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가의 죄수 - 자오쯔양 중국공산당 총서기 최후의 비밀 회고록
자오쯔양.바오푸 지음, 장윤미.이종화 옮김 / 에버리치홀딩스 / 2010년 5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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나에게 천안문 민주화 운동은 그저 하나의 사건일 뿐이었다. 1989년이면 내가 초등학생일 때이고 더구나 우리나라에서 벌어진 광주 학생운동도 잘 모르는 내가 중국에서 벌어진 천안문 사태에 무슨 관심이 있었겠는가.

하지만 책의 제목이 내 관심을 끌었다. '국가의 죄수'라니. 일제강점기 때 친일파들에게나 붙이는 이 말을 제목으로 쓰는 책이었다. 그래서 읽기 시작한 이 책은 우선 주제의 무게때문인지 쉽게 읽히지 않는다. 중국에 대해 잘 아는 사람들에겐 익숙한 이름이겠지만, 우리가 흔히 부르던 등소평대신 덩샤오핑 등 중국식 이름도 낯설었고, 저자가 과거를 회상하며 쓴 글이라 시점이 왔다갔다하여 헷갈리기도 했다.

하지만 이 책은 충분히 읽어볼만 하다.

책에는 중국이 민주주의와 개혁의 바람이 불던 1980년대의 이야기가 자세히 담겨있다.

후야오방이 주축이 되어 일으키던 자유화 운동과 그것을 저지하고 자신의 권력을 지키려 했던 당의 보수적인 인물들, 좌파와 우파 사이에서 자신의 권력을 지키며 살아남고자 했던 덩샤오핑의 암투 등 정치권에서 벌어지는 지저분한 싸움들도 잘 드러나 있고, 후야오방의 실각과 그로 인해 전개된 6.4 천안문 사태와 그 사건을 수습하기 위해 애쓰던 자오쯔양이 왜 당에서 버림을 받게 되었는지 등 일련의 사건들이 자세히 기록되어 있다.

중국이라는 공산주의 국가에서 최고 권력을 누리다 국가의 버림을 받고 노년의 나이에 자택에 연금되어 16년이나 지내다 결국은 죽음을 맞이하고서야 연금상태에서 해방된 자오쯔양은 과거를 회상해 나가며 자신이 왜 그럴 수 밖에 없었는가에 대해 이야기 하고 있다.

책을 읽으면서 내내 노무현 전 대통령 생각이 났다. 왜인지는 모르겠지만, 정치와 권력이라는 것이 무엇일까 하는 마음과 함께 그 분이 떠올랐다.

자신의 소신을 지킨다는 것이 가져올 수 많은 결과들에도 불구하고 그럴 수 밖에 없는 사람들. 그들이 있기에 우리가 앞으로 나아갈 수 있는 것일테지만 안타깝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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