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설, 잇다’의 첫 번째 책 [우리는 천천히 오래오래] 는백신애 작가와 최진영 작가의 소설을 담아냈다.이 책에 실린 백신애의 소설 「광인수기」(1938), 「혼명에서」(1939), 「아름다운 노을」(1939) 은 작가의 생애 마지막에 쓴 후기 주요 작품 이다.이러한 작품이 제13회 백신애문학상 수상자인 최진영 작가를 만났다.최진영 작가는 「우리는 천천히 오래오래」에서백신애가 제기했던 여성 억압의 문제를 잘 풀어냈다.풀어내는 그 문체가 참 따듯하다.백신애 작가가 선택했던 사랑과 최진영 작가가 선택한 사랑이 참 다른 느낌이지만 묘하게도 참 그 결이 한곳에서 잘 포개어져 하나의 결이 되는 느낌이다.그것이 어쩌면 이 두 작가가 꿈 꾸던 사랑의 힘, 사랑의 연대 가 아닐까.오래전 작품이나 근래 나오는 현대 작품이 서로 다른 느낌을 준다 하더라도 묘하게 같음을 느끼는것은 사랑이란 어찌됐건 '사랑' 으로만이 화답될 수 있는 원초적인것이기 때문이 아닐까 하는 생각을 했다.사랑은 억압 뒤에 자유로움을 감추고 있는것이 아니던가.우리는 꽤나 오랫동안 천천히 오래오래 사랑해왔는지도 모른다.그러나 분명한 사실은 앞으로 해야할 사랑이 더 오래도록 지속되어야 할 것들이기 때문에 우리는 또 그것을 꿈꾼다.우리는 천천히 오래오래 사랑하자.🔹️본문중에서 어머니의 눈물입니다!조용한 어머니의 눈물은 나에게서 모든 용기를 앗아가는 무기였습니다. 그 눈물은 오직 나에게 안일을 주려는 지극한 사랑이 근원되어 있습니다.그들은 털끝만치도 나를 이해해주려고는 생각지 않아요. 다만 끝없이 사랑할 줄만 압니다. 그 사랑을 감수하지 않을 듯한 불안에 항상 슬퍼합니다. 그리고 내 마음을 달래보며 온갖 정성을 다해줍니다._ p.73「혼명에서」중에서‘네가 어미냐! 네 아들이 지금 열여섯 살이나 되었다.’라고 외치는 듯하여 나는 깜짝 놀란 듯 휙 돌아서서 달아나듯 골목쟁이를 뛰어나오고 말았어요. 내 아들에게 대할 때 지극히 청정한 어머니로서 아니면 도저히 허락할 수 없다고 내 스스로가 느꼈던 탓입니다._ p.140「아름다운 노을」중에서내가 간절하게 원하는 건 바로 이런 것. 내가 좋아하는 사람이 나를 보고 웃는 것. 비슷한 마음으로 서로를 바라보는 것. 나에게 기쁜 마음을, 심심한 마음을, 힘든 마음을 이야기하는 것. 그 마음을 나눌 수 있다면 한 치 앞도 알 수 없는 인생을, 외롭고 불안한 하루하루를, 망하고 계속 망할 뿐이라는 평범한 삶을 기꺼이 살아갈 수 있다._ p.229「우리는 천천히 오래오래」중에서