게도 맞닿아있는 문제이고, 또 한편으로는 미국사회 또한 매우 보수적인 곳이라는 느낌을 지울 수 없어서 씁쓸하기도 했던 것 같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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