루미는 눈길을 돌렸다. 어쩔 수 없이 희망퇴직과 이혼이라는 단어가 떠올랐다. 보리의 부모님이 원망스러웠고 보리가 안타까웠다. 가장 좋은 건 예전으로 돌아가는 것이었지만, 그것도 쉬운 일이 아닐 게 분명했다. 세상에는 정말 쉬운 일이 하나도 없었다._ p.75▫️열세 살. 그때 난 어땠나를 생각해봤다.글쎄 의외의 말일 수 있지만 천진난만 이라는 단어는 어울리지 않았던것 같다.알거 다 알았지만 내맘대로 할 수 있었던건 집으로 돌아가는 길의 방향을 선택 하는것 밖에 없었던것 같다.그 나이에도 세상은 쉽지 않았다고 생각했던게 학교에서 신던 내 실내화를 빨고 말고할 선택까지도 없었던것에 큰 짜증이 났던 기억이 있다.들고갈 책은 많은데 별로 더럽지도 않은 실내화까지 넣어가야하는 그 개짜증이란 정말 큰 한숨 거리였다.큰 일이 아니라 할지도 모르겠지만 나에게는 내 신경을 거스는 크나큰 일이었다.책을 읽어보니 어린 십 대들의 내면을 문경민 작가만의 섬세한 글로 담겨있다. 어쩌면 열세 살 그때에만 가능한 이야기를 어쩌면 그리도 내 눈앞에 보이듯 선명하게 내어 놓으셨는지 책을 펼치자마자 그대로 끝까지 읽었다.몰입감이란 이 책을 두고 하는 말임이 틀림없다.‘세상의 한 가운데로 나아가는 어린 십 대들이 부딪히고야 마는 현실의 벽’ 을 이야기했다는 작가의 말을 그대로 받아들일 수 있었던것은 아마 지금의 내 아이와 같은 또래들의 이야기 였기 때문일것이다.책속 주인공 보리와 루미의 이야기가 어른들도 쉽지 않은 이 세상을 작은 십대들이 바르게 걸어 가는것이 가슴벅차다.혼란스럽고 힘들 수 밖에 없는 시기에 있는 보리와 루미의 이야기가 읽는 아이들로 하여금 희망이 된다면 좋겠다는 생각을 몇번이고 했다.세상에 쉬운 일이 없다는 것을 깨닫고 그것에 지치않고 버티는 힘을 보여준 주인공들 처럼 우리들의 아이들도 그렇게 꿋꿋하게 성장 하기를 소망한다.'열세 살' 에게는 중요한 그런게 있었다는것을 잊지않는 어른으로 아이곁에서 아이를 바라보고 싶다.🔹️앞으로 나아가고 싶었다.언젠가는 더 좋은 세상을 만드는 일에 뛰어들고 싶었다.그때는 계란이나 벽돌 조각이 아니라 단단한 지렛대를 쓰고 싶었다. 더 밝고 더 따듯하고 더 아름다운 곳에 세상을 올려놓고 싶었다. 이리저리 흔들리는 일이 또 생기겠지만, 보다 나은 모습으로 헤쳐 나갈 수 있을 것 같았다. 흔들리는 건 이미 해 봤으므로.보리는 조용히 미소 지으며 속으로 중얼거렸다.안녕. 나의 열세 살._ p.228