퍼즐 - 권지예 소설
권지예 지음 / 민음사 / 2009년 8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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권지예 작가의 책은 처음 읽어본다. 그래서 오히려 책의 모든 내용들과 이야기의 얼개들이 일견 충격적이면서 신선함이 있었던 듯 하다. 단편집으로 묶여있기 때문에 책의 스토리를 줄줄이 나열하는 것은 별 의미가 없지만, 모든 소설마다 여자에 대한, 그것도 이제 마흔을 바라보는 중년 여성들의 삶과 고뇌가 적잖이 녹아있어, 책을 읽는 내내 여자로서의 내 삶도 생각해 본 계기가 되었다. 그리고 하나의 일관된 핵심을 갖고 접근하다보니 단편모음집임에도 불구하고, 마치 여기저기 섞여있는 옴니버스식 구성의 장편소설처럼 느껴지기도 했다.
 

이 소설을 읽으면서 조금도 우스웠거나, 짜릿한 느낌을 가진 적은 없었다. 오히려 약간의 찝찝함과 답답함이 소설을 읽는 내내 나를 힘겹게했다. 때론 한숨으로 책장을 넘기고, 탄식이 절로 나오기도 했다. 아직 30대의 삶을 살아보지 않은 나로써는 이 시대의 여성들이 느낄 현실과 이상의 차이 앞에서 어떤 무게가 있을지 감히 상상조차 할 수 없었기에 혹여 모든 대한민국의 21세기를 살아가는 여성들이 이런 모습일까...하고 생각하는 순간 약간의 섬뜩함도 느낄 수 있었다. 각 단편의 모든 주인공은 여성이고, 주인공 모두는 현실 속에서 벗어나기 위해 발버둥치고 그 탈출구로 때론 죽음을 또 때론 도피를 선택하기도 한다. 뭔가 비현실적인 상황 앞에서 좌절하기도 하고, 갑자기 삶이 무의미해진 것처럼 공허함을 느끼기도 한다. 한마디로 사정없이 무겁게 내리누른다.

 
앞으로 권지예의 또 다른 소설을 읽게 될지는 잘 모르겠다. 하지만 즐겨읽을 듯 하지는 않다. 책의 맨 뒤, 작품 해설의 글을 보면 이런 글귀가 나와있다. "여성으로서의 글쓰기를 끝까지 포기하지 않는다는 점에서 권지예는 지독하다." 하지만, 권지예가 바라보는 여성상이 이 세상 모든 여성상을 대변할 수 없기에 그녀와 작품은 지독할지 모르지만, 나는 그녀의 작품을 꾸준히 읽을만큼 지독해지지는 못할 것 같다. 그게 이 책을 읽은 후 나의 아쉬움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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