나쁜 의도는 없었습니다
손원평 지음 / 창비 / 2026년 3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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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Changbi 창비 『나쁜 의도는 없었습니다』 가제본 서평단】
『나쁜 의도는 없었습니다』
소설집|손원평
출판|창비(@changbi_insta ) 


〔알아주세요, 그럴 의도는 없었습니다. 나쁜 의도.〕

"고의를 빙자한 실수이든 아니든, 삐끗해서 일어난 사고에 구차한 근거를 변명으로 들이밀 때 사용할 것 같은 제목이 책을 읽고 싶다는 생각이 들게 했습니다. 무슨 일로 "나쁜 의도는 없었습니다"가 제목이 되는 스토리의 정체를 알고 싶어서 신청합니다."로 읽게 된 책은 단편 소설집이었다.

실수로 기분 나쁘게 스친 남과의 어깨 접촉사고 장면에서 할 대사처럼 "나쁜 의도는 없습니다"였다. 하지만 이미 내 머릿속에서 그 상황이라면. 의도 여부 무관하게, 상대방을 나쁜 사람이라고 여길지는 당시 기분이 판가름할 것 같다. 나쁜 사람이 될 일은 만무하다고 여기는 일상에 이런 종류 예시를 보여주는 것 같기도 한 단편 모음이었다.

완독한 기분은 비가 와서 젖어버린 바람에 축축한 옷차림을 유지하고 있는 것 같았다. 탈력감이 드는 시간, 밤에. 하루를 복각하다가 씁쓸한 타이밍에 기분이 고정되어, 울적한 번아웃이 찾아올 것 같은 밤에, 읽었다. 난데없는 『나쁜 의도는 아닙니다』 에피소드들이 마음의 어둠으로 독자를 소환시켰다. 

"고통은 없을지도 몰라요. 범죄는 아니에요. 다만 사람이 있어요. 이런 어둠은 초면이시죠?"에 해당한다면 흥미로운 이끌림이 될 독서로 추천하는 책이다. 간간이 손원평 작가님의 표현에 자질구레한 현실 아픔과 걱정이 위트(wit)로 재미있게 읽혔다.

"p.59
 —돈은 빛이에요. 조명이죠. 누군가의 머리 위에 달린 천사의 도넛이에요."


"p.95
꿈은 절망의 씨앗이라고 왜 아무도 말해주지 않았을까."


【어딘가 살고 있는 익명의 마왕으로부터】
완독 후기를 남기기에 있어서 가장 좋았던 편은 「익명의 마왕으로부터」였다. 판타지 세계관에서 자리잡고 있는 마왕님께서, 누군가의 닉네임이 되어서 유머감각이 있을 것 같은 말투로 상상하게 만들었다. 어떤 모습의 마왕님일까. 본인을 낮추는 것 같지만 자랑스럽게 소개하는.


"p.104
안녕하십니까, 익명의 마왕입니다. 제게도 이름이 있지만 특정 캐릭터를 떠올리지 않도록 하기 위해 마왕이라고만 해두죠. 사실 전 대단한 마왕은 아닙니다. 악당 중에서는 꽤 하급에 속하는 저는, 어린이를 위한 시리즈 애니메이션에 등장하죠."


【기준은 '나'로 잡고, 나쁜 의도일지는 독자가 판단해보세요】
아니 불(不)로 시작하는 단어가 제목에서 출발해서 모조리 떠올랐다.
불행, 불운, 불온, 불편, 불명예, 불필요, 불만, 불평, 불구, 불멸…
그런 단어가 어울리는 주인공들이 사건을 겪고도 현실에 재기하고, 재귀하고 나아가듯. 나쁜 의도가 있었는지는 나뿐만 분명 알았다. 소설집 한 챕터가 끝나면 다음 새로운 단편이 있듯. 깨어나려면 오래 걸릴 것 같은 복잡함을 툭툭 머릿속에서 털고 일어나서 「딸과 깍 사이」의 소미처럼 오늘도 전진하자 다잡아보게 되었다.


"p.39
나는 내 모든 게 표백되길 바랐다."


"p.132
그리고 그거 아세요? 운이라는 놈이 한번 찾아오잖아요? 그럼 그때부터 삶이 의지랑 상관없이 급물살을 타요."


"p.224
하지만 그럼에도 소미는 시작해본다. 바늘이 바쁘게 실을 감아 한발짝씩 나아가기 시작했다. 이번에 도달한 목적지는 전보다 근사한 곳이라는 걸, 엉키거나 후퇴하더라도 결국은 무사히 어딘가에, 어떤 상태에 도달하리라는 것을, 바늘의 작은 전진을 보며 소미는 확신했다."


【노래추천: 조용히 완전히 영원히-너드커넥션(Nerd Connection)】
안녕 오늘 하루는 어땠나요
오늘 날씨만큼 흐렸나요
화창하진 않았대도
자그만 행복이 깃들었길 바래요
나의 하루는 여느 밤과 같았어요
모든 게 미워지더니
그게 결국 다 후회가 되고
전부 다 내 탓이 돼버렸어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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감사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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