길 위의 시대
장윈 지음, 허유영 옮김 / 자음과모음(이룸) / 2010년 12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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중국 소설의 변방작가라 일컬어지며 조용한 음색을 소리 없이 내는 작가라 말하는 장윈, 그녀의 소설이 소리 소문 없이 나에게 찾아왔다. 일전에 중국 작가의 작품을 읽어 보았다면 ‘다이허우잉’과 ‘양이’작가의 작품이 나와 함께 했었지만 그 많고 많은 책들 중에서 중국의 작가의 작품을 두 권 밖에 읽지 않았었다는 것이 내가 접했었던 일본의 작가들과 대비 되었다. 내가 접했던 이 두 작가의 작품은 한 결 같이 조용한 음색을 내는 그래서 더욱 잔잔하고 무겁게 받아들일 수밖에 없는 작품들이었다. 그래서 이번 장윈 작가의 글을 보기에 앞서 비슷한 색깔을 가지고 있지 않을까 하는 기대감이 내심 있었던 것이 사실이다. 생각을 글로 옮기는 것은 힘들지만 나름 생각하는 소설들을 마냥 좋아하는 나의 성향이 이런 기대감에 한 몫 했었다. 겉모습은 잔잔하고 조용하지만 마음을 움직일 수 있는 그런 큰 감동을 줄 수 있는 소설들을 찾아다니고 있는 것이 나의 모습이다.

 
그렇기에 이렇게 시란 소재를 사용하여 보이는 것이 전부가 아닌 그 속에서 느낄 수 있는 모습을 기대 했던 것인지도 모른다. 예전에 나는 조용호 작가의 ‘기타여 네가 말해다오.’에서 노래를 통해 마음을 치유해가는 소설을 접한 적이 있었다. 그 소설에서는 우리의 가락과 민요, 가요를 통한 이야기를 전개했던 것이지만 음율이 있고 음악이라는 소재로 인해 소설에서 보여주고자 하는 감정들을 제대로 느끼지 못한 적이 있다. 너무 오래된 또는 내가 모르는 음악들로 인해 단지 음악을 글로 느끼는 감정들로 인해 작가가 말하고자 하는 이야기의 모습들을 오롯이 보고 느끼지 못했기 때문이다. 하지만 이번 장윈의 작품에서는 시를 소재로 사용함으로서 운율 정도만 알고 있어도 설사 운율을 모른다 할지언정 우리가 바라는 감정이입의 모습을 바라볼 수 있었다.

길 위의 시대는 위에서 말한 거와 같이 시를 소재로 사용하며 또한 서로를 이어주는 연결고리의 모습을 띈다. 중국의 80년대 청춘들의 모습들은 낭만과는 거리가 있을 거란 편견을 가지고 있었지만 소설에서 망허와 예러우, 천샹의 모습에서 시에 대한 애정이 고스란히 묻어나와 그들의 낭만과 아픔을 엿볼 수 있었다. 시로 인해 청춘을 길 위에 던지고 그 길을 따라 천천히 자신만의 모습을 얻기 위해 자신의 인생을 걸 수 있는 망허의 행동에서 이상을 찾기 위한 여정은 지금 물질적 풍요만을 위해 길을 걸어가는 우리네 모습과는 상당히 대비되는 모습으로 비춰졌었다. 때 묻지 않은 순수함을 위해 방황 할 수 있다는 것은 망허 뿐만 아니라 천샹과 예러우의 경우도 마찬가지일 것이다. 자신의 뿌리를 찾기 위해 떠난 길 위에 서로 다른 길을 걷고 있었지만 망허를 만난 예러우는 같은 길을 선택하게 된다. 시의 이름 앞에서 서로에 대한 마음을 조심스럽게 천천히 열어가는 두 사람. 이 두 사람은 시에 마음을 담아 서로를 바라보게 된다. 하지만 그 행복도 잠시 서로를 떠나야 하는 두 사람의 또 다른 슬픔을 보여주고 있다.

망허와 예러우와는 달리 서로의 길이 같이 시작했다고 생각 했지만 시의 단어 속에 숨은 뜻을 찾듯 서로 다른 의미의 모습을 보여주고 처음부터 만나지 않는 다른 길을 걷고 있었던 두 사람 망허와 천샹, 이 두 사람의 시작은 작은 도시의 강연회라는 자리에서 시라는 주제를 가지고 시작 되었지만 그 것은 시 속에 숨겨진 다른 뜻이었고 다른 길이었다는 것을 보여준다. 시속에 같은 단어라도 그 뜻이 상반되거나 다른 모습으로 보여줄 때가 종종 있다. 망허라는 인물이 이러한 두 개의 다른 뜻은 품고 있는 그런 인물이 아니었나 싶을 정도로 작은 반전 같은 모습을 보여준다. 시를 좋아 하기 때문에 시인이라는 모습 또한 좋아했던 천샹이지만 시간이 흐른 후 그의 진실을 알게 된 천샹으로 인해 자심이 가진 시의 모습들이 마냥 아름답게만 보이지 않게 된다. 자신이 그토록 좋아 하는 시를 통해 행복했지만 또 다시 시를 통해 끔찍한 고통을 받게 된다. 시를 통해 망허나 예러우, 천샹의 모습들은 시를 통해 만족감을 얻었지만 시를 통해 상실을 또한 경험하게 된다.

 

시란 천천히 다가와 천천히 마음을 둘러 보다 눈물을 통해 밖으로 배출되는 뭐 그런 종류의 글이 아닐까 생각할 때가 있다. 글을 함축하고 짧은 그 글 속에 모든 생각을 담을 수 있고 그 글을 통해 감동을 줄 수 있는 방법이 시의 모습이라 생각한다. 되뇌다 보면 언젠가는 자신만의 느낌을 가질 수 있는 그래서 일반적인 소설 보다 시에 접근하기가 더 어렵게만 생각된다. 이 소설을 읽으면서도 마찬가지 생각을 했던 것이 소설의 모습이지만 그 속에 쓰인 글들은 소설을 읽는 다는 느낌 보단 그 글들을 보면 볼수록 다른 모습으로 다가오는 시의 느낌을 받을 수 있어서다. 내용의 연관성이 시라는 하나의 주제를 가지고 있지만 그 속에 담고 있는 내용은 내가 생각 했던 그 이상의 잔잔한 감동이상을 주는 이유가 되기도 한다는 것을 새삼 깨닫게 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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