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호랑이가 눈뜰 때 ㅣ 소설Y
이윤하 지음, 송경아 옮김 / 창비 / 2023년 5월
평점 :

[창비 북클럽-소설Y 7기]
『호랑이가 눈뜰 때』
영어덜트소설| 이윤하
출판|창비
소설Y 클럽 7기| 유진
배경사진| OGQ Picreative
【미션2. 『호랑이가 눈뜰 때』서평 작성】
호랑이로 변할 수 있는 소녀'세빈'의 『호랑이가 눈뜰 때』에 안착하길.
이윤하 작가님의 고양이를 위한 소설이라는 애정어린 대목이 좋았다. 고양이와 호랑이가 서로 먼 친척 뻘이라는 묘사도. 어찌 보면 가족.
두꺼운 소설 대본집에서 부재된 이야기가 넘쳐났다. 사람이 아닌 존재가 사람과 공존한다는 우주 판타지는 소설에서 실감이 날수록 흥미로웠다. 동·서양 SF 캐릭터가 총집합한 소설일까 내심 기대했다. 『호랑이가 눈뜰 때』에 한국 신화를 어떻게 새롭게 써내려갔을지도.
🇰🇷한국인에게 있어서 '한국'이 언급되고, 'Korea'를 뜻하는 'K'로 시작되는 단어의 영광은 애국심을 활성화시키기 때문에. K-story.
옮긴이가 있다는 것은 원어가 따로 있다는 것이다. 옮긴이의 도움말이 적혀 있었던 "그이*"와 "논바이너리"라는 표현이 인상적이었다. 새로운 관점이었다. 남녀를 포괄하여 자유롭고, 중립적인 단어라서 호소력 있게 읽혔다. 우주 세계 문화는 지금의 문화에서 일어나는 '차별'을 무색하게 만드는구나. 외적 모습이 아니라 착용하고 있는 핀으로 성별을 가늠할 수 있다니. 역시 우주였다. 평화적인 해석.
떠밀려 도달한 곳은 '우주'였다, 『호랑이가 눈뜰 때』의 흐름에. 이색적인 부분이었다. 보통이 아닌 이야기라는 것을 짐작하게 했다.
『호랑이가 눈뜰 때』의 배경이 지구의 자연에서 더 나아간 우주라는 것. 산에 있는 호랑이 소녀가 아니라 우주에 있는 호랑이 소녀 이야기다.
【편지가 도착을 때, 그날은 내 인생 최고의 날이어야 했다.(p.11)】
'가족은 내 편이다,나는 가족 편이다.'라는 생각을 이 소설은 헤집는다. 이기적으로 돌변하면 가족은 낯선 남이 될 수 있다는 것을.
끈끈한 가족의 유대감을 느끼면서 살아와서 가족의 싸움은 발생하는 상황부터 '적'으로 대립하여 끝을 보기까지 감정이 너덜너덜해진다. 결코 앙심을 함부로 품어서는 안 된다. 독이 되고, 약점이 된다. 가족이 강점이 되면 좋겠지만 좋은 점은 일시적 효과가 있다. 가족은 독이 되고, 약점이 될 수 있다.
≪열세 살 소녀, 우주군에 입대하다≫
세빈이 '천 개의 세계' 우주군에 입대 신청하고, 결과를 기다렸던 편지가 도착했다. 해태호 선장이자 주인공 '세빈'의 삼촌인 '환 삼촌'이 반역자가 되었다는 소식은 기다렸던 것이 아니었다. 가문은 반역자로 한 사람이 낙인 찍히면 모두가 피해 입을 것이고, 가문의 위기는 막아야 한다는 대책은 마침 우주군에 일찍 선발된 '세빈'이었다. 우주군이라고 하니 지구상 평화 없는 전쟁, 갈등 구조가 극소해졌고, 무색해졌다. 그러나 끝나지 않는 전쟁은 우주에서 연장전이었다. '천 개의 세계'에서는 국경에서 일어난 습격으로, 평균 입대 가능한 열다섯 살보다 어린 열세 살 소녀 '세빈'이 우주군 생도로 뽑히게 만들었다.
《맹세합니다.》
어릴 때, 최고이면서 최대의 약속 증표는 약속 대상끼리 새끼손가락을 걸고 굳게 약속하는 것이었다. 근데 『호랑이가 눈뜰 때』에서 세빈은 용기 세계 주황 부족 출신의 호랑이령으로서 맹세를 한다.
【"너는 모든 일에서 부족에 봉사하겠다고 맹세해라. 서쪽의 백호를 걸고 맹세해."(p.43)】
영원한 약속, 진중한 맹세는 SF에서 진한 여운을 줘서 불가결한 요소가 아닐까 싶다. 세빈은 가족을 위해서 맹세를 한다.
동물의 세계에도 '가족'이 있고, '서열'이 있었으며, 충성 또는 희생이 있었다. 사람들에게 훌륭한 전사라고 존경받는 호랑이령 가문을 지키기 위한 가문의 수장 '가모장' 결정과 통제에 따라서 세빈이 우주군 생도로 들어가는 것으로 결론 짓는다. 조금 더 힘이 있었다면, 굴복하지 않는 주인공이 되어서 통쾌함을 보여줄 수 있지 않을까 싶지만 세빈의 시련은 그녀가 좋아하는 '환 삼촌'이었다. 이것은 타인에게 '아이'라고 칭해지는 것과 약하다고 생각되는 것이 싫어하는 세빈이 난처함을 모면하면서, 어른에 가까워지는 과정이었다.
《가족은 삶의 전부 or 삶의 일부?》
작은 따옴표('')로 묶어지는 세빈의 속마음이 갈피를 못 찾는 마음을 강인하게 다잡는데 쓰임을 하였지만, 그만큼 가족부터 타인의 시선까지 강하게 의식하고 있다는 것으로 보여졌다.
【 "가족을 명예롭게 해 주렴."(p.47)】
어른인 독자로서 '가족의 명예'라는 표현에 민감해지는 감정이었다. 물론 내 가족은 명예라는 지위보다 행복을 대단히 생각한다. 열세 살에게 부여하는 가족이라는 단위가 주는 '책임' 부여는 무겁고 냉정했다. 아이가 즐길 수 있는 힐링을 어른들의 결정으로 끝낸 시점이었다. 가족이라는 고리가 되풀이 됐다. 가족이 삶이 되고, 가족으로 협박에 쓰이고, '가족'이 안식처가 아니라 불편한 배경(환경)으로 자리 잡고 있었다. 세빈이 어머니의 포옹을 바라고, 부모님의 곁에서 보호받는 안정감을 바랄 때, 어머니는 딸의 안전보다 부족과 가족의 명예를 우선시 했다. 다른 사랑의 형태로 대비되는 등장인물이 있었다. 그런 와중에 세빈을 잘 챙겨줬던 순이 이모, 세빈의 우상이 되었던 환 삼촌의 존재는 세빈에게 중요했을 것이다. (문득 호소다 마모루의 영화"늑대아이"에서 동물(짐승)은 더 빨리 어른이 된다는 대사가 겹쳐졌다.) 생각보다 더 빠르구나, 싶었다. 스스로 열세 살은 어른이 되기에는 멀었다고 단정해서 '시간 가는줄 모르게 즐거움을 많이 느끼고, 많이 웃고, 때로는 보호 받아야 한다'라고 틀에 박힌 채 주인공'세빈'을 바라봤는지도 모르겠다.
《역경에서 깊어진 우정》
그리고 우주군 생도 준비 단계에서 '백 지(인간)', '유나(천인)', '남규(이무기)'를 친구로 만난다. 첫만남, 첫인상은 짧고, 급속도로 우정이 갑작스러운 위험을 돌파하는 데에 힘으로 작용한다. 각자의 장단점과 성격이 어우러져서 협력하고, 그들 앞에는 호랑이로 변한 소녀 '세빈'이 있었다. 멋지고 좋은데, 이렇게 넷은 합이 척척 맞는 천생연분 우정이고. '세빈'에게 해태호 죄수이자 환 삼촌의 가족이니 같은 반역자 신세로 치켜세운 '김 민'과의 관계가 삐끗했을 뿐이었다.
"왜 너는 이 선택을 한 거야?"라고 묻는 이유를 답해야 하는 주인공의 입장은 소설에서 흡사 독자에게 하는 뉘앙스처럼 느꼈다. 질문은 나 자신을 이해하고, 어떤 사람인지 증명하고 소개하는 목적이 있었다.
《감정의 냄새를 맡는 세빈의 능력》
냄새를 유독 잘 맡으면 동물의 감각과 비슷하다는 표현을 한다. 인간보다 동물의 후각이 믿을 만 하니까.
감정의 냄새를 맡을 줄 아는 '세빈'의 특별한 특징은 감지될 때마다 타인의 기분을 살피는 태도가 시각이 아닌 후각이라는 접근이었다.
죄책감의 냄새는 어떤 냄새일까.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