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
사람이 풍경일 때처럼 - 박완서 이해인 정현종 등 40인의 마음 에세이
박완서.이해인.정현종 외 지음 / 21세기북스 / 2010년 12월
평점 :
품절
BGM이라 불리는 백그라운드 음악은 우리가 영화를 보거나 드라마를 보거나 영상 매체에 있어 그 속의 감정과 모습 기분 등을 표현할 때 더 풍부한 모습을 보여줄 수 있게 만드는 음악이다. 예전들의 영상에 비해 요즘은 그 비중이 날로 커지고 있다. 주인공들의 모습도 중요하지만 그 모습을 뒷받침해주는 장소와 노래 등의 비중이 날로 커지는 이유는 그만큼 영상으로 보여줄 수 있는 감정을 최대한 끌어 올려 시청자가 느끼는 감정을 제대로 느낄 수 있는 모습을 보여주려는 것이다. 우리는 삶을 살면서 하나 몇 가지의 추억을 안고 살아가는데 그 모습들은 자신의 행동으로서 기억하는 것이 아니라 그 곳의 모습들과 풍경들로 이루어져 자신의 행동을 만들어 가는 것이다. 그래서 자신의 행동보다는 그 곳의 모습들을 먼저 떠올린다.
파스텔 톤의 무지개 떡 같은 먹음직스런 모습으로 책을 손에 들었다. 책표지가 매우 인상적이다. 여러 가지의 색이 조화롭게 하나의 모습으로 아름다운 풍경이 되어있다. 꼭 따뜻한 느낌, 은은한 모습에서 봄 내음을 맡는 것 같다. 여러 직업을 가진 사람들이 저마다의 가슴속에 있는 이야기들을 하나씩 들려주는 이 책은 마치 누군가를 향한 메아리 같다. 들릴 수도 듣지 못할 수도 있는 이야기들 그래서 그 글 속에서 그들이 느끼는 감정을 전하기 위해 계속 외치고 있는 사람들 같았다. 자신들의 지나간 추억들이 하나씩 쌓여 그것이 거름이 되고 그 위에 새로운 기억들과 경험들과 모습들이 새로이 태어나 또 하나의 지금의 자신들을 위한 봄을 맞이하고 있다는 느낌을 지울 수 없다. 삶은 순환하고 시간은 강물처럼 흐른다. 그 속에서 사람들은 자신들이 만들어 놓은 추억들을 거름 삶아 새로운 삶을 만들어 가는 모습들에서 나는 그들의 봄 내음을 맡고 있다 느낀다. 하나의 꽃 내음으로 그 계절의 향기라 말 못하듯 개나리, 철쭉, 이화, 벚꽃, 풀 내음 등 이 모든 향기가 섞어 만들어 낼 수 있는 그 봄 내음을 맡을 수 있다.
이 책은 그런 자신의 모습을 보는 것만이 아니라 주변의 모습들 추억들을 더듬어 가면서 만들어 진 에세이이다. 자신이 기억하는 사람들의 모습들, 추억들이 하나의 책 속에 소소하게 녹아 있다. 누군가에게는 아무렇지 않거나 다른 모습으로 기억된 모습, 그 모습들을 자신만의 기억 속의 각기 다른 이미지를 자신만의 색깔로 색칠을 해 우리에게 보여준다. 여러 사람의 여러 모습의 에세이라 그런지 많은 내용이지만 그 내용 하나하나 마다 저마다의 고유 색깔로 칠해져있는 느낌을 받을 수 있다. 빠르지도 않고 그렇다고 느리지도 않은 미소지울 수 있고 눈물 흘릴 수 있는 천천히 읽다 보면 어느새 이야기의 끝을 바라볼 수 있는 이야기 들이다. 유명하다고 글을 잘 쓴다고 좋은 글들이 아니라 사람이 사람으로서 낼 수 있는 향기를 듬뿍 담고 있었기에 좋은 글들이라 생각된다. 그러한 글들이 우리가 일반적으로 바라본 스포트라이트 속의 인물들이 아닌 소주 한잔 걸치면서 자신의 이야기를 풀어내는 어딜 가나 만날 수 있는 그런 사람들의 모습들을 느낄 수도 있었기에 거부감 없이 조용히 귀 기울여 들을 수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