무언가 매력적이게 느껴지는 이야기.단군 신화에서 유래된 야호족과 호랑족의 참신한 세계관으로 두 족속이 최초 구슬을 두고 벌이는 구슬 전쟁이라는 흥미진진한 이야기 이다.그 속에 오백 년을 열다섯으로 살아온 여자아이가 나와 굉장한 몰입감으로 읽어지는 한국형 판타지라고 할 수 있다. 글 곳곳에 조현아 작가의 일러스트로 여우에서 인간이 된 야호족과 범에서 인간이 된 호랑족의 이해를 돕고 신비스러운 세계에 상상력을 더해 이야기는 더욱 매력적으로 읽힌다. 환웅이 내려와 신시를 세웠을 때 인간이 되고 싶었던 곰과 범.그러나 그들과는 달리 인간이 되길 거절했던 여우가 단군을 도와 달라는 웅녀의 부탁으로 최초 구슬을 받고 야호족을 이루었다는 기발한 상상의 이 글은 우리 어릴적 읽었던 전래동화 를 떠올리게 하며 그 덕에 신비스럽지만 굉장히 친밀하고 안정적인 느낌을 준다. 우리 옛이야기들을 풀어 그것에 오백 년 동안 열다섯 살로 살아온 여자아이의 비밀스러운 운명이라니 너무 궁금하지 않은가. 아이들만의 동화가 아니라어른들의 전화적 독서 목록으로 추가해 두어도 좋을 책이다.우리 모두 이야기 속으로 들어가 상상의 나래를 펼쳐보자._ 이 어느적 멘트인가 싶지만^^🔹️본문중에서 령은 야호의 시작이자 우두머리다. 령은 본야호이기에 가끔 원래 모습인 여우가 되어야 한다. 본야호들에게는 야생 본능이 남아 있다. 그날 령은 여우로 둔갑하여 눈밭을 뛰어다녔다. 덫쯤이야 혼자 얼마든지 빼고 나올 수 있지만 가을이 나타나는 바람에 둔갑을 못 했고 가을이 하는 대로 두었다. 훗날 가을은 괜한 오지랖을 피웠다는 것을 알았다. 하지만 그 덕분에 령은 가을네 세 모녀를 살려 주었다. 야호는 한 번 입은 은혜는 절대 잊지 않는다는 철칙이 있다. 령은 죽어가는 세 모녀를 살리기 위해 그들을 종야호로 만들었다. 령에게도 세 모녀에게도 선택의 여지는 없었다. 그건 령을 살렸던 가을에게도 마찬가지였다. 살릴까 말까가 아니라 살리는 것뿐이었다. 어쩌면 인생은 선택이 아닌 그냥 흘러가는 것인지도 모른다. _ p.22“가을아, 나는 운명 같은 거 안 믿었거든. 그러면 내가 너무 비참해지니까. 사람들은 나랑 할머니를 희생자가 아니라 생존자라고 하는데, 나는 그 말이 싫었어. 엄마 아빠는 죽고 나만 살아남은 게 뭐가 그렇게 떳떳하겠어. 뭐가그렇게 좋겠어.”신우는 처음 만났을 때와 같은 쓸쓸한 표정을 지었다. 가을은 신우의 마음을 안아 주고 싶어 대신 신우의 손을 잡았다.“하지만 살아 있어서 너를 만난 거잖아. 고마워, 가을아. 날 살려 줘서.”그 말을 들으니 가을은 눈물이 났다. 신우 앞에서 울고 싶지 않았는데 눈물이 멈추지 않았다. 신우가 휴지를 가져와 가을의 눈물을 닦아 주었다._ p.167