얼어붙은 여자
아니 에르노 지음, 김계영 외 옮김 / 레모 / 2021년 3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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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얼어붙은 여자' 를 읽으면서 몇 번의 화를 되풀이 하면서 소름이 돋는 문장들을 읽었는지 셀 수도 없다. 읽으면서 다시 읽은 문장도 많다 그것은 이해가 되지 않아서가 아니라 마치 나의 이야기 같아서 였다. 그때 그랬었지 라며 지나온 일을 다시 생각 나게 만드는 문장들이 내 눈에 읽히면서 여성, 여자의 삶에 대해 많은 생각을 하게했다.

'얼어붙은 여자' 는 여자의 어린 시절부터 결혼하고 아이를 낳고 기르기까지 '여자의 일생' 을 이야기 한다.

아이를 줄줄이 낳고 자신들의 삶이 없는것 마냥 어찌보면 비정상적인것이 정상인 시대에서 살았던 할머니들,
여자라는 갇힌, 이해 못할 인식에 그것을 무시하고 딸을 키웠던 그 시대상에서는 평범하지 않았던 어머니,
결혼생활과 육아와 일을 동시에 진행 하며 꼭 외나무다리에서 아슬아슬하게 걷듯 살아가는 이 책의 주인공 인 '여자' 이야기 이다.


🔹️남자아이들과 나 사이의 불평등, 신체적인 것 외의 다른 차이에 관한 생각은, 한 번도 경험해보지 않았기 때문에 나는 정말 모르고 있었다. 그것이 재앙이었다.
p.115

▫️여자인 자신을 '여자' 답게 키우지 않았던 어머니에게서 자란 주인공의 사춘기, 그리고 대학생활을 거치면서 만들어 온
'남자로부터 독립된 여성' 으로서 살겠다는 의지는 연애를 하면서부터 무언가 흔들리게되고 결혼과 육아를 거치면서 그 의지는 더욱 좌절 되듯 너덜거리게 된다.
여자는 책에서 말하는 이러한 삶의 '수련' 기간을 거쳐 지금의 현재 처해진 처지가 익숙해지게되고 '누구의 아내' 라는
'얼어붙은 여자'가 되어 버린다.


🔹️의심 많고 유치한 자신 외에 다른 어떤 사람에 대해서도 책임지지 않았던 그 이기적인 시기를 어떻게 감히 동경할 수 있는가? 결혼 전 여자의 삶을 누구도 애도하지 않는다, 어떤 노래도, 어떤 민속도 기념하지 않는다. 그런 건 아예 존재하지 않는다. 쓸모없는 시기.
p.153-154

🔹️그러나 여러 번, 공원에서, 유모차를 밀면서, 나는 나의 아이가 아닌, '그의 아이'를 산책시킨다는 이상한 느낌을, 남편이자 아빠인, 그를 중심으로 돌아가는, 그를 안심시키는, 위생적이고 조화로운 시스템 속에서 움직이는 말 잘 듣는 하나의 부품이라는, 이상한 느낌을 받았다.
p.222

▫️사춘기의 알 수 없는 혼란스러운 감정들,
남자를 만나 연애를 하고 결혼하는 과정들,
아이를 낳고서도 나의 자아를 끝없이 알아가려하는 끝없는 레이스 같은 날들,
이 모든 날들이 적나라하게 그리고 너무나 날카롭고 정확하게 표현하는 문장들을 읽을때마다
화가 났으며 눈물이 찔끔, 한숨을 내뱉었다 마치 드러나진 않았지만 겹겹이 덮어두었던 날것의 감정들을 꺼내듯 내앞에 그것을 내어놓고
왜 이것이 당연하다 생각했으며 난 왜 말하지 않았고 또 왜 이렇게 사는것이 잘한것이라 생각 했던거지? 라며 나 스스로에게 책을 다 읽은 지금까지도 끝없는 질문을 던지게 된다.
아니 에르노 의 섬세하고 날것같은 필력은 이렇게 글에서 살아 움직였다.
내가 화를 내고 분노하고 한숨을 내뱉고 공감했던 행위가 아니 에르노의 글과 함께 살풀이 같은 춤을 췄던게 아닌가 싶은 생각이 든다.


🔹️우리는 자신의 삶과 자신이 바랐던 삶을 비교하지 않고, 다른 여성들의 삶과 비교하기에 이른다. 결코 남자들의 삶과 비교하지 않는다, 이건 대체 무슨 생각인가.
p.236

▫️이 책의 이야기는 정도에 따라 다를 수 있지만 나의 이야기이고,
그대의 이야기고,
또 어쩌면 모든 여성들의 이야기 이다.
여성들이 연대하지 않으면
'얼어붙은 여자' 는 나의 모습,
너의 모습이 될 수 밖에는 없으며 그것은 미래세대인 우리들의 딸의 모습이 될 수 밖에 없다.
시기와 질투로 얼룩진 못나빠진 여성이 아닌 세대를 지켜나갈 멋진 여성으로 연대 하기를 소망한다.



🔹️내가 알아차리지도 못한 채, 나의 수련 기간은 끝났다. 그 후로는 익숙해진다. 집 안에서는, 커피 그라인더, 냄비 같은 것들이 내는 수많은 자잘한 소리, 집 밖에서는, 눈에 띄지 않는 선생님, 카샤렐이나 로디에 브랜드 옷을 입은 중견 간부의 아내. 얼어붙은 여자.
p.249

▫️지금의 시대가 변화의 바람을 타고 있고 지금의 젊은 여성들은 과거보다는 모든것에서 독립적이다. 그러나 여전히 여자라는 이유만으로 당하는 부당함이 존재한다.
그것은 외면할 수 도 부정할 수 도 없는 사실이다.
여성들의 삶에서의 공포심과 죄책감은 다양한 방법들로 여전히 우리를 짓누른다.

주인공처럼 이름도 없는
'얼어붙은 여자' 는 되지 말자.
나는 내 이름을 건 인간으로 멋지게 살겠다.


👨‍👦그리고 안할 수 없었던 생각 기록_

책을 읽고 두 아들을 본다.
내 아들들이 어떤 생각으로 여성을 생각 할지를 생각해 본다.
적어도 내 아들들은
여자에게 주어지는 책임에서 벗어난 시선을 가지길 바란다.
그렇지 않으면 행복함과 독립적인 여성과 더불어 함께 성장하며 살아갈 수 없다는것쯤은 분명히 아는 인간이 되길 바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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