흰 장미의 심연까지
나카야마 가호 지음, 김재원 옮김 / 은행나무 / 2023년 2월
평점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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여기서 루이와 도쿠코는 둘 다 여자다.

🔹️루이에게 처음 안겼을 때,
나는 지금까지 해왔던 섹스가
그저 스포츠에 지나지 않았다는
사실을 알게 되었다.
루이는 전혀 다정하지도 않은 데다
내가 만난 인간 중 가장 오만하고
성격 나쁜 녀석이었음에도 불구하고. 난생처음 경험한 성의 황홀함과 견디기 힘든 인간성을 향한 증오가 동시에 들이닥쳐 나는 뭐가 뭔지 알 수 없게 되었다.
_ p.12-13

▫️사람은 여러 개인의 취향 이라는 것을 갖고 있다.
그러니 사랑을 할때에도 호감을 가지게 되는 동기와 그 부분이 다른 경우가 많다.
나는 아무리 보아도 개구리소년 왕눈이 에 나오는 투투 같은데
그 투투 같은 이를 보면서 귀엽다라고 하는 사람이 있는가 하면
지적인 공감과 (수준아닌 공감.)
매력적인 언어구사력 (입에 발린 빠다 같은 말이 아닌.)에 마음을 빼앗기는 사람 이 있는가 하면 이런거 저런거 다 없어도 피지컬과 성적인 부분에 홀리는 사람도 있다.
그야말로 개인취향이니 그런것을 가지고는 '틀리다' 할 수 없다.
그저 '다르다' 일뿐.

'난생처음 경험한 성의 황홀함과 견디기 힘든 인간성을 향한 증오가 동시에 들이닥쳐 나는 뭐가 뭔지 알 수 없게 되었다.'

그러니 이것도 취향.


🔹️“엄청 불행해졌을 때 전화해. 항상 기다리고 있을 테니까.”
“고마워.”
나는 그의 다정함이 조금 불만스러웠다.
키스하고 싶으면 하면 될 텐데.
갖고 싶으면 루이처럼 앞뒤 생각 말고 피를 흘려서라도 쟁취하면 될 텐데. 그런 생각을 하는 자신을 발견하게
되는 일은 뜻밖이긴 하나 불쾌하지는 않았다.
나는 루이의 독에 흠뻑 물드는 중이었을지도 모른다.
_ p.83

▫️답답하다.
왜 그러고 싶은 본인의 마음을 그대로 얘기하지않고 상대방이 해주기를 바랄까?
그 피 니가 흘리고 너 하고 싶은대로 하지 그러니.


🔹️“이런 거 이제 그만하자. 진짜 그만하자, 쿠치.”
“응, 알겠어. 이제 그만하자.”
이제 그만하자고 말하면서도 우리는 어느새 딱 달라붙어 있었다.
우리는 훌쩍훌쩍 울면서 서로를 탐했다.
종국에는 쾌락인지 고통인지도 알 수 없게 되었다.
그런 후 집에 돌아가는 건 정말이지
괴로운 일이었다.
“이제 돌아가. 버스 끊기겠다.”
“가기 싫어. 여기 있고 싶다.”
“어디 도망갈래? 멀리 남쪽 섬에서
코코넛 같은 거 주우면서 살까.”
_ p.179


▫️코코넛 주우면서 사는것도 하루 이틀이다.

루이와 도쿠코.
이 여성들의 사랑을 구사하는 문장을
'동성' 이 아닌 '이성' 의 느낌으로 읽었다.
그렇지 않으면 이해되지 않을것 같아서.

두 사람의 연애가 내게는 뜨겁고
아슬아슬 하지만 답답하게 느껴졌다. 질투와 절망과 기쁨이 엉킨듯한 그들의 연애.
성적인 쾌락으로 뭔가 폭발되는
감정들이 서로를 무너뜨리는 느낌이다.
두 사람은 불안과 행복과는 멀어지는듯 위태롭다.
그들이 참 아쉽다.
어쩌면 가장 열정적인 무엇과 바닥치는 경험을 통쾌하게 해보일 수 도 있을 때인데 사회 제도나 타인의 시선,
그리고 서로를 가질 수 없다는 것이 행위에만 집중하는 덧없어 보이는것으로 보여지니 말이다.
사랑에 몸을 맡긴 두 여자.
오직 서로에 의해서만 비롯될 수
없으니 더 목마르게 갈망한다.

그럴 수 있다.
나는 '그럴 수 있다' 는 쪽이다.
그러니 내내 이들이 안타까웠다.
읽고 싶었다.
편견없이 읽고 싶었다.
이해한다는 말로 교만하고 싶지 않다.
크리스찬으로써 온탕 냉탕을 왔다갔다 했지만 그저 전쟁은 나에게 속한것이 아니라는 말씀을 되뇌는 것으로 마무리 지어본다.


"나는 뇌 뒤편에 하얀 장미를 심은 적이 있다.
꽃을 피운 아이는 손에 꼽을 정도밖에 없었다.
RUI가 루이였을 때, 꽃잎은 내 머릿속에서 몇 번이고 넘쳐흘렀다.
생명을 찌르는 가시와 함께. "
_ p.1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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